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의 리더십 실종…5.12 비상총회는 어디로

    사실 이러한 지적은 지난 3월 31일 성사된 제1차 비상총회 때부터 제기되어 왔다. 비상총회 과정에서 총학생회의 미숙한 준비가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비상총회가 학생 사회의 최고 의결기구인 만큼 총학생회는 이를 더욱 철저히 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비상총회 곳곳에서 준비 미숙으로 인해 정족수에 대한 의혹 등 여러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총학생회의 리더십 부재는 이후 학교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학교 측에 맞서 학생들을 단합시켜 협상을 주도해야 할 총학생회가 단과대 학생회장 간의 의결 기구인 중운위 내부의 단합조차 이끌어내지 못한 채 갈등만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총학생회와 중운위 간의 갈등은 이미 지난 4월 2일 개최된 새내기 콘서트 준비 과정에서부터 불거져 나왔다. 총학생회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과 한국대학생문화연대가 주최하는 이 행사를 본교 중앙광장에서 개최하겠다는 안건을 중운위에 상정했다. 그러나 상당수 중운위원들은 주최 단체의 성격과 진행 과정에서의 소음 문제를 제기하며 중운위에서 이 안건을 부결시킨 바 있다. 그럼에도 총학생회는 변칙적으로 임시 중운위를 개최하여 이 안건을 재상정하여 통과시켰다. 이에 반발한 중운위원들은 총학생회의 사과를 요구하며 연서를 작성하면서 총학생회와 중운위 간의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더욱이 총학생회와 중운위 간의 갈등은 이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4월 20일 총학생회는 학생처의 총학생회 도․감청 의혹과 중운위원 중 일부가 학생처와 내통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이는 일정이 공지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처 직원이 변경된 중운위 회의 날짜를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불거졌다. 그러나 해당 학생처 직원은 “중운위 일정은 동아리 담당 선생님과 총학생회장으로부터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는 해명을 내놓았고 결국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총학생회는 결국 부착한 대자보의 내용을 수정하게 되었다.

    이후 4월 22일 열린 중운위에서는 총학생회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한 날을 세운 비판이 이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중운위원은 "처음에 작성한 글의 의도가 학교가 도청하고 있는 것이 아니면 '중운위원들 중 한 명이 내부적으로 내통하고 있다'고 중운위원들을 겨냥해 비난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폭발하여 중운위는 학교 측과의 협상을 담당하는 대표자를 조우리 총학생회장에서 이태원 국제학부 학생회장으로 교체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중운위가 총학생회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한 것이다. 이렇게 18명에 불과한 중운위원들의 신임조차도 받지 못하는 총학생회가 과연 2만 명에 이르는 전체 고려대 학생들을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지난 5월 1일 조우리 총학생회장과 유지영 부총학생회장은 한대련 소속 학생 300여 명이 참여한 기자회견에서 타 대학 대표자들과 함께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삭발을 감행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총학생회장단의 삭발에 대해 본교 학생들은 대체로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정윤진(경제 10) 학우는 “삭발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폭력적이고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의 구조가 굉장히 서글프다”며 “그럼에도 이 일이 학교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과 학생들에게도 큰 감응을 주지 못하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10대 요구안에 대한 학교 측의 답변 내용을 수용할지 여부를 묻는 5.12 제 2차 비상학생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비상학생총회가 제대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총학생회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처럼 지난 4월 한 달 동안 총학생회가 보인 좌충우돌식의 행보는 학생들이 이들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2만 명의 학생 모두가 학교의 주인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공약한 후마니타스 총학생회가 출범한지 약 두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곧 있을 5.12 비상총회에서 총학생회가 과연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여 학생들을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정호 기자 chjho90@korea.ac.kr
김주희 기자 dovejh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