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있어서 미샤 마이스키의 영향은 상당히 큽니다.

음악이라는 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미샤 마이스키가 젊은 적 찍었던 바흐 무반주 첼로 영상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그리고 요요마, 로스트로포비치, 야노 슈타커 등의 연주도 접하게 되었지만 마이스키 특유의 조금 과장되고 느끼한 듯한 풍성한 소리는 한 때 저에게 첼로라는 악기 소리의 기준이었습니다.

한 번 공연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좋은 기회를 얻어 미샤 마이스키와 그의 딸이 함께 공연하는 것을 실황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를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쁨은 매우 잠시 뿐이었습니다.

타이스의 명상곡을 연주하는데.. 손가락이 돌아가지를 않는 그의 모습에서 어릴 적 영웅이 이렇게 늙어버렸구나. 그의 음악을 점점 CD로만 듣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첼리스트 야노 슈타커 선생님이 별세하셨다는 이야기도 작년에 들은 비보 중 하나였죠.)

그리고 유튜브에서 노마드처럼 돌아다니다가 작년에 찍은 이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영상을 보고 다시금 세월의 흔적을 느꼈습니다. 물론 거장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지만 빠른 테크닉을 요하는 부분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울컥하게 하네요. 작년 공연에서 봤던 그 느낌. 퇴보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던 화난 그 얼굴도 다시 기억나더군요.

어디서 어릴적 강한 아버지의 뒷모습이 초라해질 때, 내가 컸다라는 말을 보았는데 아마 비슷한 느낌이라 생각합니다.

참 일기장스러운 글인데 여기에다가 조심스레 남겨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5 19:5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