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릎팍도사를 잠깐 보면서 한국에서 연기 잘하는 여배우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무릎팍도사를 보기 전에도 윤여정씨는 참 연기 잘한다고 생각해왔어요.

윤여정씨를 특별하게 생각하게된 계기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면서였는데,

"나는 어린애들 싫어."

"자식도 없고 가족도 없고 가진건 돈뿐이고 할거라곤 쇼핑밖에 할줄 없는 나이먹은 여배우가 좋아보여?"

라는 대사 치는 장면에서

이게 연기인가 실제인가, 혼연일체라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전율을 느꼈어요.

윤여정씨 참 연기 잘합니다.

그와 더불어 나문희씨의 연기도 일품입니다.

영화 열혈남아 보시면 그 분의 빛나는 연기를 느끼실 수 있을거예요.

개인적으로 열혈남아는 개봉시기가 참 안좋았던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열혈남아는 무척 내러티브도 진중하고 보는 재미도 있는, 그저 '조폭이 소재일뿐인' 수작이거든요.

그런데 하필 한창 대중들이 삼류 조폭영화들에 신물을 느끼고 있던 참에 개봉되는 바람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묻혀버렸죠.

열혈남아의 주축을 이루는 주조연들이 죄다 연기를 잘하지만 그중에서도 나문희 여사는 주인공인 설경구를 압도해버립니다.

앉아있는 모양새만으로 엄마 생각나고 안쓰럽고 그래요.

많은 사람들이 나문희 씨를 그저 수더분하고 펑퍼짐한 보통의 어머지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지만 (하이킥의 영향이 크다고 봄)

실제로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은 정말 폭넓습니다.

대조적으로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는 호텔 CEO로서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준 바 있죠.

그 외에도 연기 잘하는 중노년의 여배우들을 바라보며

한편으로 그에 비해 포스가 덜한 중노년의 남배우를 떠올리니 왜 그럴까..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는데 

오늘 무릎팍도사를 보며 어느 정도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남배우들이 버라이어티에 나오면 취미생활, 연애사 등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반면

여배우들은 오로지 연기, 연기에 관련된 인간관계가 이야기의 주축을 이룹니다.

다시말해 남자배우들은 시간과 돈의 여유가 생기면 이런저런 흥미거리를 만들어 다양한 재미를 느끼고 살려 노력하는데 반해,

여자배우들은 사생활에서 그리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연기에 목숨 걸어버립니다.

연기가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가.. 그런 절박함이 바로 훌륭한 예술혼의 자양분이 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