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이 있었다. 그녀의 의지를 대변하는자는 나그네, 영광스러운 보좌에 앉아 빛나는 관을 쓴 교황도 아니고, 하늘거리는 옷을 우아하게 입고 은은히 웃는 무녀도 아니고, 누더기 같은 망토를 뒤집어쓴 방랑자. 그는 그녀의 눈이되어 세상을 돌아보고, 그녀의 손과 발이 되어 가장 낮은자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돌보았다. 나그네가 몇명인지,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는 여신이 언제부터 이 세계를 굽어살폈는지와 마찬가지로 명확하지 않으나, 적어도 한 곳 한 때에는 한명의 나그네만이 머물렀다. 그가 떠나기 전엔 아무도 그가 여신의 종 이었음을 몰랐는데…

"아!!! 너 뭐야!!! 길 한가운데에서!!!"
화창한 날이었다. 길드의  막내인 레네는 선배들이 떠넘긴  마스터의 심부름을 위해 마차를 몰고 있었다. 이 순간은 레네에겐 노동이기 이전에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즐거운 시간 이었다. 공방의 막내라는 힘든 위치를 잠시 잊게 해주는 기쁜 드라이브이기도 했다. 일상안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이 행복한 순간은 지금 눈 앞에 있는 남자가 나타나기전 까지는 유지되었다.


눈앞의 남자가 나타나기 전 까지만.

남자는 교역도시 엘레쟈와 엘레쟈의 위성도시인 루-디에 사이의 소로길 중앙에 큰 대 자로 누워있었다. 오랜 우기 끝에 찾아온 맑은 날씨 아래에서 여행자는 도로 한복판에 발라당 누워서 자고 있었다. 엘레쟈와 루-디에 사이의 수많은 도로중에서 하필이면 레네가 지나가고 있던 그 도로에.

레네는 이 길을 달리는 것에 익숙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 길은 셀-드론 길드에서 만든 길드 전용의 교역로 였으니까 말이다. 마차를 덜컹이는 길가의 돌 하나하나가 익숙하다. 바람은 시원히 보닛을 펄럭이고, 소녀는 자연스레 눈을 반쯤 감으며, 그런데 방금 뭔가 길가에 이상한게 보이지 않았나. 소녀는 이질감에 눈을 부릅뜨고 야트막한 동산길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오르막길이라 속도를 붙인데다가, 너무 가까웠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마차를 도로 밖으로 몰았다. 동산길에서- 도로밖으로.
그리고 마차 바퀴 하나가구덩이에 빠지고 나머지 하나가 부러지면서 소녀는

날았다.

말이 날아가는 소녀를 보며 히힝 거리는 것은 비웃음 이었을까? 아니겠지. 설마 -

이 소란에 남자도 눈을 떠 풀밭에 쳐박힌 소녀에게 다가갔다.
"과격한 드라이브인데 꼬마아가씨? 괜찮아?"

레네는 구겨지고 수풀이 잔뜩붙어 엉망이된 보닛을 벗어들며 일어났다.
"아!!! 너 뭐야!!! 길 한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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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쩌다 이걸 쓰고 있지…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6 00:5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