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분단 광복 70주년 통일의 원년이 되기를



한반도가 광복과 분단 70년을 맞았다. 해방둥이가 칠순을 맞은 것이다. 일부 문화인류학자들은 민족분리론을 지적한다. 같은 민족이라도 한 세대 25년을 따로 살면 언어가 달라진다. 두 세대 50년을 분리해서 살면 사고에 차이가 생기고 세 세대가 지나면 행동이 달라지며 한 세기를 분리해서 살면 남이 된다는 주장이다. 냉전시대 이념에 의한 6.25전쟁은 1·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고는 20세기 최대의 비극이다. 인구의 6분1이 사촌이내에 피해자가 있다. 아직도 비극이 상처로 남아 있는 남북한은 주기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다. 무력충돌도 발생한다. 전쟁 발발 20여년만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으로 시작된 남북대화는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1992년 남측 정원식 총리와 북측 연형묵 정무원 총리가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는 다양한 분야의 완전한 합의문서였다. 다시 합의를 해도 이 이상 합의문을 도출할 수 있을까 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6·15, 10·4 선언 등 2차례의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다양한 합의를 했지만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협력은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

  이념적 대립이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고 북핵문제가 표면화되면서 통일로 가는 길은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고 있다.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가는 핵심키워드는 ‘접촉’이다. 지난 40여년 남북회담의 역사는 어느 일방이 타협의 모든 성과를 독점하는 제로섬 게임(zero sum)일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과실을 균점하는 논 제로섬(non zero sum) 게임일 수밖에 없다. 어느 일방이 협상의 이익을 독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공존과 공생원리를 통한 상생적 타협에 도달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합리적 관행을 축적하는 것은 갈등과 협력의 이중 구조하에서 남북관계 발전의 요체가 될 것이다.

  역대 우리정부의 통일방안은 평화적 방식으로 남북한 합의에 의한 단계적 점진적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정부의 통일방안은 남북한 합의를 전제로 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이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구현될 지는 미지수이고 역사 서술 관점에서도 실현성(feasibility)이 불투명하다. 특히 분단이 장기화되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물론 무력에 의한 통일은 가능하지 않다. 분단의 장기화로 인한 민족이질화가 심화되고 있어 남은 한 세대 안에 통일의 교두보를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언젠가는 통일의 메시아가 도래할 것이라는 막연한 신념은 종교적인 것이지 사회과학적인 논리는 아니다.

, 을 집필한 세계적 과학저술가인 매트 리틀리의 2010년 저서인 는 미래에 대해 비관과 낙관론이 교차하는 현실 상황에서 미래에 대해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였다. 리틀리의 사고는 감성적이었고 각종 현안에 대해 다양한 통계와 수치를 제시하여 과학적인 추론을 도출해 내는 독특한 집필 방식은 압권이었다. 리틀리의 논점을 다소 비약하여 이념과 체제 등 복잡한 정치적 갈등 상황인 남북관계에 적용한다면 현재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리틀리는 인간의 이성적인 힘과 판단을 신봉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폭압적인 집단수용소를 운영하고 폭정의 반인륜적 행태가 자행되는 북한 체제라고 해서 권선징악의 구도대로 즉시 붕괴되지는 않는다. 결국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단순접촉이든 평양에 한류를 적극적으로 보내든 움직여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평양이 붕괴하리라는 사고는 이성적 낙관주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사회주의 정치경제학자인 코르나이(J. Kornai) 교수는 어느 사회주의 경제 변화를 ‘개혁’이라고 부르려면 △공산당 독재와 공식 이데올로기의 지배, △국가 소유, △시장에 대한 관료적 조정(통제) 우위 등 사회주의 정치·경제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세 가지 축 중 하나 이상에 근본적이고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집권 4년차를 맞이하는 김정은 체제는 장성택, 현영철 처형 등으로 체제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즉각적인 붕괴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통일과정에서 민족자결주의가 중요하지만 남북한 당사국의 발언권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한반도에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미·중간에 신경전이 전개되는 현실은 한반도가 강대국 국제정치의 현장이 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통일과정에서 강대국 국제정치와 민족자결주의가 효과적으로 접목되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통일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내야 한다.

  중국이 47만발의 포탄을 퍼부었던 대만의 금문도는 이제 역사를 회고하는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다. 포탄의 탄피는 목걸이 재료로 인기가 높다. 연간 1만여 명의 대만 기업가가 중국에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양측의 교역액은 연간 2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사실상의 통일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역사는 한순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역사가 진화하도록 당대의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1960년대부터 빌리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추진한 동방정책의 설계자 였던 에곤바르(Egon Bahr) 전 경제협력부 장관은 다음과 같이 독일통일에 대해 지적하였다. “통일은 어느 역사적인 날에 역사적인 회의에서 역사적인 결정으로 이뤄지는 한 번의 행위가 아니라 수많은 이정표와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었다.” 통일은 수많은 교류와 협력의 산물이었다는 의미로 우리가 음미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남성욱
인문대 교수, 북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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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3 02:3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