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형은 세 번째로 후회했다. 자취를 하기 위해 구한 원룸은 마음에 들었다. 사실 직장과 거리도 가깝고 가격이 적당한 원룸은 이 곳 밖에 없었기에 고민 없이 계약했다.

     준형은 눈을 강제로 뜨게 만드는 아침햇살이 싫었다. 자명종은 멈출 수 있지만, 아침햇살은 두 손으로 가려도 슬금슬금 스며들었다. 그래서 창가 쪽으로 머리가 향하도록 침대를 두었다. 아침 해가 떠도 햇살은 발치를 비추도록. 게다가 밤에 빛 한 줄기 들어오지 못 하도록 블라인드도 완벽히 설치했다. 최대한 방 배치를 신경 썼기에 문제가 된 것은 가구 배치도 아니었다.

     다만 옷장이 관련 있었다. 원룸에 설치되어 있는 옷장은 침대를 마주보는 위치에 있었다. 혼자 사는 살림이라 옷가지가 들어가기에 충분한 크기였고, 흠이나 얼룩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가 있다면, 경첩이 약간 헐거웠다는 것이다. 문을 열고 닫을 때 미세한 소음이 났다. 끼이익. 손잡이를 주의해 움직이면 소리는 한결 누그러워졌다. 준형은 이런 세세한 문제를 신경 쓸 정도로 예민한 성격은 아니다. 따라서 헐거운 경첩도 문제는 아니었다.

     옷장 한 가운데서 솟아나온 ‘어떤 물체’가 문제였다.

     준형은 그 물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달빛마저 들어올 수 없는 완벽히 폐쇄된 공간이었기에 모든 것이 희미했다. 지금 준형의 상태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잠시 눈을 떴다. 그리고 옷장이 열린 것을 확인했다. 그 옷장 문틈으로 뭔가 삐죽 튀어나온 그림자를 보았다. 하지만 어둠 속이라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무언인지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단순히 몸을 일으켜 조금만 다가가도 확인 할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불안함 때문에 준형은 그것을 거부했다. 대신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눈꺼풀 한 겹 뒤에 있을 정체모를 무언가가 그의 숙면을 방해했다. 눈 밑에 박혀버린 가시처럼 신경을 자극했다.

     ‘날이 밝으면 경첩부터 바꿔야겠어.’

     준형은 네 번째로 후회했다. 젖은 머리카락이 찰싹 달라붙은 것 같은 불쾌한 밤이었다.








                                                    ◆







     아침이 되자마자 준형은 옷장 안을 살펴봤지만 어제의 물체가 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경첩에 신경 쓰기로 했다. 준형은 출근하기 전 근처 철물점을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철물점의 위치는 나오지 않았다. 경첩을 어떻게 갈아야 하더라? 막상 생각해보니 막막했다. 경첩을 잘못 떼어냈다가는 오히려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것 같았다.

     준형은 옷장의 경첩을 잡고 움직여보았다. 나사가 헐거운 것 같았다. 공구함에서 꺼낸 드라이버로 힘겹게 나사를 조였다. 어째서인지 십자드라이버는 없고 일자 드라이버만 있었다. 경첩은 십자 나사로 되어 문제가 없었지만, 잘 조여지진 않았다. 한참을 나사와 씨름하다 만족스러울 만큼 조여진 것을 확인했다. 준형은 경첩을 움직여보았다. 끼이익. 소음은 헐거운 경첩과 상관이 없었나보다. 기름칠이 덜 되었던가 다른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준형은 옷장 문을 닫아보았다. 경첩을 조여 놨으니 쉽게 열리진 않을 거라 판단했다. 실제로도 옷장 문은 얌전히 닫혀 있었다.

     ‘역시 경첩이 문제였나.’

     준형은 땀을 손등으로 훔쳐내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지각까지 남은 시간이 빠듯했다.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다듬고 원룸을 나섰다.










                                                    ◆










     준형은 시청에서 근무했다. 계약직이라 항상 불안한 위치였지만, 그래도 불황에 얻은 직장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대학 전공과도 상이했기에 거의 모든 일을 다시 배워야 했다. 그나마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자리>라서 다행이었다. 물론 다른 표현으로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갈아치워 질 수 있는 자리>이지만.

     계약직의 불안함과 신입으로서의 기합이 잘 갈무리 된 마음가짐으로 준형은 컴퓨터 모니터를 노려봤다. 상사가 대략적인 자료와 정리 할 양식을 말해주면, 준형은 그걸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으로 작업하면 됐다. 선배들이 원하는 것은 <명령의 빠르고 정확한 이해>와 <그것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결과물>이었다. 짬이 나면, 말하지 않아도 커피를 뽑아 돌리면 됐다. 상사가 시키면 필요한 서류를 복사해서 나눠주면 됐다. 준형은 자신의 업무가 중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아무리 자기 위안을 하려 해도, 이건 잡무였다.

     하지만 이런 잡무도 다달이 월급이란 형태로 보답을 했고, 변변치 못한 스펙의 준형은 이에 만족했다. 계약직이라도 열심히 하다보면 무슨 수가 나지 않겠나 싶은 마음도 있었다. 큰 문제도 불평도 없이 일을 처리하는 준형이었다. 열심히 한 덕분에 시청 사람들은 그에게 마음을 많이 열었다. 정 많은 일부 상사는 벌써 가족 운운하며 편하게 형 동생 하고 지내자는 말도 했다. 준형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멍청함은 갖고 있지 않았다. 대신 겸손과 존경을 적당히 섞은 사양으로 자신의 계약직 위치를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잡무의 특성상 일은 끊이지 않았고,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뿐이었다. 그리고 이때가 준형에게 허락된 유일한 친교의 시간이었다. 식사 후의 노곤함과 한결 누그러진 마음이, 대화라는 형태로 피어오르는 시간. 준형은 모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끔은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며 환심을 샀다. 매번 이야기 주제가 달랐지만, 주로 연예인이나 사건 사고 이야기였다.

     모 연예인이 모 정치인사와 모종의 관계라더라. 그래서 연기력 논란에도 꾸준히 대작에 합류하는 것이다. 청순한 이미지의 모 여자 연예인은 사실 텐프로 출신이라더라. 어제 방화 사건의 범인이 잡혔다더라. 모자 살인 사건의 범인이 그 집안 가장이라더라. 이번에 데뷔한 아이돌 어떻게 생각 하냐? 나는 그 얘 별로더라. 내 생각은……. 네 생각은…….

     하지만 그 날의 대화는 색다른 주제가 선정되었다.

     [제 경우는 잘 때 이불 밖으로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어요.]

     깔끔한 정장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쓴 여자가 입을 열었다. 이름은 선영. 정규직 공무원으로 검고 긴 생머리와 기품 있는 외모 덕분에 뭇 남성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남자 직원들의 눈이 즉각 그녀에게로 쏠렸다.

     [어릴 때는 밤에 나는 모든 소리가 무섭게 들리잖아요?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라던가. 어떨 때는 천장에서 기어가는 소리가 나는 것 같구요. 그 때마다 이불 속에 들어갔어요. 머리카락 하나도 빠져나가지 않게 이불 속에 꼭꼭 넣어두면 밖의 무언가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 할 거란 생각이었나 봐요.]

     선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미소 지었다.

     [어릴 때지만 정말 귀여운 생각이었죠.]

     한 남자 직원이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귀엽습니다.’라는 눈짓을 보냈다. 선영은 짐짓 모른 채 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불 속도 큰 소리는 막지 못 했어요. 어느 날은 자고 있는데 ‘응애응애’하고 아기 울음소리가 나는 거예요. 마침 부모님은 초상집에 가셔서 집에 아무도 없었죠. 아기 울음소리는 작아지지 않고 점점 커지는 거예요. 갑자기 납량특집에서 본 아기 귀신이 떠올라서 밤새 떨었어요.]

     선영은 손사래를 쳤다.

     [좀 더 나이를 먹고서 알았어요. 아기 울음소리인 줄 알았던 것이 고양이 울음소리라는 것을요. 길고양이들이 발정 나서 내는 소리가 마치 아기 울음소리 같다면서요? 나중에 알고서 얼마나 허탈했는지.]

     머리가 반쯤 벗겨진 남성이 입을 열었다. 직위 명이나 동운이란 본명 대신에 ‘대독’이란 별명으로 더 잘 불리는 인물이다. 동운은 대독(對讀)이란 의미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대머리 독수리’의 줄임말이다.

     [내 경우는 한밤보다는 저녁 어스름이 문제였어. 낮의 명확함과 밤의 은밀함이 공존하는 저녁 어스름이야 말로 뭐가 뭔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이잖아?]

     동운은 동의를 구하듯이 말을 잠시 멈췄다. 몇 명의 고개가 예의상 흔들거렸다.

     [그 때마다 골목 어귀마다 뭔가 있는 것 같은 거야. 그 때쯤 되면 놀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집에 돌아가서 골목도 많이 조용하지. 해가 져서 그림자가 내 키보다 더 길어지면, 그마저도 기이하게 보인단 말이야. 그런 날은 집까지 오는 길이 특히나 더 무서웠어.]

     동운은 반 넘게 벗겨진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 어릴 때는 굉장히 오래된 집에서 살았어. 어떤 사람이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사람 때가 많이 탄 집이었지. 그래서 괴담도 많이 돌았어. 이 집은 예전에 노인 하나가 죽었는데 나흘 만에 발견되었다더라, 이 집은 꼬마애가 놀다가 세숫대야 물에 코 박고 익사했다더라. 대부분 어린 아이들 놀리려고 어른들이 만든 괴담이었지. 하지만 그 때는 곧이곧대로 믿고 벌벌 떨었지. 지금도 그런 이야기 있나?]

     준형은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다. 지역 신문에도 올라왔던 이야기다. 정신 지체가 있는 여자가 있었다. 결혼은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임신을 자주 했다. 여자는 몇 번의 유산을 경험하다 아기를 하나 낳았다. 마을 사람들은 아기가 제대로 자랄 수 있는지 염려했다. 하지만 아기는 울음투정 하나 없이, 어미 품에 얌전히 안겨 있을 뿐이었다.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아기가 울 힘도 없는 것이라 여겼다. 마을 사람들은 정신 지체가 있는 여자에게 먹을 것이며, 입을 것은 후하게 나눠주었다. 어느 날 사단이 났다. 마을 이장이 정신 지체 여성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알고 보니 아기는 죽은 상태였고, 정신 지체가 있는 여자는 아기가 살아있다고 여기고 어르고 달랜 것이었다. 마을 공동의 성 노리개였던 정신 지체 여자는 미치광이 여자로 명칭이 바뀌고 어느 시설로 끌려갔다. 끔찍한 이야기였다.

     준형이 잠시 과거의 기억에 빠진 사이에 동운의 이야기는 한참 진행 되어 있었다.

     [……었지. 어쨌든 내 방 한 구석에 나를 노려보는 까만색 눈 두 개가 너무도 신경 쓰였단 말이야. 하지만 다가갈 엄두를 못 냈어. 내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것 같았거든. 며칠을 무서워하다가 마침내 큰 형에게 이 사실을 말했어. 어떤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고. 큰 형은 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더니 방구석으로 다가갔어. 그 때도 까만 눈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지.]

     동운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를 맺었다.

     [형이 밝혀낸 두 눈의 정체가 얼마나 황당하던지. 말라붙은 바퀴벌레 두 마리였어. 하하! 우리 큰 누나가 잡긴 잡았는데 치울 엄두를 못 낸 거였지. 난 귀신의 눈인 줄 알았는데, 얼마나 맥이 빠지던지.]

     남자들은 킬킬 거리며 웃었지만, 선영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다는 듯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아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동운이 휴게실 시계를 보고 입을 열었다. 점심시간이 5분 넘게 지나 있었다.

     [자, 다시 일들 하자고.]

     동운이 손바닥을 마주 치며 일어섰다. 모두들 부산스러운 소리를 내며 자리로 돌아갔다.










                                                    ◆











     그 날은 집에 일찍 돌아올 수 있었다. 회식도 야근도 없는 드믄 날이었다. 준형은 방문을 열자마자 몰려오는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보일러 버튼을 조작하고 준형은 샤워를 했다.

     준형은 따뜻한 물로 오랫동안 샤워하는 것을 좋아했다. 워드 작업을 하면 어깨가 심하게 결리곤 했다. 쉬는 것만으로도 쉬이 풀리지 않는 응어리가 어깨 깊숙이 박힌 기분이었다. 하지만 따뜻한 물에 어깨를 대고 있으면 응어리가 조금씩 녹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준형은 그 느낌을 만끽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떤 이미지를 떠올렸다. 어깨에 돌덩이 같은 피로가 얹어져 있다. 따뜻한 물이 닿으니 그건 찰흙 덩어리처럼 녹아내리더니 점차 씻겨 내려간다. 피로가 다 녹아사라질 때 쯤, 실제로 어깨의 뻐근함도 많이 사라졌음을 느꼈다. 준형은 샴푸를 집어 들고 머리를 감았다.

     그러다 불현듯 점심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준형은 괴담을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준형에게 공포란 괴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공포란 세금 명세서, 부모님의 잔소리, 간당간당한 통장 잔고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점심때의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준형 스스로에게도 의외였다.

     ‘그러고 보니까 샤워할 때, 긴 머리를 가진 귀신이 자기 머리도 같이 감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있었지.’

     준형은 갑자기 자기 머리숱이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흠칫했다.

     ‘설마?’

     준형은 거울을 보려 했다. 하지만 어떤 불안감 때문에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리면 그 곳에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비쳐질 것 같았다. 그것은 검은 머리카락 덩어리일 수도 있다. 혹은 누군가의 창백한 얼굴일 수도 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쥔 자세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물소리가 솨- 화장실을 채우고 있었다.

     텅!

     준형은 깜짝 놀라 옆으로 움직였다. 갑작스런 소리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준형은 놀란 가슴을 달래며 소리의 진원지를 찾았다. 그리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샴푸 통을 발견했다. 준형은 샴푸 통을 주워들고 일어섰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모습을 목격했다.

     그건 준형 자신이었다. 샴푸 통을 들고, 머리에는 비누 거품을 잔뜩 묻힌 20대 후반의 남자. 객관적인 정보로 똘똘 뭉친 정보를 건네는 거울에게 그는 안도 섞인 헛웃음을 대접했다.

     [하…하하.]

     우스웠다. 준형은 귀신 이야기에 놀란 자신에게 우스웠다. 한편으로는 내게 아직 이런 면도 남아있었구나 하는 기분에 묘한 감상에 빠지기도 했다. 점심 때 나눈 이야기 때문에 그런가보다 싶었다.

     샤워를 마친 준형은 젖은 머리를 말리며 컴퓨터를 켰다. 최근 미국 드라마에 푹 빠져있었다. 준형은 합리적인 설명이 있는 미국 드라마가 좋았다. 주로 범죄 수사에 관한 내용을 즐겨 보았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한다. 밀실 살인이나 시간이나 거리상 불가능한 살인이 발생한다. 하지만 증인, 증언, 단서를 수집하고 객관적으로 살펴봄으로서 하나의 뚜렷한 윤곽을 만들어낸다. 준형은 이런 과정이 좋았다.

     이번 스토리는 흉기가 사라져 있었다. 범인의 알리바이와 살해 동기까지 찾아냈지만 중요한 흉기를 찾지 못 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기발한 추리를 했고, 과학적인 검증을 시도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범인과 피해자는 의사와 환자 관계였다. 따라서 혈액을 채취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고, 매번 검사에 필요한 혈액량 이상을 채취했다. 의사는 이 혈액을 긴 둔기 형태로 얼렸고, 이를 이용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다. 녹아버린 둔기는 피해자가 새로 흘린 혈액과 자연스레 섞여 알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피가 흐른 방향이 자연스럽지 못한 점, 그리고 얼렸다 녹인 혈액의 성분 분석으로 난점을 해결한 것이다. 준형은 기발한 추리라고 생각했다.

     준형은 그 날의 분량을 모두 보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불을 끄고 이불에 들어가 노곤한 몸을 쉬게 해주려 했다. 그 때 잊었던 것이 기억의 웅덩이에서 둥실 떠올랐다. 그 형태는 금속의 질감을 가지고 있었고, ‘끼이익’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끼이익.

     때마침 난 소리가 준형의 정신을 깨웠다. 준형은 눈을 꼭 감고 있으려 했으나, 눈꺼풀은 그를 배신했다. 두 눈을 뜨고 준형을 정면을 응시했다. 하지만 희미한 윤곽만이 보일 뿐이었다. 문 양 쪽이 살짝 열렸고, 가운데 틈이 있었다. 그리고 그 틈 가운데로 뭔가가 삐죽이 나온 모습이었다. 준형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나사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았나. 경첩 문제가 아닌가?

     하지만 어떤 불안감이 엄습했다. 마치 발이 여럿 달린 징그러운 벌레가 등줄기를 따라 올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준형은 눈을 감았다. 갑작스레 선영의 말이 떠올랐다. 이불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어요. 준형은 이불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애써 한 가지 영상을 지우려 시도했다.

     그 시도는 아침이 다 돼서야 성과를 발휘했다.











                                                    ◆











     잠을 설친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워드 작업에 잔 실수가 자주 발생했고, 커피를 선배의 무릎에 쏟았으며, 덕분에 늘어난 잡무에 귀가 시간이 훨씬 늦어진 것이다. 따라서 바꾸려고 마음먹은 경첩은 바꾸지 못 했다. 옷장을 닫아 놓기 위해 준형은 투명테이프를 붙였다. 옷장 자체가 바닥에 있다기보다 살짝 떠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물건을 기대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옷장 문을 몇 번 손으로 건드려본 준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까짓 옷장 문이 열리는 것 때문에 잠을 설쳤단 사실이 우스웠다. 사실 원인은 아주 간단할 것이다. 또 옷장 문틈으로 보이는 이상한 형상도 옷걸이거나 집 안의 무언가 때문에 생긴 그림자일 것이다. 자신의 불안함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준형은 이상하리만큼 두려움에 사로잡힌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따뜻하게 샤워하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 거란 생각으로 준형은 화장실로 들어섰다. 따뜻한 물이 온 몸을 녹아내리게 하는 기분이었다. 마치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준형은 몸을 닦았다. 그리고 화장실을 나와 불을 껐다.

     그 순간 어떤 시선을 느꼈다. 준형은 상쾌했던 기분이 한순간에 사라짐을 느꼈다. 대신 불안감이란 벌레가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번에는 한 마리가 아니라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준형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 시선은 방금 나온 화장실에서 느껴졌다. 화장실 자체는 매우 작았기 때문에 누군가 있을 여지가 없다. 따라서 준형이 방금 느낀 시선은 ‘착각’이 분명했다. 하지만 준형은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입술에 피가 나도록 깨물다 준형은 고개를 획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어둠 밖에 없었다. 이상한 해방감과 피로가 급격히 밀려왔다.

     [내가 스트레스를 어지간히 받나 보다.]

     준형은 자신을 이해시키려는 듯, 혼잣말을 했다. 그 소리는 화장실의 좁은 공간에서 울려 이상한 목소리가 되어 퍼졌다. 준형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고 잠자리에 들었다. 옷장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고, 이상한 소리도 시선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준형은 깊이 잠들지 못 했다.









                                                    ◆









     [너 혼자 사는 건 처음이지?]

     준형 앞에 앉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단정하게 자른 머리에 무테안경을 끼고, 형광 빛이 도는 파란 와이셔츠를 입은 20대 후반의 남자. 그의 이름은 현승이었다. 준형은 맥주를 한 모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까 처음이네. 고등학교 때는 친구랑 같이 살았으니까.]

     [그럼 가능성 있겠다.]

     준형은 관심 있는 표정으로 현승 쪽으로 몸을 당겼다.

     현승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공부를 비상하게 잘하진 않았지만 요령이 있었고, 덕분에 성적이 늘 좋았다. 고등학교는 따로 다녔지만 자주 연락했고 가끔 함께 놀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격차는 벌어졌다. 준형은 시청 계약직이 되었지만, 현승은 신경정신과 본과 2년차가 되었다.

     [네가 아무리 쇠심줄 신경을 가지고 있어도,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모를 거다 임마.]

     현승은 그렇게 말하며 안주를 하나 집어 먹었다. 준형은 이후로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 했다. 옷장 문은 닫혀 있었지만, 그 외에 신경 쓰이는 것이 너무 많았다. 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짐승의 소리, 물소리, 나무 비틀리는 소리. 하지만 모두 전에는 듣지 못했던 소리였다. 소리뿐만이 아니라 이상한 시선이나 기척을 느끼는 일도 많았다. 그러던 차에 중학교 친구인 현승과 술 약속을 잡았다. 마침 현승은 신경정신과 학생이었기에 상담하게 된 것이다. 현승은 포크를 빙빙 돌리며 말을 이었다.

     [갑자기 환경이 변하게 되면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해도 몸은 스트레스를 받아. 몸뿐이야? 네 정신도 스트레스를 한 웅큼 집어먹게 된다구. 그러면 아주 작은 변화나 충격에도 쉽게 부서지는 상태가 된다 이거지.]

     준형은 납득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승은 킥킥 웃으며 말했다.

     [사실 겁나서 잠 못 자는 네 모습이 상상 안 된다.]

     [웃지 마. 나 진지해.]

     [알았어. 알았어.]

     현승은 입가를 쓱 문지르고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럼 정식으로 한 번 말해줄게. 잘 들어봐. 그러니까……. 사람의 공포라는 것은 생존이랑 가장 밀접한 감정이야. 자신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것을 감지하고 피하도록 만드는 것이 공포의 존재 이유란 말이지. 우리가 빠르게 달려오는 자동차를 겁내 하는 것도 그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내 몸을 박살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란 말야.]

     준형이 끄덕였다.

     [우린 그런 공포를 잘 느낀 덕분에 생존한 사람들의 후예야. 약간 어려운 말을 섞을 텐데 용어는 중요하지 않으니 흘려들어. 우리가 공포를 느끼면 에피네프인, 노르에피네프린, 코티솔 같은 호르몬이 마구 분비 된단 말야. 그러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빨라져. 도망치기 좋은 상태가 되는 거야. 그리고 우리의 뇌는 긴장 상태로 들어가지. 뭐지! 뭐야? 무슨 문제가 생긴거야!]

     현승은 양손을 마구 흔들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준형이 질색이란 표정을 짓자 현승은 킬킬 거리며 손을 내렸다.

     [어쨌든 뇌가 공포의 원인을 분석해서 해결책을 내놓으려고 해. 도망을 가던가 숨던가. 아니면 무시하던가. 실제로 별거 아닌 위험일 경우는 무시하지. 바람 소리 같은 것 말이야. 그런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지? 그 때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과거의 기억으로 마구 재해석 하는 거야. 예를 들면, 공포 영화에서 봤던 귀신을 떠올리며 매우 과민한 반응을 보이게 하는 거야. 실제로는 바람소리인데.]

     [아아…….]

     [알겠어? 그러니까 중요한건 네 상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납득하는 거야.]

     현승이 그렇게 말했지만 준형은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음……. 그러니까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가 자꾸 나. 네가 분명히 수도를 꽉 잠궜는데. 그럼 두려워 하지만 말고 일어나서 직접 그 곳으로 가보는 거야. 그리고 다시 물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 물소리의 진원지를 파악하면 갑자기 뭔가가 해결되는 기분이 들 거야.]

     준형은 과거의 경험을 떠올렸다. 머리를 감다가 거울을 봤을 때, 지금 설명과 비슷한 기분이 든 것 같았다.

     [중요한 건, 단 한 번의 경우로는 부족하다는 거야. 여러 번 작은 공포를 굴복시키다 보면, 너 자신을 다잡기 편해져. 그리고 새로 환경이 바뀐 것에 의한 스트레스는 새로운 취미나 새로운 흥밋거리로 완충 시키는 것도 좋아.]

     [알았어.]

     현승은 그렇게 말하며 메뉴판을 집었다.

     [진료비는 안주 하나 더 추가하는 걸로 어때?]

     [넌 정식 의사도 아니잖아.]

     현승은 정곡을 찔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아… 그런 비통한 사실을 친구 사이에 표현하다니. 안 되겠어. 이 기분은 안주 하나로 풀릴 것 같지 않아. 알코올이 필요해. 으흑.]

     준형은 친구의 그런 행동에 헛웃음을 지었다. 서른이 다 되어 가는데도 대화 수준은 중학교 때 그대로였다. 현승은 준형의 웃음을 보고 메뉴판을 펼치며 말했다.

     [나도 양심은 있으니까 안주는 네가 좋아하는 매운 걸로 시킬게. 어때?]

     [맘대로 해라. 맘-대로.]

     현승은 잔을 슬쩍 들어 보이고 맥주를 들이켰다.








                                                    ◆







     준형은 주량을 한참 넘기도록 술을 마셨다. 토요일 밤이었고, 내일은 하루 종일 잘 수 있단 생각에 새벽까지 마신 것이다. 술을 과하게 마시게 된 원인이 하나 더 있었다. 이야기가 끊길 때마다 겁쟁이라고 놀린 현승 때문이었다. 어쨌든 둘은 거나하게 취했다. 현승은 혀 꼬부라지는 소리로 택시를 잡아타고 사라졌고, 준형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었다.

     새벽 공기는 매우 찼고, 새벽이라 도시의 불빛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어두운 골목길을 걸으며 준형은 또 다시 찾아오는 불안감에 발걸음이 느려짐을 느꼈다. 그리고 뒤에서 부스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준형은 머리털이 빳빳하게 서는 느낌을 느끼며 멈춰 섰다.

     ‘겁쟁이.’

     현승의 목소리가 들린 듯 했다. 준형은 발끈했다. 그리고 반쯤은 오기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빛을 발하는 두 개의 눈동자가 있었다. 술기운에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준형은 실눈을 뜨고 눈동자를 노려봤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 눈동자는 준형을 마주보고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소리를 냈다.

     야옹.

     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골목길 저편으로 달려갔다. 준형은 그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입가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피식 피식 하던 소리는 이내 파하하 하고 크게 웃는 소리가 됐다. 뭔가 맥이 풀린 기분이었다.

     준형은 힘차게 걸으며 집으로 향했다.

     원룸으로 올라가는 어두운 계단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준형은 발밑의 소리에 놀라지 않았다. 쭈그려 앉아 확인함으로서 그것이 치킨집 전단지라는 것을 확인했다. 준형은 이 어이없을 정도로 쉬운 변화에 놀랐다. 또 한편으로는 흥미로웠다.

     마치 해결 불가능한 사건을 추리한 미국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준형은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샤워를 했다. 머리숱이 다시 많아진 느낌이 나자마자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품으로 평소의 두 배로 부푼 머리가 보였다. 준형은 거울을 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샤워하고 나와 몸을 닦는데 물소리가 났다. 똑-. 똑-. 준형은 화장실 불을 켜고 수도꼭지를 노려봤다. 수도꼭지에는 물방울이 없었는데도 물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잠깐 동안 공포가 그를 사로잡았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주의 깊게 살펴본 결과 물소리의 근원지를 발견했다. 수도꼭지가 아니라 샤워할 때 사용한 타월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준형은 가슴 속에 있던 응어리가 팡 하고 터지는 것을 느꼈다.

     [하하하!]

     준형은 머리를 닦던 수건을 얼굴에 댔다. 젖은 수건이 술기운으로 데워진 얼굴에 닿자 기분이 매우 상쾌했다. 지금까지의 자신이 너무도 바보 같았다.

     [네 말이 맞다. 장현승.]

     준형은 집안의 불을 모두 껐다. 완전한 어둠이 그를 집어삼켰지만, 공포도 불안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약간의 피로와 안도감만 느껴졌다. 준형은 현승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이런 말을 했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설명할 수 없어서 무서운 것뿐이었다.

     준형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당겨 덮었다. 머리끝까지가 아니라 가슴께까지였다. 준형은 자신이 새로이 찾은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두려워하지 말고 직접 확인하여 두려움을 없앤다. 준형은 오늘 밤 푹 잘 수 있을 것이란 확신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반갑지 않은 소음을 들었다.

     끼이익.

     금속이 맞물려 나는 기이한 소리. 그 소음은 옷장 경첩에서 나는 소리였다. 준형은 눈을 뜨지 않고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네 두려움을 없애는 거야.]

     그리고 눈을 떴다.

     옷장은 열려있었다. 그리고 옷장 틈에서 뭔지 모를 그림자가 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준형은 침착하게 가설을 세웠다. 옷장의 테이프가 원인일 것이다. 테이프로 붙여두긴 했지만, 옷을 꺼낼 때마다 원래 있던 테이프의 일부분만 떼었다 붙이기를 반복했었다. 매번 테이프 전체를 갈아주기 귀찮았다. 하나의 테이프를 계속 사용했기에 접착력을 잃은 테이프가 스스로 떼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기이한 형체의 그림자는 여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 준형은 일어나 앉았다. 하지만 그 형체는 아직 불분명하게 보였다.

     준형은 무릎으로 기어 옷장에 다가갔다. 집안은 완벽한 어둠이었지만, 눈은 차츰 그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가 되자 옷장 틈으로 나온 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건 무언가에 의한 그림자가 아니었다. 확실히 옷장에서 튀어나온 무엇이었다. 준형은 옷걸이가 튀어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기이한 형태인 것은 옷이나 벨트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준형은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어둠 속에서 확인한 그것은 장갑처럼 보였다. 준형은 어떤 가설을 세웠다. 이사 오기 전, 날이 매우 추웠기 때문에 목도리와 장갑을 챙겼지만, 이사 오고 나서부터는 날이 따뜻해 쓸 일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사할 때 챙긴 장갑이 어디 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옷장 문 안쪽에 장갑이 걸렸고, 옷장 문이 열리면서 기이한 형태로 빼꼼 나왔던 것이 아닐까?

     준형은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오른손을 뻗었다. 자신의 기억이 맞으면 그 장갑은 아버지가 생일 선물로 사주신 가죽 장갑이었다. 준형은 차가운 가죽의 느낌에 대비하며 손 모양의 그림자에 손을 뻗었다.

     준형은 이상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것은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경험임을 인정했다. 손을 뻗어 느낀 것은 차가운 질감 대신에 따뜻한 무엇이었다. 그리고 그건 굉장히 말랑말랑했다. 준형은 어떤 결론에 도달했지만 애써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은 그를 배신하고 말을 내뱉었다.

     [설마…… 손…?]

     준형은 말을 잇지 못했다. 기다란 손가락 다섯 개가 오른손가락 사이로 비집어 들어왔다. 그리고 깍지를 꼈다. 놀라 깨문 아랫입술에서 피가 섞인 비명이 새어나왔다. 준형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따뜻하고 물컹거리는 감촉은 오른손에 생생히 느껴졌다. 수천마리의 벌레가 몸을 기어가는 것 같았다. 준형은 외면하고 싶었다. 이 순간을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려움이란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깍지 손이 점점 오른손을 죄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