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 목요일

오늘은 걍 집에서 처 쉬기로 했다. 말 그대로 처 쉬었다 (일기도 4줄 써놓음). 눈을 뜨니 오후 2시 반이었다. 어제 몰래 냉방 실내 온도를 조절했더니 좀 괜찮더라. 배가 고파서 뭐 혹시 요리를 할 수 있을까 싶어 냉장고를 열었더니 포장된 다진 고기 하나 있는게 전부였다. 그것도 새거라서 뜯기도 참 뭐하고..찬장을 열었더니 캔으로 된 요리들도 다 새거라서 식은땀이 다 나더라. 결국엔 배고프면 먹으라고 했던 시리얼을 봤는데 그것마저 새거였다....하지만 뭘 먹긴 먹어야 될 듯 해서 용감하게 포장을 뜯고 우유와 함께 맛있는 시리얼을....이런건 초등학교때 이후로 처음 먹어본다. 우유가 무슨 실크 뭐시기였는데 자세히 보니 색도 좀 뭔가 오묘하고 맛도 약간 오묘하였다.

시리얼이랑 구석에 있던 쿠키 좀 깨작대고선 노트북으로 뉴욕에서 묵을 곳을 좀 알아봤는데..아 우선 컴퓨터가 개같이 느려서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 작업표시줄에도 아이콘이 줄줄이 있고 바탕화면도 여백의 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 진짜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다. 뭐 어쨌든 인내심을 가지고 이것 저것 알아봤는데 우선 뭐 아는게 없으니 알아본게 한인 민박인데 자리가 있을리가 없지..그래서 걍 때려치고 있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흘러 피터가 퇴근해서 돌아왔다.

'숙소 어쩌지 ^^;;' 이랬더니 피터가 너무 그렇게 맨하탄 근처나 한인민박 알아볼 생각만 하지 말고 넓게 생각해 보라고 하더라. 결국 그의 도움을 받아 Newark에 있는 별 한개짜리 호텔을 예약하였다. 택스 빼고 1박에 50불..정도였는데 뭐 왔다갔다 교통비 대충 따져도 괜찮은거 같더라. 역시 사람은 많은 경험을 해봐야..(미침)

급호텔예약을 하고, 또 친절하게도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가는 버스도 피터 형이 다 알아봐 와서 거기까지 예약하였다. 아 진짜 짱 친절하다. 물론 나는 뻔뻔하였기에 마지막 저녁까지도 얻어먹으러 나갔다 ^^ㅋ (쓰레기).

집 근처에 있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조지타운으로 가서 킹코스에 들러서 피터형의 리조트 매각 관련한 서류들을 팩스로 보내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짐도 싸고..자기 전에 이런 저런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었다. 군대 얘기도 하고..가져갔던 선물도 뜯어 보고..정확히 몇살인지는 모르지만 나보다는 그래도 오래 살아서 그런지 뭐 이런저런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더라.

8/15 금요일

아 뉴욕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에 피터형과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 작별을 하였다. 주말에 일 때문에 뉴욕 쪽에 올 수도 있다고 해서 나중에 꼭 다시 보기로 하고 빠이빠이 하였다 (결국엔 이게 마지막이었지만..). 버스가 서는 곳을 확인하고 잠깐 시간이 비어서 대충 커피랑 뭐 이상한거 하나 대충 먹고 버스에 탑승하였다. 뭐 왠 가이드 같은 사람이 뭐라고 뭐라고 설명하고 뭐 패스워드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받아적으라고 그러고..(근데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이 패스워드의 정체를 모르겠다) 어쨌든 버스는 출발하였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뉴욕으로 향하였다. 옆 자리에는 왠 여성 동무가 앉았는데 그래봤자 나의 존재감은 마을버스 타고 가는 길에 창밖 가로수 옆에 있는 비타500박스 만도 못한 존재감...

한 4시간 즈음 걸릴거라 생각했는데 뉴저지에서 맨하탄으로 들어가는 길에 진짜 퇴근길 논현역-신사역 싸대기 후려 치는 지옥의 교통정체를 겪어서 예상보다 한 2시간은 더 걸려서 도착하였다. 아 이제 뉴욕이다. 버스에서 내렸더니 개 정신 없다. 정신 바짝 차리고 뉴저지로 가는 기차를 타러 펜스테이션으로 갔다. 아 근데 path rail을 타고 가라고 했는데 이 빌어먹을 뉴욕에 처음 오는데 그게 어딨는지 어찌 알아..거기다 사람도 개많아서 뭐 어쩌다 보니 개 비싼 NJ transit을 타고 이동하게 되었다. 어디서 타는지도 몰라서 어렸을때부터 써오던 사람의 흐름을 따라가서 어찌저찌 물어봐서 탔다..

Newark 공항에 내려서 호텔에 전화를 해 셔틀을 어디서 타는지 물어보고 또 어찌 저찌 찾아가서 (놀라운 자생력) 셔틀을 타고 숙소에 도착하였다. 음..뭐 별 한개라서 큰 기대는 안했는데 뭐 생각보다 괜찮은거 같더라. 이정도면 만족이다. 하나 단점이 있었는데 다른 방의 소리나 진동 같은게 잘 차단이 안되었고 옆방에는 커플이 묵었다는 거였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진동침대 경험도 하고 뭐......

뉴욕 여행 중 묵은 숙소 (밤이 되면 진동침대로 바뀌는 놀라운 과학 기술의 세계!(개뿔))

뭐 그럭 저럭 지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