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모두가 익히 아는 주기도문의 일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학생 중 ‘시험에 들지 않은 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모든 학생들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끝없는 굴레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에게 시험이란 그런 존재다. 취직 전까지, 아니 요즘은 취직 후에도 항상 곁을 맴돈다. 특히 원하지도 않는 공부를 하다보면 괴로움은 배가 된다. 나 역시 중학교 때, 5첩 반상의 반찬 종류를 외우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렇게 공부에 괴로워하고 있을 때 각종 편법은 우리를 유혹한다.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그 손짓은 더욱 매혹적이다.

4월 30일, 서울대의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올라온 하나의 글이 논란이 됐다. 시험에서 학생들의 집단 컨닝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시험기간이 되면, 우리학교 커뮤니티 ‘고파스’에서도 컨닝과 관련된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앞으로 시행된다는 무감독시험에서, 우리학교의 모습도 서울대와 비슷하게 그리고 더 빈번히 그려질 수도 있다.

학교당국은 무감독시험을 위해 휴대폰 수거 등의 방안과 함께 ‘명예서약(Honor code)'을 내걸었다. 하지만 명예서약만으로 시험장에서의 유혹을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무감독시험의 핵심은 염재호 총장도 여러 번 지적한 것처럼 ‘시험문제’에 있을 수 있다.

예전에 들었던 수업 중 무감독시험의 가능성을 보여준 수업이 있었다. ‘서양사회의 이해’라는 수업인데, 그 수업의 시험 방식은 특이했다. 포털에 업로드 된 시험문제를 다운받아 답안을 작성한 뒤, 다시 포털에 올리는 방식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도 좋고, 심지어 친구들과 상의를 해도 좋았다. 당연히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을 만들고, 서로 풀이를 공유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일을 연 순간 우리는 모두 얼어버리고 말았다. 문제는 ‘①시계를 중세 방식으로 읽어보고, ②도시에 사는 사람과 농촌에 사는 사람의 시간관을 비교할 것’을 요구했다. 인터넷을 뒤져도,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답은 교수님의 수업 안에 있었다. 그 수업시간에 졸고 말았으니 제대로 답을 쓸 리가 만무했다. 결국 B를 맞았다.

그저 책에 있는 내용을 누가 더 잘 외웠는지 물어보는 방식 그대로 무감독시험을 시행하면, 명예서약은 의미가 없어질 듯하다. 인터넷 검색이 도움이 되지 않았던 시험문제처럼, 배운 내용을 응용하면서도 생각을 비틀 수 있는 문제가 제시될 때 우리는 컨닝의 유혹이란 ‘시험’을 넘어 사고할 수 있지 않을까.


차정규 기자  regular@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3 07:3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