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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5
익명
2018-11-15 20:04:17
감성팔이를 떠나서, 한국이란 나라 자체가 통일이 되서 한 국가가 된 게 천 년이 넘었습니다. 우리가 자꾸 기원전 수천년 전의 이집트문명이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중국, 그리스 문명에 대한 강렬한 인상 때문에 천년이라는 시간을 짧은 것으로 착각하는데,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한 936년 경에 세계를 보면 아직 제대로 된 국가를 이루지 못한 민족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천 년이라는 시간동안 수많은 민족들이 주변에 흡수동화되어 사라지거나 동화되는 동안, 우리 조상들은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체제를 정비해나가면서 중앙집권적인 국가를 천 년 넘게 꾸려온 겁니다. 한국의 중앙 집권화는 서구의 근대적 개념의 차용으로 이루어진게 아니라, 천년 넘은 통일된 정치체의 전통과 시간의 누적된 결과물입니다. 근대화 이전에 이미 우리는 중앙집권화가 완료된지 천년가까이 되었습니다. 많은분들이 이 부분을 착각하고 계시더군요.
그리고 민족 개념이 근대에 생성되었다는 것은 맞지만, 개념이 근대에 성립되었다고 해서 그 실체가 이전에도 없을 수는 없습니다. 중국과 한국은 통일된 정치체로 존재한지 최소 천년이 넘는 문명집단들입니다. 전세계에서 사실상 중국과 한국이 유이할 겁니다. 이미 신라시대부터 '삼한일통'이라는 개념으로 같은 부류라는 의식이 있었고, 고려시대때는 발해유민까지 지속적으로 흡수해서 자신들이 진정한 삼한일통을 이루었다고 자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선은 공식적으로 자기들이 고려를 이은 나라이기 때문에 삼국시대 시조들에 대한 제사도 꾸준히 했습니다.
통일의 당위성은 하나된 민족같은 감성팔이를 떠나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행정체계/제도/관습/문화 모든 면에서 분단이라는 상황이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중부지방이라고 하면은 백이면 백 서울 경기권을 말하지, 서울을 북부지방이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수도 서울 자체가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모든 도로망과 행정체계, 관습들이 통일된 한반도의 정치체를 토대로 만들어진지 천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천년이라는 시간의 관성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만약 우리가 통일을 포기하고 남한만으로 살아가려면, 기존의 제도와 관습들을 모조리 뜯어 고쳐야 하는데 이것만 해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됩니다. 우선 수도인 서울에 있는 기간시설들을 전부 대전이나 세종시로 옮기는 대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리고 통일 포기는 북한 포기를 의미하는데, 지금도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에 종속화 될 것이고, 이에 대비해서 경기도 일대를 중무장 지대로 해야 합니다. 중국은 지금 한국의 제1 가상 적국이며 모든 국방정책의 초점이 중국 방어에 맞춰져 있습니다. 과거 강동6주지역인 평안북도 일대와, 세종대 설치된 4군 6진은 한반도 국가들의 국방상 매우 중요한 요충지였습니다. 많은분들이 얘기하는 '차라리 따로살자'는 천년 넘게 유지되어온 한반도 국가들의 국방의 기본 전략 자체를 어그러트리고 스스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략상 이점을 포기하는 것을 선택하는 어리석은 행동이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통일은 당위와 민족적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오천년 역사라는 표현은 그저 관용구로 넘어가면 될 것이고 우리가 천년 넘게 생존한 방식을 버리고 북한애들이 거지같이 군다고 '에라이 모르겠다 니들끼리 알아서 살아라' 라고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통일에 대해 무책임하게 '우리는 함께니까'라는 말도안되는 감성팔이로 호소하는것도 문제지만, 그에 대한 반감으로 대부분의 우리 젊은세대가 가지고 있는 '에라 모르겠다 따로살자'같은 생각은 제가볼땐 더더욱 위험한 발상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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