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해링. 이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사망한 팝아티스트라는 것, 원색 계통의 단순한 그림을

그리는 그린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전시를 보고 나니 보러 가기를 잘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전시실 안에서 상영되는 비디오에서, 원색 계통의 단순한 그림이 사회개혁을 추구하는 의도로 제작된 것이며 원시 동굴 벽화

형태와 비슷하다는 설명을 들으니 '아 정말 그렇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그 시대의 혼란과

고민이 선명한 에너지로 표현된 그림이었기에 그토록 단기간에 많은 반향을 일으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기호학을 공부한 영향도 있을 테지요.

 키스해링은 배타적인 예술계를 지양하고 대중의 곁으로 나아가고자 했습니다. 직접 보통 시민들과 함께 작업하기도 하고

본인의 작품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팔기도 하고. 얼핏 비디오에서 본 바에 의하면 바가지 씌워서 파는 것도 아니고 정말 순수한

의도로 판매하던 것 같더군요. 본인의 말마따나 정말 대중의 호응에 의해서 시작한 판매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소비문화를

조롱하며 등장했으나 그에 안주하고 별다른 사회참여를 보이지 않은 앤디워홀(어쩌면 그의 세계를 숭배하는 대중들까지도

조롱한 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 앤디 워홀 안 좋아함)보다 상당히 발전한 팝아티스트가 아닌가 합니다. 이런 점에서

전시회가 아쉬운 점은 팝샾 상품이 너무 비싸다는 것. 공연 기획 대표이사님 설명으로는 무조건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군요.. 진정한 작가의 목소리를 느끼고 싶다면 비디오가 상영되는 25분을 놓치지 마세요. 작가가 원하던 대로 아이들이

조각도 만지면서 감상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어쨌든 살아 있는 키스해링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표값은 톡톡히 하는 전시라고 자평합니다. 저도 관람한 보람을

느껴요.

 작품에 대해서 평하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5전시관 내용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나리자 등의 명화와 예수마저도 맘껏

변형시킨 낙서같은 느낌이 좋았습니다. 지엄한 예술선배들과 인류역사상 최고의 슈퍼스타 지저스 크라이스트까지 깔 수 있다는

그 자신감과 자유가 부러웠습니다(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4전시관이 19금이라는 것. 아무 문제 없습니다. 오히려 5전시관

이 더 적나라합니다...)

워커에반스전

 그저 올림픽공원에서 가깝기에 찾아서 감상했는데 관람료가 상상이상으로 비싸더군요. 7천 원. 일단 그냥 봤습니다. 기사 스크랩

모음이 있길래 보다보니 괜찮은 작가겠구나 하고 기대를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이런... 맛만 보여주고 접시를 빼앗아가는

느낌입니다. 감질나요. 하층민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정부의 기획에 의해 워커 에반스가 찍은 사진들이 주류인데

노동자와 그들의 생활공간이 몇 장 나오다 끝납니다. 그 시대의 삶을 엿보고 싶었으나 블라인드 사이로 비치는 빛만 본 느낌.

베이브 루스의 은퇴경기 등의 사진을 기대했으나 재탕에 삼탕한 사진들. 돈 아까웠습니다. 흑백사진의 느낌은 좋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