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대학에 속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매학기 전공과목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전공 필수와 같은 과목들은 정원보다 더 많은 인원이 신청해 순식간에 마감될 뿐 아니라 수강 대기로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존재한다. 항상 반복되는 일이다 보니 전공과목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정원을 늘려 달라고 요청한다. 그 결과 행정학과 행정이론의 경우 초기 정원 120명에서 172명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정경대 전공과목은 수강신청 인원에 비해 정원이 부족하여 100명을 훌쩍 넘는 초대형 강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매학기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경대의 각 학과에서 개설하는 과목의 수강정원보다 수업을 듣고자하는 학생의 수가 더 많음에 있다. 학칙에 따르면 매년 본전공생의 약 130% 정도 되는 수의 이중전공생을 선발한다. 더욱이 복수전공 부전공까지 합치면 많은 수의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 전공필수 과목의 경우 다수의 본전공생, 이중전공생 부전공 복수전공생들이 모두 해당과목에 몰려 항상 정원보다 넘치게 된다. 한 예로 경제학과의 경우 ‘미시경제이론’이라는 과목은 전공필수 과목으로 지난해 3개에서 올해 5개로 강의를 증설 했지만 많은 수의 학생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한 강의의 정원이 계속 늘어나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

    개설되는 강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이유는 정경대 내 네 개의 학과 모두 전임교수의 수가 학생 수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제학과는 1999년 정부로부터 BK21에 선정되었지만 전임교원의 수는 고작 28명으로, BK21에서 제안하는 40명에 현저히 뒤떨어진다. 마찬가지로 BK21에 선정된 정치외교학과 또한 현재 전임교수의 수는 17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교수들 중 일부는 해당학기에 강의를 개설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실질적인 교원 수는 위에서 언급한 것보다 더 적다. 비단 이러한 문제는 정경대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현재 2010년 대학통계자료를 보면 본교의 전임교수 1명당 학생 수는 21.7명으로 13.9명인 서울대와 비교해 봤을 때 확연히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 학기 수강 신청하는 기간만 다가오면 학생들은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수강신청을 할 수 밖에 없다. 전임교원과 개설강의의 수는 강의 선택의 다양성과 강의 수준으로 직결되는 문제이니 만큼 학교 측은 전임 교수 채용과 개설 강의 증대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

김예슬 이후 1년,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순간

    어느 새 김예슬은 잊혀지는 중이다. 2010년 3월, 대학답지 않은 대학을 떠나겠다는 ‘김예슬 선언’은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김 씨의 문제의식에 대한 찬성이든 반대든 우리에게 남은 최소한의 공감은 수많은 후속 자보들로, 한 송이의 장미꽃들로 정대후문을 채웠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김예슬 씨가 교정에 대자보를 붙인 지 한 달이 지난 4월, 중앙대학교 이사회는 단과대 통폐합과 학문단위 조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중앙대의 충격적 결정에 들끓던 반응도 잠시였다. 지금의 대학가는 너무도 조용하다. 도서관에는 밤늦도록 토익공부를 비롯한 이른바 ‘스펙’관리에 매진하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스펙 쌓기로 대변되는 치열한 경쟁의 스트레스를 일회성 향락문화로 해소하며 대학생만의 문화 역시 퇴보하고 있다.

    현실은 불편하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지만 요즈음 대학가는 자신 안에 있는 ‘김예슬’을 꺼내들지 않는다. 혹자는 시대가 변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식이 곧 ‘실업식’이라는 자조 섞인 공식하에서 대학생활의 낭만보다는 주입된 미래에 몰입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모 학과에서는 학과장이 공개적으로 ‘비판적 지성’이라는 단어를 구세대의 유물이라고 몰아세우기까지 하는 현실이다.

    요즘 우리 학교가 가는 길은 ‘자유, 정의, 진리의 전당’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오늘날 대학이 스스로 기업처럼 변했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한 사회 발전’은 민족 고대 창학 이념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 구호가 됐다. 학생들을 고객으로 등록금을 수익으로 사고하는 방식이 만연하다. 슬프게도 자기가 소속한 단과대만 쓸 수 있는 새 건물을 짓기위해 기업들에게 모금을 다니는 일이 교수의 중요 업무가 되었다. 대학 교정에는 각종 민간 기업들이 들어와 영업을 하고 대학은 임대료 수입을 거둔다. 심지어 대학이 기업을 설립해 지식이나 정보를 곧장 상품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자본이 대학을 장악해나가고 그것을 매개로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을 고착화하고 있음을 지켜보고 있다. 김 씨가 시도했던 것처럼 자퇴를 종용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제2, 제3의 김 씨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퇴라는 개인적 선택을 넘어 자본 대 자본의 무한한 경쟁에 내몰리는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려는 사회적인 반응이 필요하다. 더 이상 그러한 개별적 탈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는 사회, 즉 대학이 ‘大學’으로서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길을 우리 모두의 사회적 과제로 끌어안아야 한다. 이러한 세태속에서 바로 지금,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