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 자작
해바라기가
목을 하늘에 달아둔 것은
해를 향한 고결함 때문 아니라
그렇게 태어나 자람 때문이다
어디에선가
이루지 못할 것과
얻지 못할 것들에만
명(命)을 갉아 집착하는 이가 있다
굳이 왜 그런 것을 구하느냐는,
진심 같은 충고 속에서도
그의 피에 흐르는 유산을
결코 이해 받지 못하는 이가 있다
몰이해는 구원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니
하늘을 향한 것들은
비장한 숙명들이다
정다운 제 벗들은
제 발치에 있는 것을 알면서
뻣뻣한 고개 쳐들어야하는
꼬장한 외로움이다
여름이 지나고서야
무거운 고개를 숙이고
벗들을 향해 꽃잎을 떨굴 것이다
그리고
씨앗이 맺힌다
------------------------------------------------------------------
사진협찬 Robb
포토게시판 'wilted' 검색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06: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