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도

봄이

돌아왔다고 믿었다.

초록 바람에 산들거리는 풀잎

가늘고 고운 잎사귀

그 위에 맺힌 투명한 이슬

싱그러움이

다시 돌아왔다

그리 생각했다.

그래서 방심했나보다.

마음 한 구석

꼬물거리는

애벌레 한 마리를

그저

의미없이 바라보았다.

애벌레는 꼬물거리며 나의 마음을 돌아다녔다.

잎사귀를 갈작거리며 초록색 몸통을 힘겹게 움직였을 뿐

나는 거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때때로 힘겨운 일이 찾아와

눈물의 비 쏟아졌다가

공허한 가뭄 드는

내 뜰에만 신경 썼을 뿐

작은 애벌레를 고려할

여유는 없었다.

봄이 찾아왔다.

내 마음의 정원에 싱그러움만 가득했다.

그리고 붉은 꽃봉오리 하나가

이슬 맺힌 모습으로

수줍게 자리 했다.

이름 모를 그 꽃을 보면서

나는 무수히 상상했다.

어떤 모양일까? 어떤 향기를 품었을까?

하지만 봉오리는

좀처럼 피지 않았다.

문득 작은 파닥거림이 들렸다.

그 것은 흰 나비였다.

마음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나뭇잎에 작은 구멍만 남기던 애벌레

어느 덧 나비가 된 것이다.

흰 나비는

작은 날개짓으로 꽃봉오리를 희롱하다

그 작은 발로 살짝 건드리고

저 멀리 사라졌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꽃봉오리는 활짝 피어났다.

향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추억이란 꽃봉오리 건드리고

그리움이란 향기 퍼뜨린 채

흰 날개 흔들흔들 떠나간 나비는

바로

그대였다는 것을.

봄이 돌아온 내 마음은

그대가 남기고 간 흔적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겨우내 참았던 눈물

차올랐다.

그대를 또 떠나보낸

내 한심한 모습에.

오늘 밤 너의 손발을 가져간다

- 괴도 멍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