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을 뒤지다가 그리운 것을 찾았습니다.

공상을 좋아하던 한 친구가 있었죠

그 친구는 공의 경계를 읽고는, 오마쥬 라며 뭔가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지금 보기엔 패러디에 가깝지만)

얼마나 갈까 - 하면서 잊고 있던 어느날

종이 몇장을 꺼내 더군요.

"보여주는건 네가 처음이야" 라며-

A4 4장 짜리 프롤로그 글을 기대섞인 눈으로 제게 넘겨 주던 그 친구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서로 연락이 끊겨 버렸네요..

꿈을 이어가고 있을지.

아니면 세상의 무게에 눌려, 책상서랍속 깊이 숨겨져 있던 그의 프롤로그 처럼,

꿈도 어딘가에 깊이 넣어 놓았을지...

그냥 친구가 생각하며.. 조금 베껴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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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말을 마치자마자 슈는 미간을 찌푸렸다. 죽음의 냄새를 맡았을 때의 버릇이다.

[오른쪽이야.]

두 사람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어둠의 한 가운데로 달려 나갔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체는 3구. 슈의 영사에 의하면 공통적으로 내적요인에 의한 극도의 혼란 속에서 충동에 의한 죽음에 임했다는 점 뿐이다. 그 외에는 방법, 장소, 시간 등 어떤 것도 함께 연관지어 생각하기 힘들었다.

인간이 자살을 택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굳이 나누자면 외부 환경적 요인과 내적요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감당할수 없는 빚이라든가 연인의 변심들과 같이 거의 명확한 자살 사유가 도출되지만, 내적요인은 그렇지가 않다.

인간의 복합적인 심층구조는 그 자신이라고 할지라도 모두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내적요인에 의한 자살은 스스로가 자신을 충동질하여 죽음으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결국 마지막 결정은 자신이 한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그 심리에 타인이 개입되었다면?

그런 명확한 타.살. 이다.

우뚝,

빗속을 홀린듯이 내달리던 슈가 멈춰섰다. 가까이에 있다.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것이.

- 중략

[까앙]

금속이 부딫히는 거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은 이미 공중에서 서로의 무기를 나눈 후였다. 소년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인체 구조상 이해할수 없는 것이었다. 슈는 달려오는 반에게 맡겨두라는 의미의 손짓을 했다.

이 정도도 혼자 처리할 수 없다면 더 나아갈수 없다. 그리고 소년의 움직임은 놀랍지만 낯설지 않았다.

소년은 신체의 금제가 완전히 풀려버린 듯 했다. 저 상태로는 얼마 못가 스스로 자멸할 것이다.

[너는 어째서 이렇게 강한거지?]

소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얇게 베인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와 흰 셔츠는 이미 여기 저리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 도저히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길 수 있다고 했는데...무엇에라도..]

[그렇다면, 그건 여기까지다.]

중얼거림에 대한 슈의 대답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소년은 다시 한번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자신의 존재를 재 확인 하려는듯 살의에 찬 소년의 눈빛은 이미 인간의 것으로 보기 힘들었다.

[채앵]

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든 소년을 막아내며 얼굴을 찌푸렸다.

[치잇..!]

-중략

안쪽 어깨에서 반대쪽 가슴 부분까지 깊게 베인 소년은 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움찔거렸다.

[누구지? 네가 만난 녀석은.]

[줘 버렸는데...아무도...날..당할수 없게....해 준다고..그래서..줘..버렸는데.. 아니..나는..아니야...]

점점 잠자드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해대던 소년은 감정이 격해지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비와 눈물이 섞여 번들거리는 그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혼란으로 가득찬 눈동자는 목표를 잃고 여기저기 배회할 뿐이었다.

반은 그런 그에게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연민의 감정을 가졌다.

- 중략

[무슨 짓이야!!]

소년의 시신 앞에서 차갑게 내려다 보고 있는 슈를 향해, 반은 뒤늦게 소리쳤다. 그녀에게서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느끼지 못했다.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반에게 그녀는 산체의 가슴께로 가리키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봐, 이 녀석. 이미 먹혀버렸어. 멍청한 계약이라도 한게지.]

사체의 가슴에는 또 하나의 상처가 있었다. 상처라기보다는 타원의 구멍에 가까웠다.

[팔아 버렸어. 이 따위 힘을 얻는 것 대신에 말이지]

-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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