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고대 총학생회 시국선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2013년 10월 30일



민족고대의 선배들은 ‘불의에 저항하는 것은 대학인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자 의무’라 하였습니다. 지난 날 국민들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는 민주주의를 향해 왔고 이 선봉에는 항상 민족고대 학생들이 앞장서 온 바 있습니다. 국민들의 피와 땀, 불의에 대한 투쟁으로 힘겹게 세워 온 이 나라의 민주주의, 이것이 오늘날 다시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에 오늘 다시 이 나라 민주주의를 수호해온 선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고자, 민족고대의 깃발을 높게 들고 이 자리에 서고자 합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그 중에서도 요체라 할 수 있는 대통령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습니다.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것입니다. 국가의 존립에 있어 정보기관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 권한이 막강한 만큼, 제 기능을 반드시 유지해야만 하고 그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 정보기관이 자신의 본분을 잃게 되면 필연 국가의 민주주의에 파탄을 가져온다는 것은 지난 12.12 사태를 비롯한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정황은 매우 제한된 검찰 수사만으로도 이미 드러났습니다. 사건 관계자의 처벌과 국가정보원의 개혁은 매우 시급한 과제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개선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군 사이버사령부 등 더 많은 국가기관이 사건에 관여된 것이 드러나고 있어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굳게 믿고 있었던, 바로 그 가치가 짓이겨지고 있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습니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것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반성하고 이를 백일하에 공개하고 잘못된 것을 시정하기는커녕, 추악한 방법으로 이를 덮으려고 하는 데 급급한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가 공론화되고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국민은, 사법부만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고 믿고 싶었고, 믿고 기다렸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사태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기를 원하는 자들의 조직적인 정치공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사건을 축소할 것을 지시하였고, 은폐를 시도했습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구속 수사가 마땅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하도록 지시하여 검찰의 수사를 위축시켰습니다. 진통 끝에 실시된 첫 국정조사에서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불참하였고, 이어진 국정조사 기관보고 또한 새누리당을 비롯해 국정원장과 국정원 간부들이 불참하여 파행되었습니다. 1차 청문회에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결국 국정조사는 여당의 반대로 국정조사 보고서조차 채택하지도 못한 채 초라하게 끝났습니다. 이에 더해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는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을 통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것 또한 드러났습니다.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한 것은 국정원 뿐 만이 아닙니다. 국정감사에서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국가기관들의 대선개입 양상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가 덮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정원과 경찰은 물론 군과 보훈처까지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과 국가기관의 정치중립성, 수사기관의 독립성 모두 훼손되고 있습니다. 지금 수십 년간 소중하게 발전시켜 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하고, 이러한 과오에 대한 반성도 없는 여당과 행정부에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민주주의 국가도, 법치주의 국가도 아닌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비판에 눈을 감는 집권 여당의 거짓된 선동이 계속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과오로 남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태를 민족고대 총학생회는, 민족고대의 학생들은, 그리고 나아가 국민들은 결코 좌시하고 방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집권 여당과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

1.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여당은 권력 비호를 위한 야합과 공작, 어설픈 선동을 멈추고 민주정신 앞에 떳떳치 못한 모든 행위들에 대해 대국민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한다.

1. 청와대는 국정원 수사에 대한 외압을 즉각 중단하고,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시도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1. 사법 당국은 국가의 정부개입과 연관된 모든 관계자들에 대하여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미 외압으로 검찰총장이 낙마하고 수사팀장이 교체되는 현 시점에서 이를 신뢰할 수 없는 만큼, ‘특검’의 빠른 도입을 통해 이 사건을 처음부터 철두철미하게 수사하고,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 할 것이다.

1. 정치권은 국가 기관에 의한 민주주의 훼손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ㆍ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국가정보원이 본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민족고대 총학생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05: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