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오거리 근처 사는 분들은 지나가다 한 번쯤 보셨을 그 신원오리입니다. 사실 우리가 점심먹으러 가는 밥집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요. 어떤 느낌이냐면 벽산아파트 주민분들이나 교수님들이 가는 고깃집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 후기를 올리는 건...... 점심때만 파는 오리불고기 쌈밥의 미친 가성비 때문입니다. 오늘 점심때 친구랑 돌아다니다가 끌리는 거 있으면 먹자고 했는데, 오리고기 점심메뉴로도 판다는게 신기해서 들어갔더니 의외의 대박!!

일단 가격이 착해요. 두툼한 오리불고기에 쌈, 찌개까지 주는데 7천원입니다. 그런데도 사진 보시면 구성이 되게 알찹니다. 반찬 가짓수도 꽤 되는데 무나물, 짠지같은 구색맞추기용 반찬 하나도 없고요, 다 젓가락 한 번씩 갈 만한 것들입니다.

게다가 사진으론 알아보기 힘들지만, 제가 이 집에 감동했던 건 반찬 하나하나를 맛있게 만들려고 고민한 티가 나서에요.

메인인 오리불고기는 다양하게 들어간 재료맛이 잘 느껴져서 좋았어요. 고기는 물기없이 두툼하고 야채/버섯은 아삭한게 기본기에 충실합니다. 그리고 양념엔 참깨랑 참기름이 들어가서 밥 슥슥 비벼먹으면 핵꿀맛! 무엇보다 신기한 건 양념에 은행알이 열 개쯤 들어있는데 골라먹는게 은근 재미집니다.

두부도 진짜 맛있어요!! 양념불고기랑 같이 먹으면 양념의 자극적인 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좋은 조합이에요. 근데 부친지 얼마 안 됐는지 겉만 살짝 바삭한데다가 양념장에서 참기름향 나는게 중독성있어요.

된장찌개는 고깃집 st. 된장찌갠데 두부랑 바지락 엄청 들어갑니다. 시원해요!!

마지막으로 김치가 정말 괜찮았어요. 저 지방출신이라서 젓갈이랑 다른 재료 많이 들어간 김치 좋아하는데, 여기 김치가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묵은지 볶음 감칠맛 장난아니고요, 열무김치도 딱 적절하게 시원해요. 

솔직히 지금까지 칭찬만 쓴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던 걸 적자면, 남자 둘이 가면 고기 양이 살짝 부족할 수도 있고요 사람 북적거려서 도떼기시장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안 친절하신 건 아닌데 서비스를 기대하면 조금 ㅎㅎㅎ 그런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북적거리긴 해도 음식 빨리 나오고요, 무엇보다 7천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구성이랑 반찬 하나하나 퀄리티가 미쳤습니다... 저라면 앞으로도 자주 갈 것 같아요!

P.S. 여기 오리탕 드셔보신 분 있으면 어떤지 얘기 좀 해주세요 ㅋㅋ 오늘 2명팟이라 오리탕이랑 불고기 둘 중에 하나만 시켰는데 오리탕도 괜찮다면 다음에 먹어보려고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3 18:4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