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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KU=글 노혜연 기자, 사진 양태은 기자, SPORTS KU DB/LG TWINS, 고대신문 제공] 투수와 타자에서 모두 재능을 보이며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부상으로 허무하게 날린 대학 생활 이후, 그를 원하는 구단은 없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는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많은 시련들을 이겨내고 마침내 1군 무대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천웅(체교07, LG)의 이야기다. 이천웅은 2018년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0, 122안타를 기록했다. 초반 부진했지만 5월 이후 채은성(LG)과 함께 팀 타선을 이끈 LG 트윈스(이하 LG) 외야진의 중심이었다. 성공적인 시즌을 마친 이천웅, 그의 시선은 다시 내일을 향하고 있다.

#1. 성남서고 에이스, 팀을 이끌다
  1997년 9월 22일, 이천웅이 야구를 시작한 날짜다. “언제부터 공부하지 않아도 될지 열심히 세고 다녀서 저 날을 기억하는 것 같습니다. (웃음)” 군산에서 야구를 시작한 이천웅은 더 많은 선수와 부딪히며 야구를 해야 기량이 늘 것이라는 부모님의 판단에 따라 성남으로 자리를 옮기고 이듬해 성남서고등학교(이하 성남서고)로 진학했다.

  이천웅은 1학년 때부터 투타에서 모두 기회를 받았다. “바로 위 학년에 선수가 적어서 제가 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비 위치(중견수)가 겹치는 선수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니었다. 타자로서 37타수 8안타 뿐이었고, 투수로도 3경기에 등판한 것이 전부다. 첫 선발이었던 미추홀기 전국 고교야구대회 화순고전에서는 6이닝 5자책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고2 때부터 투수로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준 이천웅은 8경기 동안 4승 3패, 방어율 2.00을 기록했으며, 45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완투도 4번이나 기록했다. 성남서고는 200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거두는 대이변의 역사를 썼는데, 이 대회에서 감투상을 수상한 이천웅이 8강에서 안산공업고등학교(이하 안산공고) 에이스 김광현(SK)과 맞대결을 펼쳐 완봉승(5피안타 9탈삼진)을 거둔 일화는 유명하다. “경기도에서 전국대회를 나가려면 (경기)도 대표팀을 뽑기 위해 예선전을 치러야 합니다. 그래서 안산공고는 예선전에서부터 자주 만났죠. 그런데 또 어떻게 8강전에서 만나더라고요. 경기를 이기면 메달권이기도 하고, (김)광현이를 한번은 이겨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2006년에는 타격에도 눈을 뜨면서 타자로 전경기에 출전해 0.317의 준수한 타율을 기록했다. 이천웅은 이 해 국가대표로 선발돼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2. 꿈꾸던 고려대, 그러나 부상의 시간
이천웅의 고려대학교(이하 고려대) 행은 본인의 결정이었다. “부모님께서 제게 먼저 의사를 물으셨어요. 고려대 정문의 중앙광장, 정말 예쁘지 않나요. (웃음) 저는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그의 대학 진학은 2학년 말에 거의 확정된 상태였다. 그런데도 SK 와이번 스(이하 SK)에서는 그를 2차 6라운드에서 호명했다. “3학년 때 스카우터로부터 대학 진학 의사를 혹시 바꿀 생각은 없는지 전화를 받기 도 했어요. 이미 부모님, 고등학교, 대학교 감독님께서 모두 결정하시고 난 후라 제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라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도 저를 지명해준 SK에는 감사하죠.”

  사실 이천웅의 연고팀이었던 SK는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 장의 1차 지명권이 있었다. SK는 김광현을 1차 1번으로 뽑은 뒤 남은 한 장의 카드를 가지고 고심 중이었고, 이천웅 역시 유력한 후보 중 하나였다. 그러나 확대된 전학 규정으로 그는 1차 지명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이 부분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럽긴 해요.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 열심히 했고, 1차 지명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실력이 아닌 그 외 변수로 1차 지명이 어려워지니 아무래도 억울함이 컸습니다. 그래도 이왕 대학 가기로 한 거 프로에 갈 수 있게 실력을 키우자, 열심히 하자는 목표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저희 팀(LG)에 고려대 출신이 많아요. 박용택(체교98, LG) 선배님 부터 (김)용의 형, (여)건욱이 형, (신)정락이 형, 동기 (김)재율이까지 (각각 체교04, 체교05, 체교06, 체교07, 이상 LG) 학번 별로 한 명씩 있네요. 저는 1학년 때 4학년이었던 용의형을 (대학 때) 눈도 못 마주쳤어요. 지금이야 편하게 장난치지만, 아직도 용의 형이 말하는 건 더 귀에 잘 들어오더라고요. (웃음) 사실 제가 사고를 많이 쳤는데, 용의 형이 많이 봐줬죠. 1학년 때 그래서 굉장히 편했는데 다음 해 건욱이 형한테는 많이 혼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웃음)“

  대학 시절에 대해 묻자 그는 ”1학년 때 정기전을 뛰어 승리한 것은 아직도 좋은 추억입니다. 지금 돌아가서 뛸 수 있다면 다시 뛰고 싶을 정도로요.” 라면서도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답했다. “대학 시절은 정말 스토리가 많아요. 양승호 감독님께서 저를 상당히 아껴 주셨습니다.” 투수를 원했던 이천웅과 달리 양승호 감독은 어깨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야수를 권유했다. 그렇게 그는 1학년 때부터 주전 우익수로 출전했지만, 춘계리그 9경기에서 9경기 2안타로 부진 했으며 나머지 두 대회에서도 고전했다. 그나마 추계리그에서 2개의 홈런을 포함해 팀 내 최다 타점을 기록한 것이 위안이었다. “배려 해주셨는데, 제가 보답을 못 했죠. 1학년은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데 스스로 늪에 빠졌습니다. ‘같은 포지션 형들 자리를 제 치고 출전했으니 잘해야 한다.’, ‘형들이 프로에 입단하려면 팀 성적 이 중요하니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제가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망쳤는데도 감독님께서는 신경 쓰지 않고 저를 계속 기용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양승호 감독의 배려는 1학년 이천웅에게 부담이었다. 결국 그는 시즌이 끝난 뒤 감독을 찾아갔다. “감독님께 가자마자 부담감이 커서 타자를 못 하겠고 투수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또 감독님께서 맘 편하게 투수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토록 바라던 투수였지만 그는 뜻밖의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사실 대학교 때로는 다시 돌아가기 무서워요. 부상 때문에 1학년 때에만 제대로 야구를 했거든요.” 성남서고 시절 어떻게 저렇게 아프지 않냐 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잔부상이 없었던 이천웅이었지만 대학 시절 내내 부상과의 싸움이 이어졌다. ”3,4학년 때 너무 시합을 뛰고 싶어 서 타자로라도 뛸 수 있으면 뛰고 싶었어요. 그런데 공을 잡지 못하 니 수비를 할 수 없어 출전이 어려웠죠.” 실제로 이천웅은 2008년부터 타자로도, 투수로도 기록이 거의 없다. 투수로서는 2008년 총 5⅓이 닝, 2009년 8⅓이닝, 2010년 2⅔이닝을 소화했으며 타자로는 2008년 1경기에 출전해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투수와 야수는 몸이 다른데 제가 몸을 제대로 못 만들었습니다. 던진 이닝 수가 많아서 고3 때 투수 등판을 줄여 사실상 2년간 야수였어요. 그 몸으로 바로 투수를 하려다 보니 근력이 부족했습니다. 욕심은 있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상태에서 무리가 온 거죠.” 2학년 말 이천웅의 발목을 잡은 건 ‘스티브 블레스 증후군’, 소위 말하는 입스였다. “어깨가 너무 아파서 숟가락 들 때도 팔이 덜덜 떨리는데 이상하게 병원에 가면 이상이 없었어요. 공을 잡으면 어디에 던져야 할 지 모르겠고, 그렇게 정신적으로 아프다 보니 상태가 말이 아니었습 니다.” 공을 던질 수 없다는 것은 이천웅에게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사실 지금 10년이 지났는데도 살짝 남아 있습니다. 시합할 때는 괜찮은데 연습할 때 공을 잡고 던지는 순간 모든 사람이 저를 주목 하는 것 같고, 위축되는 느낌이에요.”

#3.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부상으로 날린 3년의 결과는 혹독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이천웅의 이름은 당연히 불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기적처럼 드래프트 후 당시 엘지 스카우터 강상수(체교90) 코치에게 전화를 받는다. “성적도 안 좋았는데 양승호 감독님께서 굉장히 신경 써주셨던 거로 기억합니다. 강상수 코치님께서 한번 보자고 하셔서 전화를 받자마 자 송추에서 잠실까지 갔죠. 제가 고등학교 때 보여준 것들이 있고, 야구 재능도 있는 것 같아 (양승호 감독이) 추천을 해주셨다며, 신고 선수를 제의하셨어요.” LG에서는 이천웅이 투수로 입단하길 원했고, 그렇게 그는 LG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캠프에서 대학 3년 동안 한 게 없으니 1년만 죽어라 해보자는 각오로 운동했습니다. 그런데 또 입스가 발목을 잡았어요. 제가 불펜 피칭을 하면 양옆 한 칸씩을 비울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포수에게 공이 가지 않고 원바운드로, 뒤로 공이 넘어갔습니다.” 누구보다도 성실했지만, 지긋지긋한 부상이 그의 앞길을 막았다.

  그런데 좌절한 이천웅에게 2011년 겨울, 고려대와의 연습경기에서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연습경기를 많이 했는데 선발 등판을 한 번도 못 했었어요. 그런데 고려대와의 경기에서 제가 선발로 올라갔습니다. 운명의 장난이죠. (웃음) 제 기억으로 1회를 버티지 못 했을 거예요.” 이날 박철홍(체교88) 당시 고려대 투수 코치가 친분이 있던 차명석 코치에게 ‘이천웅은 타자로도 재능이 있으니 시켜보라‘ 고 던진 한마디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된다. “그 경기가 끝나고 차명석 코치님께서 너는 투수로 계속 운동하면 방출 1순위니 타자 전향 생각이 있냐고 여쭤보셨어요. 그러면서 ‘프로 선수는 유니폼을 길게 입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네가 유니폼을 길게 입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직도 이천웅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이 한마디가 지금의 그를 만든 셈이다. “그 말을 들은 후 혼자 한 쪽에 앉아서 그 날 운동을 쉰 채 종일 고민만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자로 전향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투수에서 타자로의 전환은 역시 쉽지 않았다. “그냥 수비는 처음부터 배웠다고 보면 돼요. 고등학교 때 야구 했던 걸 다 까먹은 것 같더라고요. (웃음)” 이 부분에 있어서 송구홍 전 코치의 도움이 컸다고 언급한 이천웅은, “송구홍 코치님은 외야수에게 필요한 수비에 대해 하나하나 알려주셨을 뿐 만 아니라 제가 입스를 극복하는 데에도 가장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지금도 제가 조언을 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4. 프로 선수 이천웅이 그리는 내일
  2012년 6월 1일, 이천웅이 정식 선수로 전환된 날이다. 그는 타자 전향 2년 만에 가능성을 인정받아 1군 엔트리에 등록된 데 이어 6월 5일 드디어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았다. 1군 데뷔전이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이천웅은 “붕 떠 있었죠. 같은 수비 위치에 있던 형(이대 형(KT))과 같이 콜업된 거라 전혀 예상을 못 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천웅은 데뷔전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 1도루를 기록했고, 이틀 뒤 1군 첫 홈런을 신고하며 신예의 등장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2014년 경찰청 입대를 결정한다.

  사실 그는 대학 시절 부상으로 경기를 뛸 수 없게 되자 대학 중퇴 후 군 문제를 해결하려고도 했다. “나이는 먹고 군 문제는 해결해야 하고, 걱정이 많았죠. 이미 합격이 거의 확정된 (임)찬규(LG)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경찰청 얘기가 나왔어요. 나도 가면 안 되냐고 물으니 (임찬규가) 직접 가서 말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받아주실 거라고요. 정말 쉽지 않았는데, 간절해서 찾아갔습니다.” 그를 만난 유승안 감독은 이듬해 입대를 조건으로 그를 선발했다. 그리고 경찰청 에서 이천웅은 2014년 북부리그 수위타자에 오르는 등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꾸준히 주셨어요. 제가 아프다는 핑계만 대지 않으면 원하는 자리에서 계속 뛰게 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해 아프다는 소리를 단 한 번도 안 했습니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여유가 생기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난 것 같아요.”

  제대 후 첫 시즌인 2016년, 이천웅은 1군과 2군을 오가기는 했지만, 꾸준히 기회를 받으며 성장한 LG 리빌딩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그는 2017년 또다시 발목 부상으로 시즌 중반 이탈했다. “사실 16년에 비해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면 정신적으로 준비된 것에 비해 몸이 덜 준비됐던 것 같아요. 17년도에 실패를 경험 하고 나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그걸 바탕으로 야구 쪽으로 시간 을 좀 더 투자했던 게 (이번 시즌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실제로 100안타를 넘긴 2018년은 이천웅의 커리어하이 시즌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래도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상황이 안 도와주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던 시즌입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내년이면 1군 무대를 밟은 지 8년 차다. “내년에 아프지 않아야 하는 건 당연하고, 규정 타석에 들고 싶습니다.올해 40타석 정도 부족 해서 못 든 거로 알고 있어요. (규정 타석에 들게 되면) 성적은 따라 오지 않을까요.” 안산공고전 승리 후 배영수(두산)을 롤모델로 꼽았던 투수 이천웅의 현재 롤모델은 이병규(LG) 코치다. “정말 닮고 싶습니다. 주루, 타격, 컨택, 장타, 수비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저도 그런 타자가 되고 싶습니다.”

    “다시 돌아가면 또다시 투수를 하고 있지 않을까요? (웃음)” 그토록 원했던 마운드에서 스스로 내려와 방망이를 잡았고, 그의 야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내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천웅이 타석에서 더욱 빛나는 선수가 될 수 있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0 13: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