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지난 9월 18일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설치를 명문화한 이 법의 통과는 대학 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다. 사립대 총장협의회, 국공립대총장협의회에서 법안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사실상 대학 측은 이에 반대하고 있고 학생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The HOANS에서는 이렇듯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취재해 보았다.

등록금 상한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3월 정대후문에서 펼치는 등록금 운동과 연말 총학생회의 등록금 투쟁이 학생들에게 익숙해 질 만큼 등록금은 학생사회의 핵심 이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큰 폭으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은 한국의 주요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에 학생 관련 조직뿐만 아니라 여러 시민단체들은 등록금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여 정부와 국회는 지난 9월 18일 본회의를 통해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등록금 상한제와 이를 둘러싼 논란

  법안에 따르면 내년 1학기부터 등록금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등록금 상한제의 주요 내용은 대학들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등록금의 인상률을 정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이 법안을 구체적으로 2011년 등록금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물가 상승률이 2008년에는 4.7%, 2009년에는 2.8%, 그리고 올해 8월까지 2% 중반 대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2011학년도 등록금의 인상률은 이들 3년간 물가상승률을 평균한 값의 1.5배인 약 5%이하에서 결정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등록금이 책정된 후에 각 대학의 총장은 등록금을 책정한 부분을 반드시 공고하고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도 보고해야 한다. 만일 정해진 상한선을 초과해 등록금을 올려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 반드시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며 만약 이러한 등록금 상한 초과가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정부는 대학에 정원 감축, 재정지원 사업 참여 제한, 차등지원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정부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그동안 서민에게 부담이 되었던 대학의 과다한 등록금 인상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합리적 수준의 등록금이 결정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등록금에 대한 서민부담을 줄여 서민경제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라는 입법 취지를 밝혔다.

  이러한 등록금 상한제를 두고 사회 각 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미 국립대학 총장협의회와 사립대 총장협의회가 법안에 적극 반대한다는 의견을 발표하는 등 대학들은 등록금 상한제에 대해 곱지 못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법적으로 등록금 책정을 규제하는 것은 현 정부 교육 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대학 자율화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사립대학 측의 반발은 더욱 심하다. 사립대학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는 대신 등록금을 투자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대학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교육 전문가들 역시 등록금 상한제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 상한제가 오히려 대학들로 하여금 등록금의 인상폭을 높이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까닭에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등록금 평균 인상률은 0.5%였고 2010년에는 각각 2.4%, 1.6%였다. 그러나 등록금 상한제가 시행되는 내년에는 대학들이 이보다 훨씬 높은 5%수준까지 높일 수 있게 되어 법안의 본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근거하여 일반적으로 법안의 혜택자로 여겨지던 학생들의 의견마저 나누어졌다. 대학의 자의적이고 과다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법안에 대해 찬성하는 측도 있는 반면 반대 측은 이미 등록금이 과다한 상태에서 우리가 요구한 것은 등록금 인하나 동결이라며 오히려 등록금 상한제가 등록금을 인상시키는 요인으로써 작용할지 모른다며 등록금 상한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등록금 심의위원회는 어떻게 되고 있나?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와 더불어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건설을 주요 골자로 하는 시행령도 지난 9월 28일 입법예고 되었다. 시행령에 따르면 등록금 심의위원회는 교원과 직원, 학생, 그리고 학부모와 동문 등이 참여할 수 있고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해서는 학칙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등록금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 기대를 모았던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설치에 대한 시행령에 대하여 학생과 시민단체는 불만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현행 제도 상 등록금 심의위원회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입법예고에 따르면 등록금 심의위원회 구성원의 비율은 한 그룹이 전체의 반을 넘지 않는다는 하에서 학교 측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결국 학생의 참여가 보장된다고 할지라도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있어서 학생의 비율이 낮다면 학생들의 목소리는 영향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특히 이번 시행령에서는 새로이 교직원을 교원과 직원으로 분리하고 학부모와 동문이 등록금 심의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하여 학교 측 구성원의 비율이 더욱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시행령에는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을 때 처벌한다는 등의 강제 사항도 미비한 실정이다. 이는 기존의 대학 평의원회의 경우처럼 등록금 심의위원회도 몇몇 대학에서만 만들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시민단체와 학생의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와 학생단체는 시행령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개정해야한다 주장하고 있다. 학생의 의견이 동등하게 반영될 수 있게 법적으로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구성 비율을 동등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의결권 없는 등록금 심의위원회는 기존의 평의원회처럼 명목뿐인 단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등록금심의위원회의 설치와 의결권 부여를 법적으로 명문화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 측에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다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비율을 법으로 미리 정해놓는 등의 조치는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대학들은 등록금이 충분히 학생들의 교육과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쓰이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7년 기준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평균 교육비 환원율이 129.2%라며 사립대학들은 교육의 질에 비해 등록금이 높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자율성을 중시하겠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와 등록금 그 자체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주장하는 여러 대학들에 대해 학생들은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김 모(정경 10) 씨는 ‘학생들이 느끼기에는 비싼 등록금에 비해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등록금을 어느 부문에 어떻게 활용하여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이 모(경제 09) 씨는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에게 등록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가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타 대학들도 학교 측의 등록금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등록금 심의위원회의 구성을 위해 서명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몇몇 국립대학에서는 국가를 상대로 ‘부당 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되었던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대학사회에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정부와 대학이 주장하는 대학의 자율성도 매우 소중한 가치이다. 그러나 학생도 대학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학생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현재의 등록금 시스템은 대학 스스로 자율성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심의위원회가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여 진정한 대학의 자율성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해결되길 기대한다.

홍준표 기자 god0976@korea.ac.kr

김주희 기자 dovejh24@

최정호 기자 chjho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