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에 대해 결국 학교 측이 출교 처분을 내녔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학교 측이 가해자들에게 퇴학 처분을 하는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시민 사회의 큰 반발을 산 것이다.

최종적 징계 처분이 내려지기 전 학교 측은 징계의 목적이 교육자로서의 학생 교화에 있다는 점을 들어 퇴학처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성추행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본교 학칙에 따르면 퇴학 처분의 경우 쟁입학이 가능할 뿐더러 그 절차가 까다롭지도 않다. 빠르면 한 학기 이후부터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 측이 피해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해 학생에 대한 교화 의무와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 의무는 모두 중요하지만 이처럼 두 가지가 상충되는 경우 학교 측은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 의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만 했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강조하고 있는 성폭력 특별법에도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 것이며 현재 우리 사회의 사회적 합의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제 본교의 모든 구성원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출교냐 퇴학이냐'의 논쟁으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가해 학생들을 출교시키는 것으로 모든 일이 해결됐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이번 사건은 학내 성폭력 문제의 예방에 대해 학교의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고민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는 대학이라는 교육의 장에서 성폭력 예방의 문제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며 또 그렇게 할 때만이 성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이번 성추행 사건에서 본교는 가해 학생들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는 모습과 동시에 학내 성폭력 문제의 예방과 근본적인 해결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최근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야당인 자민당 의원들이 독도에 입도를 시도하다가 김포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사건은 이러한 일본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심지어 일본 외무성은 인천-독도 간 시범비행을 실시했다는 이유로 대한항공에 대해 소속 공무원들의 이용 자제 조치를 강행하기도 했다. 일본의 이와 같은 행보는 독도 문제에 국제적 이목이 쏠리게 만들어 장차 이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이러한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 ‘조용한 외교’라는 기조로 대응해왔다. 분쟁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전략인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전략에는 만약 독도 영유권 문제가 국제 이슈화되어 재판소에 제소될 경우 일본에 비해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현실적 인식 역시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정부의 대응 전략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대중 영합적인 태도 때문이다. 외교적, 전략적 판단 없이 국민들 사이에 만연한 반일 감정에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달 집권 여당의 대표는 정부와의 사전 협의도 없이 불쑥 독도에 해병대를 주둔시키자는 안을 내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독도가 분명 우리의 영토이고 또한 실효적 지배 아래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이러한 발상은 백해무익하다. 특히 해병대가 주둔하게 될 경우 독도 문제는 현재의 ‘외교적’ 사안에서 ‘군사적’ 사안으로 바뀌게 된다. 결국 독도를 두고 한·일 양국 간에 벌어지는 충돌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 우익 세력의 이 같은 도발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독도의 분쟁 지역화이다. 다시 말해 자신들의 도발에 우리나라가 걸려들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국가 주권이 달린 영토 문제에 있어 시종일관 냉정을 유지하기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영토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순간의 감정적 통쾌함보다는 더 넓은 시야에서 독도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치밀한 전략적 판단 없이 무턱대고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내놓는 것은 일본 우익 세력의 기대대로 독도를 분쟁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는 자충수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