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민족고대 제46대 총학생회장 황순영입니다. 조금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풍요로움과 행복이 가득한 하루하루가 모여 학우 여러분들이 소망하시는 바를 모두 이루는 2013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구정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 2월 8일 오후 4시에는 제6차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있었습니다. 고려대학교의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을 위해 개회된 이 마지막 테이블은 밤 11시를 넘겨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달 간의 2013학년도 고려대학교 등록금심의위원회는 끝이 났습니다.

올해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최종결렬되었습니다. 학생 측은 등록금이 절대적으로 고액이라는 사실과 고려대 등록금 차등 책정의 불합리함을 지적하며 인문계 3%, 예체능계•자연계 4%, 의료계 5% 인하를 요구하였지만, 학교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학교는 자연계 1.1%, 인문계 1.0% 차등인하를 제안하며 일반대학원 등록금 2% 인상, 특수전문대학원 등록금 동결을 전제했습니다. 결국 양측이 더 이상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학생 대표들은 합의 서명을 하지 않은 채 전원이 퇴장했습니다.

등심위 최종 결렬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교가 제안한 인하율은 절대 고액인 등록금을 실제로 부담하는 학생들의 피부에 닿기에 아주 부족합니다. 지난 10년간 등록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고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는 학생 비율은 10% 이상입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배포한 대학 회계 자료집에 따르면 기존 등록금보다 10-15% 인하가 가능하지만 학교는 1% 인하가 최선이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둘째, 학교는 차등책정의 불합리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연계와 인문계 사이 인하율 차이는 너무나 미미합니다. 두 자녀가 불행하게도(?) 모두 고려대학교 이공계 학생인 가정은 연간 등록금으로만 2000여 만 원을 부담해야하는 현실에서 0.1% 차이는 그저 생색내기에 불과합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전국 의대 등록금 1위이고,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는 실험 수업이 단 한 개도 없지만 계열별 책정에 따라 더 많은 등록금을 내고 있습니다. 셋째, 학교는 기업의 논리로만 등록금을 책정하려고 합니다. '재단법인 고려대학교'에 관한 자료로 이익창출과 안정적인 운영만을 생각하는 학교는 '명문사학 교육기관 고려대학교'에 관해 논의하고자 하는 학생 대표의 의견을 검토하려는 의지조차 없었습니다. 수지타산만을 따지는 학교는 학부 등록금을 인하하기 위해서는 일반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최종적으로 학교는 1%가 인하된 등록금 고지서를 발부하겠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실인지는 고지서를 실제로 받아본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 시내 주요 사립대학 가운데 두 번째의 등록금 인하이기도 하고, 등심위 초기엔 4% 인상을 주장하던 학교의 변화에 조금의 의미를 둘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2013학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를 마무리하면서 뿌듯함보다는 무기력함과 슬픔을 느꼈습니다. 6차례의 등심위를 거치도록 제가 정말로 하고싶었던 말을, 이 등록금이라는 것이 대학생 한 명 한 명의 삶과 그 가족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등록금을 1% 인하하면 교육의 질도 1% 떨어진다는 논리를 펼치는 학교에게는 지난 6년간 동결된 교직원 임금, 기본적 생활이 불가능한 시간 강사의 임금, 전국 최고의 계절학기 등록금과 입학금, 그리고 학생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연간 천만 원의 등록금 총액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는 6차 회의를 끝으로 더이상 개회되지 않지만, 총학생회는 학우들과 함께 추가적인 등록금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입니다. 차등 책정의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지적했으니 논의를 지속할 테이블을 마련할 것이고, 비목적성 적립금 현황, 법인카드 사용금 내역, 실험실습비, 장학금과 입학금 사용 내역 등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재정의 투명화를 촉구할 것입니다. 그 외 자치공간 부족, 셔틀버스 역방향 노선 개설, 기숙사 확충, 학생식당 및 열람실 환경 개선 등 더 나은 복지와 교육권 보장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도 병행하겠습니다. 총학생회의 활동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학우 여러분, 다시 한 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총학생회도 여러분의 새해 복이 되도록 발로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 02. 12
민족고대 제46대 총학생회장 황순영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8 11:4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