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명문대생의 자살 - 대학생 정신건강 이대로 괜찮은가

올해 들어서만 네 명의 대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에는 200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무엇이 이제 갓 이십대에 들어선 청춘들로 하여금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가.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원인들은 무엇이며 어떤 대책들이 있을 것 인가.

    지난 4월 7일 KAIST학생 박 모(19)군이 21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졌다. 휴학신청을 하면서 우울증 진단서를 함께 제출했고 최근 성적 문제로 힘들어했다는 유족들의 진술에 따라 경찰 측은 박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사건으로 KAIST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올해 들어만 벌써 네 번째가 되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지는 경우는 KAIST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대에서도 5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생은 서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www.snulife.net)에 ‘우울증이라면 딱히 우리 학교가 KAIST에 비해 나은 것 같지 않다’며 대부분의 소속 학생들이 자살한 학생들과 마찬가지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 10명중 4명이 상시 불안감을 가지거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전미대학상담센터가 2008-2009년에 아시아, 북미, 중동 등의 대학 정신 상담소 관계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0%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대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대답했다.

    왜 현대의 대학생들은 갈수록 불안해지며 우울함을 안게 되는가. 대학생들은 갓 성인이 됨과 동시에 수많은 고민들에 직면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은 대학생들을 불안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들 중에 하나다. 현실적으로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따라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대학에 들어온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미 전공이 결정되고 난 후에도 자신의 진로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헤매게 된다. 그러나 진로에 대한 고민도 잠시, 취업의 관문 앞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 채 스펙 쌓기와 학점 받는 것에 급급하게 된다.

    김 모(교육 09) 씨는 “주변에 행정고시나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많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결정하기가 어렵다”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표를 제대로 못 정하고 있는 게 가장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나도 무엇엔가 열정을 다하고 싶은데 그게 무엇인지 몰라 불안하다”며 대학생의 고민을 표현했다. 이처럼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두고 고민한다. 하지만 고민의 여유가 없는 상황속에서 만성적인 불안감을 가진 채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관계에 대한 걱정과 문제도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큰 요소다. 실제로 대학생의 우울감 또는 불안감의 원인이 되는 요인 들 중 두 번째로 큰 요인은 인간관계다. 대학은 ‘작은 사회’라고 불리며 그 안에서 대학생들은 여러 유형의 관계를 맺게 된다. 이성 관계, 동기와 선배, 학생과 교수 등 많은 관계가 끊임없이 맺어진다. 하지만 보통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의 익숙한 관계 맺음에만 익숙했던 시절이 지나고 대학생이 되어 더 많고 새로운 종류의 관계를 맺자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지속적으로 불안감을 느껴도 그것을 치료해줄 사회적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도 대학생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한 사람이 정신과나 상담소를 간다고 하면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여기곤 한다. 실제로 재작년까지만 해도 정신과 병력이 있으면 보험 기록상으로 따로 분류되어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 질환에 대해 치료와 상담을 받고 싶어도 전문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 고통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창 취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 병원을 찾기가 더 어려운 대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대학이 먼저 나서서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학들이 학생들의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거나 상담센터를 운영한다. 예를 들어 미네소타주의 오거스버그대는 상담 및 치유 프로그램인 ‘스텝 업’을 1997년 이래로 꾸준히 운영하고 있고 텍사스주립공과대학은 20여년 전부터 학생 정신 질환 상담 및 치유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학교도 중앙광장 지하에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문제는 존재하고 이런 문제는 분명 대학생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 구조, 계속 악화만 되는 실업 문제 또는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몇몇 학우들을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밀어낸다. 더욱이 대학생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나약으로 등한시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이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학생의 고민과 불안에 좀 더 귀를 기울여 그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매듭지을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손영희 기자 carpediem@koera.ac.kr
이가영 기자 dlrkdud73@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