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었다. 절친한 친구 A는 내게 진지하게 털어놓을 말이 있다고 했다.  A가 심각하게 하고자 했던 말은 그 흔한 연애상담. 흔할 뻔했던 그 연애상담이 내게 흔할 수 없었던 첫 경험이 되어버린 건, 그가 좋아하는 사람이 고등학교 동창인 B라는 이야기를 할 때부터였다. 우리는 남고를 나왔었고, 그 대화는 내가 들은 첫 커밍아웃이었다.

그 후 A에게 나는 연애상담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친구 1호가 되었다. 그러다가 A는 내게 크게 상처받은 일이 있었다며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당시 나는 진화생물학에 심취한 어쭙잖은 생물학도였고, 그 전날 읽은 책을 자랑하고 싶었는지 A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보면 동성애를 혐오하는 심리기제도 이해 가능한 일 아닐까?” 그날 내가 A에게 했던 말은 그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고, 그 상처는 내게 커밍아웃을 했던 날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나는 그날 동성애를 차별하였던 것이다.

차별은 생각보다 쉽게, 차별하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차별받는 사람에게 차별은 1분에 60번씩 다시 대뇌일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상처로 남게 된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무엇이 차별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기에, 어떤 것이 차별인지 모른 채 한 행동들이더라도 그것이 차별이라면 쉽게 용서될 수 없다.

하지만 얼마 전 10주년 퀴어영화제 대관 관련하여 중앙성소수자동아리 과 학생처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은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우리학교 공동체 속에서 차별에 대한 고민은 간혹 주목받는 사건이 터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했으니 말이다. 누군가의 개인적 잘못이라기보다는, 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이 결여되어 일어난 일이라 할 수 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사람이 ‘쟤 게이 아니야?’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쉽고 자연스럽게 차별적 발언이 난무하는 지금, 우리는 적극적으로 차별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염재호 총장의 ‘인권센터’ 관련 공약은 사뭇 희망을 던져준다. “고려대학교 전체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인권 상담·조사기능, 인권 교육, 인권 연구의 세 영역을 포함하는 고려대학교 인권센터를 설립하고자” 한다는 취지로 출범하는 인권센터가 학내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그에 발맞추어 우리 학생들도 끊임없이 고민해야한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말이다. 이제 차별 없는 진정한 공생의 조건을 만들고 실현해나가야 할 때이다.

김근우 (생명대 생명과학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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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3 07:3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