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양들의 침묵'에 등장하는 '렉터'를 가장 아름다운 살인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양들의 침묵을 처음 접한게 영화가 아니고 소설이었는데요,
초등학교 5학년때 명절에 친척 댁에 놀라가서
대학생 사촌누나의 책을 몰래 훔쳐보다가
너무 재밌어서 집에 들고와 그 날 저녁에 완독했습니다.

엄청난 에너지가 책에 흘러넘치더군요.
그야말로 어린 아이의 마음을 휘저어놓았습니다.
자극에 덜 익숙해져있던 어린 나이여서 더욱 충격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수의 살인마들에 비해, 렉터는 '양들의 침묵' 내에서 많은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극 중 연쇄살인의 중심이 되는 살인마는 따로 있고요.

그러나 다른 살인마들에 비해 중압감이 남달랐습니다.
대단히 점잖고 예의바르지만
그 이면에는 귓바퀴의 연골까지 남김없이 찢어발길듯한 흉악함을 억누르고 있는 느낌이랄까..
오로지 물리적인 잔인함을 끝없이 드러내는 여타의 살인마와는 확연한 차이점이 있죠.


3년쯤 후에 비디오로 보게된 양들의 침묵은 또다른 맛이 있었습니다.
안소니 홉킨스는 렉터의 현신이었고요.
저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양들의 침묵을 극장에서 보고, 오들오들 떨며 집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후로 많은 영화를 접했지만, 점차 자극에 익숙해져서인지 렉터만큼 강련한 살인마를 다시 접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우연히 케이블에서 접할 때마다 끝까지 보게 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18:5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