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메뉴를 신중하게 고르던 그녀였다. 까페에서 커피를 고를 때도, 별 것 아닌 엽서를 고를 때도, 간단한 요깃거리를 살 때도 신중하게 고르던 그녀였다. 다만 그날은 달랐다.

<아무거나>

아마 그 때부터 나도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뜨거운 커피를 그녀 앞에 내왔을 때도 난 그 흔들림 없는 눈을 보고 절망했다. 커피 향이 코를 간지럽혔지만 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입이 바짝 말랐지만 마실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서- 할 말이란게 뭐야>

어렵게 입을 열었을 때, 그녀는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창 밖을 무심한 듯 바라보았다.

<우리 이제 헤어져>

기다렸다는 듯이 내뱉는 한 마디. 예상하고 있었지만 듣고 싶지 않은 말.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가슴에 칼이 박힌 것처럼 뜨끔했다.
시큰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 내 모습은 약간 우스웠으리라.

<설레지 않아>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내 앞에서 활짝 웃으며 나를 사랑한다 했던 그 입술로 말을 이었다.

<오빠한테 더 이상 두근거리는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아... 하지만 난 그 두근거림이 그리워>

나도 모르게 그녀의 눈을 피했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떨궈졌다.
가슴에 꽂힌 칼날은 내 속을 난도질했다.

<난...>

그녀는 내가 말을 고르는 순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것은 고통이었다.

<나는 너와 평생 함께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잠시 기다리더니 숨을 한번 내쉬고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 맘이라는게 어쩔 수 없잖아>

그리고 창 밖으로 무심히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오빠는 22살 밖에 안 된 여자랑 평생을 생각했던거야?>

순간 내 머릿속의 추억들이 작은 조각이 되어 산산히 부숴졌다.
아무 말도 이을 수 없었다. 지금 상황조차 견디기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그녀의 마음을 돌려야겠다고 무언으로 외쳤지만, 어떻게-?

내가 얼마 동안 흔들리는 눈으로 커피를 노려보았는지
불안하게 떨리는 손을 감췄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섰고,
한참이 지나서야 난 커피가 차게 식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그 날은 7월 21일 수요일.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그녀와 나의 2주년 되던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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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9 12:4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