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시 리뷰는 개인 일기장에 손으로 쓰다가, 컴퓨터에 파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작년, 재작년에 1년동안 봤던 공연/전시 리뷰를 1년치씩 올려 봤지만 읽는 사람이 없었는데,

요즘 다른 분들 후기글이 올라오는 걸 보니 다시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2달 동안 음악공연 8번, 미술 전시 4번(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만 4번 봄) 봤습니다.

영화도 몇 번 보긴 했는데 더 아는 게 없어서 따로 리뷰를 정리하지는 않습니다.

========================================================

202번째 음악공연 관람

[고클래식 초대권 (혼자 봄)] 허효정 피아노 독주회    // 독특한 해석인지 연습부족인지 미묘

2016년 1월 6일 (수) 오후 8시 금호아트홀 전석 2만원 (학생할인 50%)

M. Ravel - Jeux d'eau

L.v. Beethoven - Sonata for Piano No.21 "Waldstein" in C Major, Op.53

R. Schumann - Symphonic Etudes, Op. 13

// 유작 변주곡 섞어서 연주했는데, 처음~etude 7 - 유작 변주곡 1,2번(3,4번은 뺀 듯?) - etude 8 - 유작 변주곡 5번 - 나머지 etude 9~12 순으로 연주함. 손이 큰 편인지 화음들을 한 번에 쳤고, 느림의 미학인지 좀 천천히 치는 편이었는데 etude 5, 7, 9가 특히 두드러지게 느렸음. 공연장에서 교향적 연습곡을 여러 가지 연주로 들었는데, 리스트처럼 날카로운 연주도 있던 반면 이날은 브람스 비슷하게 텁텁하고 무거운 느낌이었음. 그런데 etude 9처럼 '가능한 매우 빠르게(presto possibile)'로 나온 부분도 느리게 치는 건 해석이 독특한 건지 연습 부족인지 미묘했음. 막판에 큰 실수 하나 한 것 같은데 바로 맨 끝으로 넘어가서 끝남.

203번째 음악공연 관람 ★

[예매 with 모 고파서 님] 서울시향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2016. 1. 9 (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오후 7시 30분 B석 2만원 -> 18000원 (골드회원 할인 10% 받음)

(지휘 :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 바이올린 : 최예은)

멘델스존 - 바이올린 협주곡 Op. 64

// 세종 대극장이 음향 안 좋기로 유명해서 그런가, 그런 공연장 3층에서 봐서 그런가, 오케스트라가 소편성이라 그런가 소리가 멀리서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림. 2악장이 졸리지 않은 걸로 봐서 연주 자체는 괜찮았던 듯.

(바이올린 앙코르곡 : 윤이상 작곡 ‘작은 새’)

브루크너 - 교향곡 9번

// 기대 이상의 연주! 정명훈 씨 사퇴로 어수선한 시기지만 서울시향이 “나 아직 살아있다”고 소리치는 것 같은 연주였다. 베를린 필-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때도 그렇고, 독일 할아버지가 지휘하는 공연은 무조건 내 취향에 맞는 모양이다. 전에는 이 곡이 ‘1악장은 졸리고 2악장은 시큼하고 3악장만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날 연주를 듣고 다시 봤다. 브루크너 휴지도 뛰어난 지휘자가 해석하면 공백도 긴장감이 넘치는 기적을 보고 왔다. 앞의 협주곡 보고 교향곡에 큰 기대 안하다가 더 놀란 것 같다. 1악장은 졸릴 겨를도 없이 몰입했고, 2악장은 전에 느낀 이미지와 달라서 신선했고, 3악장은 원래 좋았는데 더 좋았다. 유튜브로 들을 때 못 느꼈던 부분이 새롭게 떠올라서 반갑기도 했다.

// 이날 팀파니 주자는 라디오프랑스필의 ‘장 클로드 젠젬브리’라고 함.

//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의 4악장은 거대한 사족’이라고 하는 걸 보고 일부 동감했던 적이 있다. 브루크너의 9번 교향곡도 4악장 없이 3악장으로 충분했던 것 같다. 물론 처음 조성(라 단조)과 끝 조성(마 장조)이 안 맞아서 미완성 티가 날 수도 있지만, 듣다 보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기분이 들면서 해탈하게 된다.

# 전시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중 3개 전시공간 봄, 1월 16일 - 모 고파서 님과 봄)

(관람료 : 서울관 관람권 4,000원으로 내부 여러 전시실 다 볼 수 있음)

기증작품 특별전 〈서세옥〉전

2015.10.27 ~ 2016.03.06 전시실1

// ‘사람’ 컨셉으로 대(大)자 모양으로 추상화된 그림들. 처음에는 낙서 같았는데 아무나 이런 발상을 하지는 못할 듯. 보다 보면 나름 재미있음. 한지에 먹으로만 그린 흑백 그림.

&

윌리엄 켄트리지 : 주변적 고찰 (William Kentridge : Peripheral Thinking)

2015.12.01 ~ 2016.03.27 전시실2,3,4 (전시실2 작품만 먼저 보고 나옴)

// 너무 많아서 2전시실만 먼저 봤고 3, 4전시실은 나중에 볼 예정. 덕심(...)을 자극할 줄 아는 작가인 듯? ‘시간의 거부’는 30분짜리 영상인데 5개 화면의 영상이 조금씩 다르고 영상끼리 이어진 부분도 있어서 최소 5번 + 2개씩 묶어서 그 사이를 보면 4번 = 9번은 봐야 각각 다 볼 수 있을 듯. 그냥 30분 죽치면서 한번 다 보고 나왔는데 다른 사람 중에서는 안 나가고 30분 그대로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음.

&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2015: 율리어스 포프

2015.11.10 ~ 2016.09.04 서울박스 (지하 전시실들 사이의 넓은 공간)

//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단어를 보여주는데 한글도 있고 키릴 문자, 아랍어까지 봄. 신기한데 단어를 집중해서 보느라 눈이 피곤했음.

204번째 음악공연 관람

[예매]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6번 // 이틀 연속 같은 프로그램 공연인데 연속으로 지름

2016년 1월 16일 (토) 20: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B석 2만원 (2층 오른편 맨 앞줄 예매)

(지휘 최수열 / 피아노 김다솔 / 서울시립교향악단) // 정명훈 씨 대타로 부지휘자가 지휘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23번

// 소편성(현 26+관 7명), 피아노 예쁘게 침. 1악장은 중간에 딴생각하다가 카덴차 전부터 다시 집중했고, 2-3악장은 다 잘 들음. 내 취향에 100% 맞지는 않아서 ★은 아니지만 잘 치는 편인 듯.

(앙코르곡 : 슈만 - 아라베스크)

말러 - 교향곡 6번 (연주시간 약 85분)

// 작년 부천필은 안단테-스케르초였는데 이번에 서울시향은 스케르초-안단테 순으로 연주함. 해머는 3번 때리는데 너무 세서 & 세 번째 타격이 있어서 깜짝 놀랐고, 하필이면 다음날 공연 보는 합창석이 딱 해머 가까운 자리인데 귀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중간에 타악 주자가 문 밖으로 나가서 연주하는 일이 몇 번 있었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위한 작곡가 지시인 모양이다. 깡통소리 같은 악기(카우벨, 워낭소리...)가 엄청 거슬렸는데, 원래 작곡가 지시가 그러니 그러려니 했다. 부천필 연주 때는 워낭소리가 눈에 안 띄어서 있는 줄도 몰랐는데 왜 다르게 들렸는지는 모르겠다. 보통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하프 소리가 거의 묻혀서 안습한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하프 소리가 꽤 많이 들렸다.

// 최수열 부지휘자가 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9일 에센바흐와 비교되어서 그런지 그냥 저냥 애매하게 들었다. 괜찮았는데 ★을 줄 마음이 들 정도는 아닌 연주?

// 표가 많이 팔려서(=자기 돈 내고 온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관객 매너는 좋은 편이었다. 부천필 서울공연은 초대권을 많이 뿌렸다고 들어서인지 4악장에서 운명의 벨소리 타격 세 번 듣다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는데, 서울시향은 그정도는 아니었다. 3악장 끝에서 한번 울린 정도? 연주 전에도 박수가 뜨겁더니, 연주 후 기립박수 치는 사람이 장난 아니게 많았다. 1층 특정 구역은 그냥 거의 다 일어나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 평을 들어보면 격려하는 의미가 컸던 것 같다. 연주 끝나고 브라보 할아버지는 좀 깨긴 했음. 좀 더 길게 여운을 즐기고 싶었지만 그래도 '안다 박수(= 곡 끝나자마자 내가 끝을 "안다"고 티내는 박수)'는 아니라 크게 불만은 없음. 팬서비스가 장난 아니게 좋아서, 단원들을 일제히 뒤돌아 합창석 관객한테 인사시키는 것 보고 다음날 합창석에서 볼 풍경이 기대되었다.

205번째 음악공연 관람

[예매] 서울시향의 말러 스페셜 // 이틀 연속 같은 프로그램 공연인데 연속으로 지름

2016년 1월 17일 (일) 17: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C석 1만원 (합창석 예매)

(지휘 최수열 / 피아노 김다솔 / 서울시립교향악단) // 정명훈 씨 대타로 부지휘자가 지휘

모차르트 - 피아노 협주곡 23번

// 전날과 반대로 1악장 초-중반 놓쳤던 부분은 집중해서 들었는데 후반부에서 집중을 깜박 놓침. 2악장까지도 좀 피곤한 상태였다가 3악장에서 집중력 회복. 글리산도 등 이상야릇한 기교는 없지만 깔끔하게 연주하기는 어려운 16분 음표들의 움직임 등을 보면, 쇼팽이 모차르트를 좋아하고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이해되는 시간이었음. 실력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지만 들리기는 무난하게 들림. 모차르트는 평이하게 연주하기도 어려운 작곡가인 듯.

(앙코르곡 : 그라나도스 - 스페인 무곡 5번 안달루시아)

말러 - 교향곡 6번 (연주시간 약 80~81분)

// 전날보다는 괜찮았는데 해머 코앞에 앉아서 그런지 조마조마해지고 해머 소리 나오는 타이밍만 신경 쓰게 됨. 현악기 밸런스 따위는 갖다 버린 합창석에서 금관악기와 타악기 소리 위주로 귀에 지지직 잡음(이명?) 들릴 정도로 실컷 들음. 연주 스타일 자체가 조금 바뀐 건지, 합창석이어서 그렇게 들렸는지는 모르지만 그놈의 워낭소리(카우벨)가 덜 부산스러웠고, 하프 소리도 전날보다는 덜 들렸는데 이건 타악기 소리가 크게 들리는 자리라 그런 듯. 전날보다는 낫지만 ★까지는 아니고 표값 하는 무난한 연주?

// 전날보다는 빈자리가 많아서, 3층과 합창석이 꽉 들어차고 1층 가쪽이나 2층은 텅텅 비었다. 공연 후 반응도 전날보다는 차분한(?) 편이었는데 연주 자체는 17일 공연 쪽이 더 나아서 좀 더 호응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인터넷 상의 반응도 전날보다 매우 좋아졌다는 식이었다.

# 전시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중 3개 전시공간 봄, 1월 21일 - 혼자 봄)

(관람료 : 서울관 관람권 4,000원으로 내부 여러 전시실 다 볼 수 있음)

윌리엄 켄트리지 : 주변적 고찰 (William Kentridge : Peripheral Thinking)

2015.12.01 ~ 2016.03.27 전시실2,3,4 (지난번에 이어 전시실 3,4 작품 봄)

// 지난번에 2전시실만 먼저 봤고 이번에 3, 4전시실을 봤다. 이번에는 혼자 봐서 심심했던 것도 있고, 2전시실에서 봤던 것처럼 혁신적인 기법 등은 별로 눈에 안 띄었다. 4전시실에서 책 종이를 모아 놓고 그 위에 잉크로 나무 그린 것이 재미있었고, 나머지는 영상보다도 음악을 더 들었다. 2전시실에서 본 작품 이상으로 신선한 시도는 안 보였고, 음악 들으면서 영상 좀 보다가 그나마도 보기 불편해져서(사회문제 등 암울한 영상들) 2전시실 때처럼 끝까지 다 안보고 조금씩만 봤다.

&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시리즈 2015)

2015.9.15 ~ 2016.02.14 전시실 5

// 퍼포먼스 ‘피아니스트와 조율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같은 곡(슈베르트 즉흥곡 op.90 중 1, 3번)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있는데, 매일 그 피아노에서 해머 하나씩을 빼서 점점 건반의 음이 하나씩 줄어든다고 한다. 처음 봤을 때 왜 이리 빠지는 소리가 많을까 싶었는데 설명을 보고 나니까 오늘 연주와 내일 연주가 달라지는 게 굉장히 신선했다.

# 전시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중 일부 전시 봄, 1월 22일 - 혼자 봄)

(관람료 : 서울관 관람권 4,000원으로 내부 여러 전시실 다 볼 수 있음)

2015 한-호 국제교류전 <뉴 로맨스>

2015.9.22 ~ 2016.1.24 전시실 6

// 좀 기괴한 작품이 많은데 가끔 참신한 것도 있었음. 혼자 봤으면 금방 나왔을 텐데 마침 도슨트 중이라 설명 들으면서 조금 자세히 보게 됨. 이해하기 편한 설명이라 감상에 도움이 되었음.

(+ 필립 가렐 <찬란한 절망> 등은 대충 보고 나옴)

# 전시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중 3개 전시공간 봄, 1월 24일 - 모 고파서 님과 봄)

(관람료 : 서울관 관람권 4,000원으로 내부 여러 전시실 다 볼 수 있음)

안규철 -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시리즈 2015)

2015.9.15 ~ 2016.02.14 전시실 5

// 나는 그냥그냥 괜찮았는데 같이 간 사람은 좀 별로였다고 함

&

2015 한-호 국제교류전 <뉴 로맨스>

2015.9.22 ~ 2016.1.24 전시실 6

// 몇몇 작품 빼고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같이 간 사람도 사회/윤리적 메시지를 너무 대놓고 강조해서 별로였다고 함

&

(+ 필립 가렐 <찬란한 절망> (전시실 7)은 영상 보다가 나옴)

&

윌리엄 켄트리지 : 주변적 고찰 (William Kentridge : Peripheral Thinking)

2015.12.01 ~ 2016.03.27 전시실2,3,4 (전시실2 작품만 먼저 보고 나옴)

// 전시실 5(안규철) - 전시실 6(한국&호주) - 전시실 7(영화) - 전시실 5 중 피아노 퍼포먼스(슈베르트 즉흥곡 90-1, 3번을 두 번 쳐서 30분) - 전시실 4 순으로 봤다. 피아노 퍼포먼스와 켄트리지가 제일 괜찮았다. 똑같이 사회적인 메시지 같은 걸 담아도 켄트리지가 기법도 참신하고 세련된 느낌이라는 데 둘 다 동의함. + 각각 다른 요일로 네 번 보면 기념품(컵) 주는 행사 중이었는데 네 번 채웠더니 기념품이 소진됨ㅠㅠ

206번째 음악공연 관람

[예매] [아름다운 목요일 2016 금호아트홀 라이징스타 시리즈] 아벨 콰르텟

2016년 1월 28일 (목) 금호아트홀 전석 3만원 (쿠폰 써서 2만원에 예매)

(아벨 콰르텟 : 바이올린 윤은솔, 이우일 / 비올라 김세준 / 첼로 조형준)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 현악사중주 제31번 b단조, Op.33/1 Hob.III:37

// 의외로 격한 부분도 있음, 연주시간은 18~19분 정도

프란츠 슈베르트 - 현악사중주 제10번 E-flat장조, D.87(Op.125/1)

// 좀 빠르게 연주한 느낌, 연주시간 20분. CD로 듣던 것보다 훨씬 생생함

루트비히 판 베토벤 - 현악사중주 제8번 e단조, ‘라주모프스키’, Op.59/2

// 연주시간 35분, 유튜브로 듣다가 무대에서 보니 멋진 곡이었음

(앙코르곡 : 베토벤 현악4중주 13번 Op.130 중 2악장 / 바흐 G선상의 아리아)

// 현악기 사이의 호흡이 척척 맞는 걸 보면서 수준 높은 연주를 보는 실감이 났음.

207번째 음악공연 관람

[현장예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209회 정기연주회-박영민의 말러 제4번 ‘천상의 삶’

2016-02-04 (목) 오후 7:30 ~ 9:30 부천시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 전석 1만원

(지휘 박영민 / 바리톤 정록기 / 소프라노 박현주 /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말러 -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바리톤 : 정록기)

Ⅰ. 그녀의 혼례날은 (Wenn mein Schatz Hochzeit macht)

Ⅱ. 아침 들을 거닐면 (Ging heut’ Morgen uber’s Feld)

Ⅲ. 타는 듯한 단검으로 (Ich hab’ ein gluhend Messer ein mein Brust)

Ⅳ. 그녀의 파란 두 눈이 (Die zwei blauen Augen von meinem Schatz)

// 제목이 ‘젊은이의 노래‘인 만큼 젊은 사람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아저씨 목소리도 듣기에는 좋았다. 다만 오케스트라 소리가 커지면 바리톤 목소리가 묻히는 게 좀 아쉬웠는데 그냥 듣는 것에 의의를 두고 큰 기대 없이 가볍게 들었다.

말러 - 교향곡 제4번 사장조 (소프라노 : 박현주)

// 작년 후반부터 말러 4~6번을 연달아 듣게 되는데 상큼 발랄해서 듣기 편했다. 9번 다음으로 좋아할 것 같다(5번은 별로 내 취향이 아니고, 6번은 몇몇 부분은 좋은데 전체적으로는 아직 물음표). 유튜브 연주 중에는 처음 썰매방울 소리가 너무 늘어지는 해석도 있어서 그러지만 말았으면 하고 갔는데, 적당한 속도로 흘러간 것 같다. 특별히 느리진 않았는데 끝나고 보니 연주시간 60분. 5번 맨 처음에도 나오는 트럼펫 멜로디도 인상깊었다. 소프라노는 2악장 끝나고 들어왔는데 3악장 내내 앉아 있다가 4악장 10분 동안 노래했다. 느린 3악장 뒤에 들어와서 박수 받았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졌을지도 모르는데 빠른 2악장 뒤에 숨고를 때 들어오려는 의도였지 않을까 싶었다. 2악장에서 악장이 바이올린 2대를 번갈아 쓰는 걸 보면서, 말러는 교향곡마다 희한한 시도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6번의 나무망치(떡매) 및 워낭소리, 5번의 트럼펫 시작에 이어 4번은 썰매방울에 바이올린+피들인가 싶었다.

(앙코르곡 : ?)

// 환풍기 소리가 거슬렸다. 아이들이 많이 오긴 했는데 내 주변에는 없어서 다행이었다. 올 수 있을지 모르다가 당일 시간 되어서 갑자기 온 거라 공연장 현장예매였는데 자리가 거의 다 나가고 양 옆자리 정도만 남아서 오른편 끝 구역에서 앞쪽 2번째 줄에 앉아서 봤다.

208번째 음악공연 관람

[고클래식 초대권 with 모 고파서 님] 김윤선 비올라 독주회 “Violist Loves Beethoven”

2016년 2월 16일 (화) 오후 8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전석 2만원 (학생할인 50%)

(피아노 민경식 / Ensemble Soave(바이올린 전나경, 이문영 / 첼로 이지영)

L. v. Beethoven - Notturno für Bratsche und Klavier Op. 42

// 베토벤의 초기 작품 편곡인데, 엄밀히 말하면 베토벤 작품이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한 곡. 유튜브로 들을 때는 연주가 드문 곡이지만 지루했는데, 공연장에서 들으니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바이올린보다 묵직하고 소리가 굵은 느낌이 좋았다.

R. Schumann - Adagio und Allegro für Bratsche und Klavier Op. 70

// 집에 있는 음반은 호른 연주 버전인데, 현악기 특유의 느낌으로 들으니 신선했다. 피아노 파트는 내가 쳤던 슈만의 다른 곡의 멜로디도 조금 들렸다. 같이 간 사람은 ‘빠른 부분은 좋은데 느린 부분이 아쉽다’고 함.

L. v. Beethoven - Große Fuge Op. 133

// 첼로 빼고 세 명은 서서 연주했다. 팔 움직임이 로봇처럼 보였다. 연주시간 15~16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평소에는 ‘악보를 보면 그냥 들을 때 못 보고 지나쳤던 부분이 눈에 잘 들어온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반대 경험을 했다. 악보를 볼 때는 처음 주제와 뒷부분을 연결짓지 못하고 뒤로 가면 별로 집중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들어보니 조성이 바뀌고 겉보기에 멜로디 등이 달라 보여도 처음 주제가 어딘가에서 계속 나오는 것이 보였다.

// 베토벤 대푸가를 위한 공연이었다. 프로그램 중 대푸가 하나 보고 초대권 신청해서 보러 갔다. 쉬는 시간 빼고 순 연주시간이 1시간이 채 안 되는 독주회는 관악기, 성악 공연 빼고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다 만족하고, 9시 10분쯤 끝났지만 집에 가기 좋아서 깔끔했다.

209번째 음악공연 관람

[현장예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210회 정기연주회 - 프렌치 클래식Ⅰ

2016-02-26 (금) 오후 7:30 ~ 9:30 부천시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 전석 1만원

(지휘 박영민 / 피아노 문지영 /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라벨 - 라 발스

// 피아노 독주 편곡이 독주회에 자주 나오지만, 이 곡은 원래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게 맞는 것 같다. 곡을 모를 때는 빈 왈츠를 깨부수는 수준의 곡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 들어보니 빈 왈츠에 대한 오마주에 더 가까울 것 같았다.

라벨 - 피아노 협주곡 사장조 (피아노 문지영)

// 1,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가 8-8-6-6-4명씩 배치됨(고음역으로 좀 쏠린 건가 했는데 찾아보니 원래 편성이 그랬음). 2악장은 피아노 혼자 사색하는 전반부는 잘 듣다가 오케스트라 나오면서 졸았음. 라벨답게 매우 어려운 곡을 잘 치긴 한데 큰 감흥은 못 느끼고 들음. 내가 둔한 편인지 그냥 평이하게 듣고 나왔는데, 공연 후 인터넷 평들을 보면 혹평이 많았다.

(피아노 앙코르곡 : 드뷔시 - 아마빛 머리의 소녀)

무소르그스키 - 전람회의 그림 (라벨 편곡)

: 프롬나드 1 - 1곡 난쟁이(Gnomus) - 프롬나드 2 - 2곡 고성(Il vecchio castello) - 프롬나드 3 - 3곡 튈르리 궁전. 아이들이 놀이 뒤에 벌이는 싸움(Tuileries. Disput d’enfants après jeux) - 4곡 비들로(Bydlo) - 프롬나드 4 - 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Ballet of unhatched fledglings) - 6곡 폴란드의 어느 부유한 유대인과 가난한 유대인(Two Polish Jews, rich and poor) - 7곡 리모주의 시장(Limoges, The Market Place) - 8곡 카타콤(Catacombae) - 9곡 닭발 위의 오두막집(The Hut on Fowl's Legs) - 10곡 키예프의 대문(The Heroes’ Gate at Kiev)

// 아주 독특하고 멋진 곡. 이 곡 덕분에 이날 공연 표값은 건진 것 같다. 유명한 곡이고 피아노 독주 원곡도 자주 올라오지만 본 적은 없었는데 이제야 처음 봤다. 5곡 ‘껍질을 덜 벗은 햇병아리들의 발레’가 들으면서 제일 생생하게 이미지를 떠올린 곡이었고, 10곡 ‘키예프의 대문’은 제일 유명하지만 9곡에서 끊어지지 않고 바로 이어지니까 꽤 감동적이었다.

(앙코르곡 : 라벨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이날 공연은 협연자가 문지영이라 그런지 예매율이 높았다. 혹시 매진되었을까봐 서울에서 가기 전에 전화로 물어보니 매진 안 되었고 현장 예매분 남았다고 해서 가보니, 2층 자리를 일부(한 줄 정도? 앞사람에게 시야 가려지지 않게 배려해준 듯) 개방해서 그런 거였다. 한동안 2층은 아예 닫아놓다가 오랜만에 열려서 2층 앞 중간에 앉았다. 1층에서 어린이들이 소란을 피우던지 핸드폰을 켜던지 말던지, 2층에서는 1층 객석이 아예 보이지도 않아서 그런 스트레스는 안 받고 편안히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