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한 106년의 포효, 그리고 비전 2030

2011년 5월 5일은 고려대학교가 개교한 지 만 106년이 되는 날이다. 고려대학교는 ‘민족고대’의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고려대학교가 어떻게 해서 그러한 명성을 얻게 되었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생각 외로 많지 않다. The HOANS에서는 개교 106주년 개교기념일을 맞아 본교의 역사를 되새겨보고 본교의 미래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보성전문학교는 1905년 5월 5일 이용익 선생에 의해 세워졌다. 이용익 선생은 민족과 국가를 구하는 길은 오직 청년 학도를 가르치는 교육의 힘을 기르는 데 있다는 ‘교육구국’의 이념을 가지고 고종황제의 지원을 받아 고려대의 전신이 된 보성전문학교(이하 ‘보전’)를 설립하였다. 그러나 보전 설립 직후 대한제국은 일본과 을사늑약을 맺게 된다. 이후 대한제국의 황실재산을 일본 궁내부가 관리하게 되면서 보전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게 되었다. 이 때 천도교(동학) 3대 교조였던 의암 손병희 선생은 천도교 자본으로 학교를 인수했다. 이 때가 1910년이다.

    일제강점기, 보전생들은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다. 다른 전문학교들과는 달리 순수 민족자본에 의해 세워진 학교였기 때문에 민족교육에 더욱 적극적이었고 이러한 학풍은 보전생들의 일제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졌다. 수 많은 저항 인사들을 배출했으며, 또한 천도교 자본 학교로서 교단과 함께 3·1운동을 일으켜 조국해방의 단초를 놓았다. 또한 대한독립을 이끌 인텔리 양성을 위한 민립대학설립운동에 중심에 섰다. 민족의 안위를 걱정한 전국의 조선인 독지가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모금이 이루어졌으며 ‘재단법인 보성대학 기성회’가 설립됐다. 일제는 이에 반발하여 보성전문학교를 전문학교에서 각종학교로 격하시키는 조치를 단행한다.

    보전에서 고대의 전통으로 이어지는 ‘사발식’ 역시 이 시기와 관련이 있다. 1920년대 당시 학교는 종로 송현동에 있었고 학교 근처에는 일제 식민통치와 조선인 탄압의 대명사였던 종로경찰서가 있었다. 문화통치라는 미명아래 조선인을 기만하는 폭정이 이어졌다. 순사들의 검열대상 1순위는 보전생들이었다. 일제 순사들은 학생들을 보전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구금하곤 했다. 이러한 일제의 폭압에 맞서겠다는 넘치는 의지에 비해 아무런 힘이 없음을 탄식하던 보전생들은 막걸리 한 사발을 머금고 종로경찰서 앞에서 뱉음으로써 울분을 달랬다. 이렇게 자리잡은 사발식은 보전에서 그리고 고대에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천도교가 일제에 의해 박해받고 1929년에 발생한 경제대공황의 영향을 받아 보전은 또 다시 재정난을 겪게 된다. 이 때 보전을 인수한 사람이 본관 앞 동상의 주인공인 인촌 김성수 선생이다. 당시 동아일보사와 재단법인 중앙학원을 경영하고 있던 인촌은 천도교 색채 속에서 보성대학 설립운동의 좌절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었다. 이에 인촌은 자력으로 민립대학 설립을 추진했다 이에 1932년, 재단법인 중앙학원으로 하여금 경영난에 빠져있던 보전을 인수한 것이다.

    1930~40년대에도 보전생들은 일제탄압의 아이콘이었다. 구금과 폭행이 이어졌고, 일제의 세계침략 야욕 속에서 많은 보전생들이 징병되어 스러져갔다. 당시 경성제국대학를 비롯한 여러 전문학교 학생들은 많은 수가 강제 징병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을 볼 때 일제가 보전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44년, 일제는 교명을 ‘경성경제척식전문학교’라는 치욕적인 이름으로 강제 개명했다. 1945년, 학교는 해방과 함께 치욕의 이름을 벗고 보성전문학교로 교명을 환원했다. 1946년 보성전문학교는 법정, 경상, 문리의 3개 단과대학으로 이루어진 종합대학 ‘보성대학교’가 됐고, 곧이어 경성대학교(현, 서울대학교)와의 경쟁을 통해 교명을 따내 ‘고려대학교’가 됐다.

    광복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은 영구집권을 꾀했다. 3천여 명의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분연히 떨쳐 일어났다. ‘3·15 부정선거를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평화시위를 벌이고 귀가 하던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자유당의 사주를 받은 폭력배들의 습격을 받는다. 이는 곧바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시발점에 우리의 선배들이 서있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고대생들은 권위주의적 정부에 대항하는 학생운동에서 주체적 역할을 담당했다. 현 이명박(경영 61) 대통령이 연행되어 주목을 끌었던 1964년 한·일 협정 반대시위에서도 고대생들은 그 중심에 섰다. 1975년에는 고대가 중심이 되어 학생 시위가 계속되자 박정희 대통령은 고대를 대상으로 긴급조치를 발동했다. 무기한 휴교 명령이 내려졌고 교정에 헌병들이 들어와 주둔했다. 하지만 고대 학생사회는 탄압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시대에 몸을 맡겼다.

    이렇게 자유·정의·진리를 부르짖는 고대생들의 학생운동은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의 권위정권을 지나 현대에 이르러서도 계속됐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다원주의의 대두로 학생운동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 간에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점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 2005년 이건희 삼성회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놓고, 그리고 2006년에 벌어졌던 이른바 ‘교수 감금 사건’과 가해 학생 출교 처분을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하지만 사회의 부정의에 대항하며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움직임은 교육 권리 찾기 운동, 4·18 구국대장정 등으로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학교본부가 우리학교의 내일로 삼고 있는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세계 50대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교는 이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의 글로벌화’, ‘세계 선도대학으로서의 연구역량 구축’, ‘경영관리시스템의 효율화’등을 내걸고 비전 2030의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 2030에 대하여 학우들은 다양한 의견을 드러냈다. 김남기(정외 10) 씨는 “세계 50위권 대학 진입을 목표를 삼은건 고대다운 진취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하며 “다만 발전이 대학 전체의 균형발전이 아니라 몇몇 단과대만을 집중 육성하는 방향이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종석(정경 11) 씨는 “학교경영에 관련된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여러 사안에 대해 학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김 모(경제 09) 씨는 “비전 2030 현실화의 실제 대책들을 보면 학생 입장에선 허울뿐인 대책들이다”라며 “이렇게 올라간 순위는 거품이다”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와 더불어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의 학우들이 현재의 고대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하여 학교의 미래에 대해 전망했다. 특히 많은 학우들이 작년 소통시대 총학생회와 관련한 논란, 수시 전형에서의 논란 등을 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모(경제 10) 씨는 “최근 들어 학교에 내외적으로 좋지 못한 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그러한 악재들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며 “깨끗하고 정정당당한 고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학우들에게 있어 우리학교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모두 다를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고대의 역사가 던져주는 의미와 ‘민족고대’라는 말의 의미 역시 각자에게 다르게 다가갈 것이다. 하지만 최근 심화된 경쟁구도 속에서 학교당국이 논란이 되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만큼 지금의 고대생들은 역사적인 시점에 놓여 있다. ‘민족고대’로서 시대와 사회를 선도하는 위치에 서 있었던 우리의 과거와 역사를 되짚는 작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주희 기자 dovejh24@
한혜리 기자 smilehyeri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