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를 가지고 용감하게 도전하라”
<주체성·전문성·자신감>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며 자신이 하는 일에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여기에 교사에서 PD, 교수, 방송경영인, 심지어는 가수에 이르기까지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그 안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는 사람이 있다. The HOANS가 변화를 즐기며 살아가는 영원한 청춘 주철환(국문 74) 교우를 만났다.

-처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고 들었다. 예능 PD라는 새로운 직업을 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일단 호기심이 많은 편이고,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곳으로 가서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처음에 교사를 택한 건 어렸을 적부터 내 인생의 지향점이었기 때문이다. 교사 생활을 2년 반 동안 하고 군대를 갔는데 제대 할 때쯤 MBC 앞을 지나가다가 입사시험 공고를 보게 됐다. 입사 시험에서 국어와 영어, 상식, 작문을 봤는데, 모두 평소에 자신이 있던 과목들이었다.(웃음)”
(※주철환 교우는 예능 프로듀서계의 ‘마이다스의 손’이라 불린다. MBC PD 시절 그가 연출을 맡은 ‘퀴즈 아카데미’, ‘일요일 일요일 밤에’, ‘대학가요제’, ‘우정의 무대’ 등은 모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교수, 방송경영인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새로운 제의를 받았을 때 ‘가야겠다’고 선택하는 기준이 있는가?

“재미와 의미. 나의 좌우명은 바로 이것이다. ‘재미있게 살고 의미 있게 죽자’라는 것인데 이를 기준으로 옮겨갈지 말지를 선택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이상과 재미보다는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현실 속에서 재미를 추구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불쌍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시대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현실 속에서 이상과 재미를 찾고 행복해지는 방법, 그것은 자기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주전자’라는 말을 많이 쓴다. ‘주체성, 전문성, 자신감’을 가지라는 뜻이다. 주체성은 결국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자는 것인데, 주인공은 바로 고난을 극복하는 사람이다. 즉, 우리 시대의 어려움을 탓하기 보다는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실력자는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해결하는 자다. 삶이 바로 경쟁이고 전쟁인데 그걸 너무 심각하고 엄숙하게 받아들이면서 사회 탓을 하면 인생 자체가 너무 무거워진다. 오히려 인생을 가볍게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전문성은 프로의 세계를 말한다. 프로는 남 좋으라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박지성, 김연아, 안철수 씨는 자신보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려고 하며 또 그렇게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자신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항상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산다. 지금도 나는 ‘지금 내 나이에 내가 제일 젊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적들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런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지금까지 내린 결정들 중에서 후회하는 것들이 있나?

“나는 후회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나는 실용주의자다. 후회를 통해서 발전할 수 있다면 후회를 하겠지만 후회하는 사람은 발전이 없다. 후회가 살면서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후회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즉 선택은 신중하게 하되, 선택을 잘못했다고 느낄 때는 다음 선택을 잘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거다. 후회의 시간은 줄이고.”

-이전에 사장으로 재직하던 OBS는 시청률을 떠난 공익적 민영방송을 기치로 한 곳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종편 채널 본부장으로 옮긴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것 같다.

“OBS 경인방송에 있었을 때는 꿈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일이 안 되었던 경험이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자본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가 하는 말을 변명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재미있게 살다 의미 있게 죽자’라는 내 기준에서 나의 선택은 전혀 부끄럽지 않다. 나의 이런 선택은 정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나는 이념적인 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기존에 있는 편으로 사람들을 가른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가슴 아픈 일이다.”

-PD는 사람을 모으는 직업이라는 강연을 하셨다. 이러한 PD 마인드를 소위 말하는 리더십으로 해석할 수 있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세상 전부가 리더가 되면 어떡하나. 내가 ‘세상을 헤쳐 나가는 일곱 개의 배’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리더십(leadership), 멤버십(membership), 파트너십(partnership), 오너십(ownership), 프렌드십(friendship), 스킨십(skinship), 그리고 팔로워십(followership)이다. 리더가 되고 싶고, 될 수 있고, 되어야 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 난 그래서 대학생들이 리더십에 목매기보다는 관객이 되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연극의 3요소는 배우, 시나리오, 그리고 관객이다. 관객이 없으면 연극이 되지 않는다. 전부 배우가 되려고 하면 연극이 어떻게 되겠나.”

-저서 중 ‘청춘’이라는 책이 있다. 청춘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린다면?

“나는 내가 물리적 청춘은 아니지만 정신적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삶과 도전에 있어 모험적이고 용감하고, 또 즐겁게 임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젊음의 특성 아닌가. 나는 그 어떤 젊은이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또 다른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을 자신만의 꿈을 가진 사람도 청춘이다. 내 꿈은 이렇게 후배들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되는 것이 꿈인 거다. 젊은이들에게 나의 도전정신, 호기심 같은 정신적 청춘을 가르치고 싶다.”

-마지막으로 The HOANS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싶은 일을 용감하게 하라. 조금씩 하다가 포기하지 말 것. 나는 비록 직장을 많이 바꾸기는 했지만 어디에서나 젊은이들과 어울렸다. 그것이 내가 결국 하고 싶은 일이었다. 예수, 석가모니, 공자의 공통점은 제자를 만났다는 것이다. 항상 제자들과 함께 다니면서 제자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준 사람들이다. 그들이 바로 나의 롤 모델이다. 나는 항상 젊은이들의 얘기를 듣고 싶었고, 그럼으로써 재미를 얻고 의미를 찾았다. 여러분도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용감하게 도전했으면 한다.”

이가연·김재윤 기자
greenrkdus@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