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거 같다구요? 그런데 왜 여기서 주무시고 계신건지…"

"면접이 8시부터 였거든요."

"그런가요? 전 9시라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지 않을 텐데요. 제가 기억하기론 확실히 8시였어요."

다케히코는 대답 대신 사토시가 보낸, 면접장소와 시간이 적힌 핸드폰 메일을 보여주
었다. 여자는 핸드폰 가까이 고개를 들이밀고서는 문자를 확인했다.

"아. 이거 인정할 수 밖에 없겠는데. 그렇네요. 9시에요." 그 여자는 인정하기는 싫지
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일찍 오신 거잖아요. 그런 준비성이라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구요."

"아. 그렇군요." 여자는 다케히코 특유의 농담과 진담의 경계가 불분명한 말에 살짝 미
소를 지었다.

"그런데, 실례지만, 비서자리에 지원하시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절 응원하실 여유가
없으실 텐데요."

꽤 핵심을 찌르는 여자의 물음에 다케히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역시 그렇긴 합니다만." 다케히코는 고개를 숙인채로 대답하고, 검정색 넥타이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사실 그렇게 꼼꼼하게 손질할 필요가 없는, 비싸봤자 500엔 정도
가 될까 말까한 저가의 레이온 타이였지만, 다케히코는 요란할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먼지를 탁탁 털어내더니, 그것도 모자라 손톱으로 올 사이에 낀 먼지를 긁어내고 있었
다.

요란한 소리와 행동에 이제 잠이 완전히 깨버린 여자는 펜스 너머로 동물원의 코끼리
를 바라보듯이 다케히코의 행동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저기…, 이 일 그다지 원해서 찾아오신 건 아니죠?"

"네? 글쎄요…  그보다, 그걸 왜 물어보시는건지."

"아니. 어쩐지 모르게 그렇게 보였어요."

"아. 제가 그렇게 보였습니까?"

다케히코는 이제 넥타이의 먼지를 터는 일도 그만 둔채 잠깐 생각에 잠겨버렸다. 하얀
먼지가 희부연 햇빛에 비쳐 흩날리고 있었다. 그대로 시간이 조금 지나 흩날리던 먼지
의 절반 정도는 가라 앉았을 때 다케히코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말이죠. 뭐 이런 말까지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변호사
비서 자리……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있을리가 없지 않습니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4 11:5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