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수업 ‘사고와 표현’과 ‘Academic English’는 신청 절차 없이 신입생에게 자동적으로 배정되며, 강의마다 다른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1학년인 수강생들은 강의의 시간이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배정받은 강의가 아닌 다른 강의를 신청하기에 제약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를 한 학기가 지나서야 알게 되는 일이 올해도 반복될 전망이다.


선택권 없이 정해지는 강의 시간대
사고와 표현과 Academic English는 학번에 따라 신입생들에게 자동 배정된다. 두 과목 모두 1학기에 Ⅰ과목을, 2학기에 Ⅱ과목을 이수하는 것이 권장사항이다. Academic English의 초급과 고급반은 예외적으로 학생이 직접 수강 신청할 수 있다.

이 두 과목에서 학생이 배정된 강의를 수강하는 데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취소하는 것만 가능할 뿐 다른 강의를 신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사고와 표현의 경우 담당 교수의 허락이 있어도 시스템 상 기본 배정 인원인 30명을 초과해 수강생을 받을 수 없다. Academic English는 배정받은 강의를 취소하면 동일 학기에는 다른 강의를 신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1학년 이후에 Academic English를 수강할 경우에는 재수강 강의 혹은 본인 전공의 1학년 대상 강의만 신청할 수 있다.
학교 측은 필수수업까지 수강신청을 한다면 특정 수업에만 학생이 몰려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제어학원 외국어센터 신준호 씨는 “비선호 분반의 폐강으로 인해 수강신청을 하지 못하는 인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업 시간이 학생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정되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현승(정경대 경제15) 씨는 “1학년 2학기에 배정된 Academic EnglishⅡ 수업 시간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른 수업을 신청할 수 없었다”며 “2학년 2학기에 Academic EnglishⅡ를 수강할 예정인데, 전공 수업을 많이 수강할 시기라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내용과 평가 기준 천차만별
사고와 표현과 Academic English는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공통강의이지만 강의 내용과 평가 기준이 교수에 따라 지나치게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기초교육원은 학기 초 모든 사고와 표현 강사를 대상으로 수업 진행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한다. 주 교재도 본교 출판부에서 낸 <대학글쓰기의 이해>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교수에 따라 공통교재의 사용 정도, 과제의 종류, 평가 기준 등이 서로 다른 상황이다. 2016년도 1학기 사고와 표현 강의계획서에 따르면, 시험 없이 발표와 글쓰기 과제만으로 평가하는 강의부터 중간 및 기말고사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강의까지 평가 기준이 다양했다. 20개의 참고 도서를 명시한 강의가 있는 한편 주 교재 이외의 문헌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강의도 있었다. 이에 윤인선 기초교육원 주임은 “수업 가이드라인을 워크숍에서 제공하긴 하지만, 모든 부분을 동일하게 하도록 강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Academic English의 경우 공통 교재마저 없어 수업마다 평가 기준과 내용이 더욱 큰 차이를 보인다. 이혜인(문과대 영문14) 씨는 “Academic English 강의는 동일한 영문학과 내에서도 교수에 따라 난이도나 평가 기준이 서로 달랐다”며 “어떤 강의는 한 학기 동안 큰 발표를 3개 요구한 반면, 다른 강의는 부담스러운 과제 없이 영화 시청을 위주로 수업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제어학원 외국어센터 신준호 씨는 “Academic English 수업은 수준별, 전공별로 티칭그룹이 구성되어 서로 커리큘럼을 공유하지만, 내용의 통일이나 공통교재는 강제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수마다 수업 내용이 지나치게 다르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각 교원에게 교육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 내에서 선택권 주는 대안도
학생이 시간이나 커리큘럼을 고려해 필수수업 강의를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 학교 측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인선 기초교육원 주임은 학번에 따라 수업을 자동 배정하는 가장 큰 이유를 “자연계열 학생들의 원활한 수강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계열 학생들은 많은 시수의 전공필수수업을 자동으로 배정받는다”며 “비는 시간대가 적어 수강신청을 학생에게 맡기면 필수수업을 수강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연계열 학생에게 전공필수수업을 선택하게 한다면, 사고와 표현과 Academic English도 자율에 맡기는 것이 행정상 불가능하지 않다. 실제로 서강대의 경우 본교와 유사하게 신입생 때 ‘읽기와 쓰기’와 ‘글로벌 의사소통’ 수업을 수강하도록 권장하지만, 학생들이 강의계획서와 시간을 고려해 원하는 수업을 직접 신청하고 있다. 서강대 학사지원팀 이학주 씨는 “서강대에도 자연계열 학생들이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강의가 있지만, 이 역시 여러 시간대에 개설된 강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게 한다”며 “1학년 수업 중 미리 수강신청 돼 나오는 수업은 없다”고 말했다.

인문, 자연, 예체능 등으로 계열을 나눈 후 같은 계열 내에서는 자유롭게 필수수업을 선택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고와 표현 강사는 “계열별로 학생에게 필요한 수업방식이 다르므로 현재 과별 배정은 의의가 있다”면서도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를 고려했을 때, 같은 계열 내에서 수업을 고르게 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 정다인 기자  da2n2@kukey.com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15:5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