[전통]

  아저씨가 자기 아내를 죽였을 때 나는 집안에서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좋아했는데 기영이와 함께 그 집에 갈 때면 꼭 카라멜이나 달고나 같은 것을 만들어 주곤 했기 때문이다. ‘이리 와라, 종수야.’ 그에게선 달콤한 냄새가 났다. 학교에서의 무의미한 시간이 끝나면 기영이랑 한달음에 내리막길 끄트머리에 서 있는 아저씨 집에 가는 것. 그건 2년 전 5학년으로 올라간 후 줄곧 가져온 우리들의 전통이었다.
  나는 며칠 뒤 아저씨가 일단의 경찰들과 함께 자기 집에 돌아온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옆집 정이네 아줌마와 옆 마을 대추나무 집 사람들이 보였다. 다들 아저씨를 보러 온 듯했다. 신기하지. 다들 평소에는 아저씨한테 별로 관심도 없었으면서.

  아저씨는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흉측한 칼이 들려 있었다. 아저씨는 사람들 앞에 서서 몇 번 머뭇머뭇 거렸다. 옆에 서 있던 덩치 큰 형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윽고 그는 자기 앞에 놓여 있던 인형의 배에 칼을 찌르는 시늉을 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렀나왔다. 나와 기영이는 어른들 몰래 그 틈에 끼여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들이 카라멜을 받아먹던 그 장소에는 경찰관들이 두터운 띠를 둘러놓아 들어갈 수가 없었다. 우리도 아저씨가 자기 아내를 죽였다는 말을 들은 뒤였다. 우린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착하지, 꼬마들아.’ 그는 항상 우리에게 카라멜을 주었다.
  형사들이 다시 아저씨를 잡아갔다. 사람들 중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쌍소리를 하는 아저씨들도 있었고 혀를 차는 아줌마들도 있었다. 대부분 카라멜 아저씨가 지나갈 때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아저씨가 나를 보았다.
  아저씨의 눈은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 눈이 말했다. ‘이건 그저 전통일 뿐이란다. 착하고 귀여운 것아.’ 나는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순간이지만 달콤한 냄새를 맡은 듯한, 카라멜 향이 어디선가 나는 기분도 들었다. 아저씨는 차에 태워진 채로 가버렸지만 말이다. ‘전통’이라는 말을 나는 분명 똑똑히 들었다.
  일주일 쯤 지난 후, 경찰은 아저씨네 집 뒷마당 뜰 안에서 수많은 유골들을 발견했다.
  쓸쓸히 묻혀 잊힌 아이들의 유골을.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난 지금도 가끔 그때 꿈을 꾼다. 내 기억 속에 그 집은 빛바랜 색조를 마당에 드리우고 있다. 아저씨의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나는 그가 나를 부르고 있음을 안다. 집의 대문을 지나고 안마당을 지나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의 식탁엔 카라멜이 수북이 쌓여 있다. 달콤한 향이 난다. 카라멜을 하나씩 까먹는다. 수많은 카라멜을 내 위장 속에 쑤셔 넣는다. 더 들어갈 수 없을 때까지.
  그는 뒷마당에서 아이들을 도살하고 있다. 달콤한 향을 풍기며. 아이들 중엔 기영이도 있었다. 내가 카라멜을 먹는 동안 아저씨는 아이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에 구멍을 내고 다녔던 것이다. 내가 카라멜을 먹는 동안 말이다. 나는 그걸 몰랐다.
  그것이 우리의 전통이었다.

-----------------------------------------------------------------------------------------------------------------------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6 03:5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