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이다. 이는 1945년 8월 15일 조국 광복 이후 강대국이 한반도에 진입한 그 순간을 분단의 시작이라 보기 때문이다. 조휘제(인문대 북한학과) 교수는 “광복과 동시에 미국과 소련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에 들어왔다”며 “이를 국토적 분단이라 본다”고 말했다. 분단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 남한의 청년은 통일과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까. 또 통일전문가들은 이들의 시각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학생 심층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를 위해 소속과 성별, 계열을 고려해 본교생 8명을 섭외했다. 남학생의 경우는 군복무 여부를, 여학생의 경우는 학년을 추가로 고려했다. 좌담회는 13일 오후 6시 30분 하나과학관의 B동 159호 강의실에서 진행됐다.
심층좌담회가 끝난 후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원, 남북의료협력재단 이윤생 대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정은미 연구원, 유호열(인문대 북한학과) 교수와 좌담회 요약자료를 토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일러스트l김채형 전문기자
통일에 대한 편협한 시각
참가자들에게 ‘통일’은 낙관과 비관이 동시에 존재하는 말이었다. ‘통일이 낙관적인가’라는 질문에 5명은 그렇다고 대답했고 3명은 비관적이라고 대답했다. 구체적인 의견을 묻자 A 씨가 손을 들었다. 그는 ‘통일을 이뤄야한다’는 낙관적인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통일이 남한 사회에 가져올 부담감에 대해선 경계했다. A 씨는 “동·서독의 경제적 격차보다 커진 남북의 격차를 메우려면 국가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그 부담은 곧 개인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씨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현재 정부는 탈북자를 ‘지원해야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며 “그 기조가 통일된 한국에서도 이어진다면 결국 그 재정적 부담은 남한 사람들의 몫일 것”이라고 말했다. E 씨는 통일 이후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북한 주민들이 도태될 것이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북한 주민들이 발생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견에 대해 F 씨는 통일을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그는 “한국이 처해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책이 ‘통일’에 있다”며 “당장 통일이 되면 매우 혼란스럽겠지만 장기적으로 통일이 경제발전의 계기가 된다면 우리가 겪는 청년실업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G 씨도 이와 같은 의견을 말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 주변 국가와 무역원활 등의 이점으로 개인과 국가 모두 소득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미 연구원은 좌담회 참가자가 모두 대학생임에도 통일에 대한 시각과 관점이 편중돼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참가자의 전반적인 의견은 지난 몇 십년간 정부가 만들어낸 담론에 머물며 국가주의적, 경제적인 관점에 편중됐다”며 “분단현실은 이 뿐만 아니라 정서적 불안감, 정치권의 이념다툼 등으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유호열 교수는 편협된 시각의 원인으로 남북관계의 정체를 꼽았다. 유 교수는 “남북관계가 많이 단절돼 북한을 접할 기회가 줄었다”며 “남북관계가 활성화되는 것은 분단과 통일의 시각을 넓히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통일에 회의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조한범 연구원은 청년들이 분단현실에 익숙해진 현실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는 청년들이 분단현실에 익숙해진 이유로 국가적 논쟁을 꼽았다. 조 연구원은 “지금 청년들은 비행기로만 해외여행 가는 것이나 징병제 등 대륙과 이어졌지만 분단현실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이는 진보와 보수로 분리돼 논쟁하며 통일을 위한 역량을 모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일의 장점을 열거했다. 조 연구원은 “통일되면 유라시아로의 물류비용 절약, 사회갈등비용의 감소 등으로 통일한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한 해 약 35조가 쓰이는 국방비도 통일되면 약 15조로 감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일이 당장에는 부담이 되지만 결국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독일은 통일 후 20년간 ‘유럽의 병자’라 불릴 만큼 어려웠었다”면서도 “하지만 통일비용문제는 언젠가 사라질 문제고 통일편익은 영원히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나 약한 통일의지
‘통일은 언제 일어날 것이라 예상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참가자들의 대답은 ‘20년 후’부터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까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4-50년 후’라고 답했다. ‘50년 후’라고 예상한 F 씨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나이를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김정은의 후계자를 정할 때쯤 체제에 혼란이 올 것이고 끝내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 C 씨도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통일되지 않는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체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통일을 이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후 통일될 수 있다’고 대답한 H 씨는 남북의 이해관계가 맞아 통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되면 국가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으니 남북이 교류·협력하다 보면 조만간 통일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통일을 위한 준비를 점차 하고 있으니 통일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통일의 걸림돌은 무엇일까. 참가자들은 통일의 걸림돌이 남북한 모두에게 있다고 입을 모았다. D 씨는 ‘북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군사력’을 통일의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현재 북한은 경제력, 국제적 지위 등이 땅에 떨어져 자존심만 남았다고 본다”며 “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군사력을 보강하고 있고 그 군사력이 곧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일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만 남한 통일정책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준비할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바꾸는 현실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일에 50년 소요될 것’이란 의견에 다소 놀라워했다. 이윤생 대표는 통일을 예상하는 기간은 통일에 대한 의지를 반영한다며 청년 통일의식이 부정적인 현실에 우려를 표했다. 이 대표는 “통일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면 통일에 예상되는 소요기간도 짧을 것”이라며 “50년이란 수치는 사실상 ‘내 세대에는 통일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의견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호열 교수는 지금 청년들이 통일의 주역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통일세대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높은 청년들이 통일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관심을 갖고 의지를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탈북자와 교류협력을 늘려가는 등 직접 현장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엇갈린 김정은 정권에 대한 평가
그렇다면 참가자들은 김정은 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13일 국정원은 북한이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을 4월 30일에 고사포로 공개처형했다고 밝혔고 이에 다수의 매체가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에 대해 보도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에 대해 참가자들 중 다수가 ‘나름 잘 유지되고 있다’고 평했다. F 씨는 김정은 집권 초기,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예상했지만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초기에는 굉장히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해보였지만 최근 소식을 보면 자본주의를 일부 받아들이는 등 생각보다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나름의 원칙으로 정권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수차례 탈북자를 만났던 개인적 경험을 언급하며 탈북자들의 탈북 원인이 체제에 대한 불만이 아닌 경제적 빈곤이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탈북자들의 탈북 주요 원인은 체제와 세습이 아닌 경제적 빈곤이었다” 며 “이들이 체제와 세습을 당연하게 여긴 것을 보면 김정은 정권이 위태롭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에 대해 ‘위태롭다’고 평하며 공포정치, 측근 숙청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한범 연구원은 군부를 장악하지 못한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조 연구원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공개처형과 숱한 측근들의 승급과 강등은 군부를 장악하지 못한 김정은 정권을 보여주는 예”라며 “군부를 장악하지 못하면 우발적인 대중 봉기 등 급변사태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윤생 대표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이 대표는 “공포를 동반한 정치는 측근들의 직언을 막고 그 스스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정상적인 체제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정은미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북한에 위기가 많이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체제가 공고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정 연구원은 과거 김일성 사망 당시를 예로 들었다. 그는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미국의 북한 연구자 10명 중 10명 모두가 ‘북한은 3년 안에 붕괴될 것’이라 예언했다”며 “하지만 김일성 사망 전부터 김정일은 북한의 실질적 통치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통일의 희망적 비유
그렇다면 참가자들은 통일을 무엇에 비유할까. 이들은 통일에 대해 다양한 비유를 들었고 그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B 씨는 통일을 짬짜면에 비유했다. 그는 “짬뽕과 짜장면은 완전 다른 음식인데 ‘중국 음식’이란 이유로 억지로 짝짓는다”며 “남북도 전혀 다른 두 국가를 억지로 짝짓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C 씨는 통일을 한약에 비유했다. 그는 “‘고진감래’라는 말처럼 통일 후 당장은 힘들겠지만 통일은 결국 우리나라를 좋아지고 튼튼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일에 대해 희망적인 비유를 들었다. 이윤생 대표는 통일을 ‘봉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찢어진 살을 봉합할 때는 아픔도 있고 관리를 잘 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잘 봉합한 후에는 새살이 돋고 근육도 키워 결국 잘 달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유호열 교수는 통일을 주황색에 비유했다. 유 교수는 “일반적으로 통일을 평화의 상징인 녹색에 비유한다”면서도 “하지만 통일은 평화에 따듯함과 감동이 녹아있어 푸근한 느낌을 주는 주황색이 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기회
전문가들은 통일은 남한의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줄 기회이자 돌파구라고 설명했다. 정은미 연구원은 답답한 사회적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을 분단이라고 봤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잘못 말하면 ‘종북’으로 찍혀 의견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사회”라며 “서열을 강조하는 조직문화 등도 분단으로 인한 군복무가 만들어낸 사회적 문제”라고 말했다.
조한범 연구원은 통일 이후의 예상 가능한 폭발적 경제성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동북3성개발을, 러시아는 시베리아 극동개발을 미래의 개발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 모두가 한반도 통일이 이뤄져야만 가능한 것”이라며 “고령화,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어 국가발전전략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통일은 새로운 국가발전의 비전이고 주변 강대국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호열 교수와 이윤생 대표는 이 모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유 교수는 남한이 준비된 자세로 정치적 기반을 다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당은 책임정당으로 발전하지 못해 독일에 비해 정당이 미흡하다”며 “북한 인구 2400만 명을 감당할 만큼 정치적으로 확실한 민주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다른 유형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북한 주민에 대한 직업적, 사상적 교육이나 통일한국의 헌법제정 등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더 힘들고 긴 통합의 시간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훈, 박승아 기자 news@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3 00:3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