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음의 경계
- 자작
자리에 앉아있는데
졸음이 옵니다
어쩌면 졸음의 증상이 온다는 편입니까
하품 하고
코끝이 찡해지면
저 맨 뒤 윗어금니 쪽부터
눈썹까지가 뻐근해지면
눈은 매캐하게 시리고
눈커풀은 점점 아래로 자라는 느낌입니다
어느새 자란듯한 눈꺼풀을
억지로 한 번 접어 올려봅니다만
애석하게도 유난히 두꺼운 내 눈꺼풀에
쌍꺼풀은 지지 않겠지요
숨은 거칠게 시작되다가
막 콧구멍을 지날 즈음엔
한없이 늘어져서는
뜨뜻하게, 뜨뜻하게
그 주변을 회오리 칩니다
고때쯤이면 입술도 힘을 잃고
앞으로 조금 내밀어져서는
천천히 흘러내리는 느낌인데요
양눈썹의 바깥쪽 끝도 같이
살짝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짜로 그런걸까요, 알 길은 없지만
눈이 완전히 감기는 순간
눈알은 뒤로 부드럽게 당겨지고
코끝은 따뜻해지고
사지는 이내 무너져 버립니다
그 순간은 온통 기묘하므로, 신성한 것이라
수백번의 졸음을 차곡차곡 버텼습니다, 그러나
사지가 무너지고 흘러내리는 그 순간
눈동자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기 시작하는 그 순간
그 순간의 기억은 제게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 그대에게 빠진
나른한 졸음 같은 사랑의 기억은 안타깝게
아무리 찾으려도 그 경계를 찾을 수 없지 않았겠습니까
깨어나면 몽롱한 어지럼 속에
꿈만 남는 것 아니겠습니까
졸음도
그리고
당신도
---------------------------------------------------------------------------------
저는 지난 5개월 동안 주로 익명게시판에 서식하면서 밤이면 제가 좋아하는 시며,
혹은 제가 썼던 시를 올려왔습니다. 익명게시판이 리뉴얼이 되면 사라지기는 해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꾸준히, 어떤 시들은 꽤나 여러번 올렸습니다.
그래서 아주 가끔 새벽의 익명게시판은 자기가 좋아하는 시들을
올리는 즐겁고 흥성스러운 곳이 되곤 했습니다.
점심을 먹고나니 잠이 오는군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23:4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