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그들은 누구인가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18만 명에 다다랐고, 그 중 약 34만 명이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중 대부분인 80% 정도인 약 27만 명이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이렇게 많은 불법 체류자의 대부분은 방문과 관광 등의 이유로 한국에 입국 했다가 체류기간을 넘기거나 산업 연수생의 신분이었다가 이탈하여 한국에 계속 머물러 있는 식의 방법으로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특히 불법 체류자를 당장 한국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입장의 사람들은 불법 체류자들이 강력 범죄의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 여중생 살인 사건, 천안 초등학생 성추행 사건 등 많은 강력 범죄가 외국인 불법 체류 노동자에 의해 실제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 상에서는 외국인 불법 체류 노동자들 사이에서 ‘한국 여성을 임신 시키면 한국 영주권을 딸 수 있다’ 라는 속설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외국인 불법 체류자에 대한 인식이 더 안 좋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2000년 이후부터 외국인 노동자의 범죄율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 범죄자는 총 이 만 명을 넘어섰다. 사실 대다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신상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그들이 한국에 오기 전 전과가 있는지 없는지도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자가 한국에서 일하는 것도 막지 못하고 범죄율이 더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 말미암아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많이 거주하는 안산시 원곡동이나 부천 일부지역이 우범지대가 되고 있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추방하자는 입장에 따른다고 해도 이 또한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 뻔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노동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97년 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3D(Difficult, Dirty, Dangerous)업종’이라 불리는 고된 생산직의 업무 대부분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면 더 적은 급여를 지급하면서 물건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모두 추방한다면 많은 공장들이 생산을 하지 못할 것이고, 그 문제는 한국의 경제 상황과도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한국인들에게 피해 받는 일은 없을까? 국제 사면 위원회 2009 연례 보고서에는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센터, 외국이 이주 노동자 대책 위원회, 이주 인권 센터 등의 단체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를 막는 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는 근로계약에서 시작한다. 계약은 양 당사자가 동등한 지위에 있을 때 정당하게 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와 고용주는 동등한 지위에 있지 않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는 당장의 생계를 위해서 혹은 불법 체류자인 자신의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현저히 불리한 조건이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결과 질병과 출산 같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외국인 노동자는 자신의 자유의사로 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또 이와는 별도로, 사업주가 사업장변경신청서를 작성하여 고용지원센터에 제출한 후에야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근로를 제공할 수 있다. 사업주가 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적법하게 근로계약이 해지되었다 할지라도 무단이탈로 처리되어 다른 회사에 취직할 수 없다. 이는 빈번히 악용되어, 외국인 노동자들이 퇴직의 의사를 밝히더라도 고용주가 사업장변경신청서 작성을 거부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퇴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일이 생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자기 사업장의 열약한 근로환경 등을 감수할 노동자를 구하기 위하여 임금 등의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거나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등의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단지 기존의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만을 지급하면서 근로를 제공받으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에서 일하고 있는 박광수 씨는 “각각의 노동자들 모두가 사업주에 대해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동등성을 갖추기란 그리 쉽지 않다”며 “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로조건을 유지, 개선하고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태일 열사의 꼭 40년 전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이 2010년의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 이주노동자에게 계속되고 있다.” 라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두 입장은 이렇게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게 범죄를 저지름에도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실정,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에게 도움을 주면서도 피해를 받고 있는 것 모두 사실이다. 외국인 노동자 특히 불법 체류 노동자들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존재면서도, 한국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모순적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추세를 볼 때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범지대화 되고 있는 지역에 대한 더 빈번한 순찰과 외국인 노동자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한국의 산업을 어느 정도 지탱하고 있는 ‘선량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 및 착취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인, 서로가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가영 기자 dlrkdud73@
손보람 기자 br--aa@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