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에 어떤 태도와 입장을 취해왔을까.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정권이 교체되며 그 기조를 달리했고 그에 따라 남북관계도 달라졌다. 그렇다면 최근 4개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땠을까. 4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그 의의, 한계점을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에게 들어봤다.
▲ 분단 후 최초로 열린 2000년 남북정상회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햇볕정책’
김대중 정부(1998-2003)는 ‘화해’와 ‘협력’을 기조로 내세워 ‘햇볕정책’을 표방했다. ‘햇볕정책’은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뢰를 형성해 폐쇄성을 고수하는 북한을 개방시킨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위기는 김대중 정부가 대북포용정책을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조속히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를 원한 동시에 북한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길 바랐다.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에 따라 교류협력을 추진했고,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자원과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주력했다. 분단 후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6.15남북공동선언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학순 연구위원은 “최초로 남북 간 ‘통일’에 대해 합의를 끌어내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대북화해협력 반대자들은 햇볕정책을 ‘퍼주기’라 비판했다. 햇볕정책으로 경제적, 정치사회적 비용을 많이 지출했기 때문이다.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노무현 정부
노무현 정부(2003-2008)는 김대중 정부가 남북관계에 기본노선을 구축했다고 봤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현실화하는데 주력해 ‘평화증진’과 ‘공동번영’이란 목표를 내걸었다.
노무현 정부는 남북 간의 교류협력을 확대시키기 위해선 경제협력과 평화정착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와 경제가 ‘선순환’하면 남북관계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미흡한 한미협력과 북핵문제로 ‘평화증진’과 ‘공동번영’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백학순 연구위원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당시 미국 정부와 협력이 잘 되지 않았고, 임기 내내 북한 핵 문제에 부딪혀 남북관계에서 ‘평화번영’을 이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했다.
비핵화와 경제성장, 거래 제안한 MB
이명박 정부(2008-2013)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틀에서 접근했다. 이에 민족 특수성의 논리보단 경제 원리에 입각한 남북 간 상호 실익을 우선 시 했다.
은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통해 북한의 GDP를 10년 내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정책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하고 개방하면 국제사회도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원을 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백학순 연구위원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국제정치에 노출시켜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제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백 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개선에 국제사회가 관계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결합해 스스로 풀 문제를 외부에 돌렸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를 연계하는 정책을 추진해 북핵문제해결에 진전이 없으면, 남북관계도 진전이 없었던 점이 아쉽다”고 평했다.
신뢰를 쌓으려는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2013~)는 ‘남북관계 신뢰’에 주목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 신뢰의 부족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입각한 박근혜 정부는 무리한 정상회담이나 대규모 대북 지원은 신뢰구축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론’을 내세웠다. 이는 국민에게 통일의 긍정적 의미를 부각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남북관계 시점에서 ‘통일대박론’을 내세운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백학순 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신뢰구축을 위해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로 남북관계에서 손을 놓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은 정치와 별개로 한다고 해도 제대로 지원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정책적 맥락에서 통일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했다. 백 연구위원은 “통일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남북관계 조차도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통일’이라는 말을 꺼내는 건 이르다”며 “남북관계는 ‘상대가 있는 관계’인데, 북한을 상대하지 않고 남북관계가 개선될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참고자료│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적 연구 :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비교 /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방향 /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및 추진환경과 전략
강수환 기자 swan@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3 02:1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