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연극처럼 대본을 다지기보다는 순간의 생명력을 잡아내야죠. 제가 시나리오를 정독하지 않는 이유기도 해요
- 연극은 대본을 계속 보고 다지는 작업이죠. 그렇게 다진 내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인데 영화 시나리오를 여러 번 보면 익숙해져 버려요
- 저는 대사를 제일 늦게 외우는 배우였어요. 연출 선생님께 불성실하다고 많이 혼났죠 내일모레가 공연인데 대본을 들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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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배우이기에 그가 하는 모든 말이 미화될 수 있지만,
사실 어찌보면 그의 인터뷰 대화내용인즉, '나는 노력하는 배우가 절대 아님' 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배우가 시나리오조차 보지 않는다니..)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가 탑이 된 이후에 느슨해진게 아니라, 연극하던 시절부터 치열한 노력같은건 결코 하지 않았다는거.
재능, 노력, 연륜, 경험, 좌절, 외모, 발성, 감성, 사색...
배우가 배우로서 인정받기 위한 여러 요소.
대한민국 유일무이의 탑 배우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을 배우, 송강호를 이끌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남들 하는만큼 공부도 해보고, 취미 이상으로 운동도 해보면서 느낀 바는
'노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지는 한계가 있다.', '노력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나 가치있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한 분야에서 탑이 된다는건 타고난 재능이 없으면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특히나 감각이 큰 영향을 미치는 예체능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러하겠죠.
(이게 참 미묘하고 역설적인 얘기인데요, 노력이 의미없다는 얘기가 결코 아닙니다.
99.9%의 보통 사람들은 얼마든지 노력으로 재능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또한 정말 하찮은 재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그것을 열심히 갈고 닦은 사람이 전혀 하지 않은 천재보다 뛰어납니다.
요컨데 0.01%의 천재가 흥미를 느끼고 약간의 노력을 할때 무서워진다는 얘기.)
링크된 기사의 인터뷰 전문을 보자면 그는 배고프던 연극 시절에도 결코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막 대사 외워서 그 느낌이 생생할때 무대에서 폭발시키는 느낌이 좋았다고 회고하는데,
흡사 시험 전날 벼락치기해서 전교 1등하는 얄미운 친구와 다를바 없죠.
그나마 연극배우 시절이 열심히 했던 시절이라고 하니 영화로 전업한 이후에는 더 말할 나위 없을테고요.
뭐랄까, 저는 이 기사를 보면서 한량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인기 배우들이 '항상 기억에 남는 배우로 남고 싶다.', '늙어 죽는 날까지 무대 위에서 죽고 싶다.'고 소회를 밝히는 반면
그는 "이제는 후배들한테 양보해야죠. 새로운 관점에서의 출연 (조연을 의미) 도 해보고요."라고 쿨하게 말합니다.
일상이나 가족에 대한 책임감 따위는 접어두고 마음가는대로 살면서 되면 좋고, 아님 말고 하는 식의 유유자적.
어느 분야에서도 천재로서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저로서는 그들의 사고체계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겠지만
천재들은 이를 악물고 노력하지 않는만큼, 명성에 대한 미련도 덜한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그를 이끈건 재능이 팔할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기에 대한 절박한 동기가 있어서 지금까지 연기를 한것도 아니고,
그저 연기가 제일 재밌고,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남들로부터 인정도 받고
어찌어찌 살다보니 이 곳까지 흘러온 그런 바람같은 삶이 송강호의 삶이 아니었을까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5 14:4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