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쌓아가며 지금 행복하고 싶다
<벚꽃엔딩>


과CC를 한지 600일이 넘었다. 새내기 때 처음 만났고, 여러 과 행사를 통해 친해지면서 연인이 됐다. 우리는 다른 커플들과 전혀 다를 것 없는 커플이다. 많이 놀러 다니고 많이 싸우는 평범한 연애를 하고 있다.

CC에 대한 인식은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처음엔 나도 피하고 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선배들의 ‘과CC만은 피하라’는 조언이었던 만큼 과CC는 위험해보였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조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됐고, 캠퍼스 커플이 되었다. 보통 CC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헤어지고 난 후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편한 점이 예상되는 만큼 CC를 하는 동안의 장점도 꽤나 많다.

첫 번째 이유는, 뻔하다. ‘매일매일’ 볼 수 있다. 혹자는 이게 단점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게 큰 장점이었다. 웬만한 학우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2학년 이후의 과 행사에는 많이 참여하지 않는 일원이었다. 이 때, ‘소속감을 잃어버렸다’는 느낌 때문에 많이 외로웠다. 이 외로움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았던 건 내가 CC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강 때나 밥을 먹을 때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을 힘써서 찾지 않아도 됐다. 연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기에, 문득 힘에 겨울 때 곧장 위로받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물론 우리도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때도 ‘CC라서’ 좋은 점이 있다. 이별을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소리까지 질러대며 크게 싸운 적이 있었다. 헤어지고 싶었다. 문득 CC라는 타이틀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 때 그 사실이 내게 관계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제공하게 했던 것 같다. ‘우리가 헤어지게 되면, 당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동기들까지도 신경 써야겠구나’ 이 걱정을 시작으로 싸움의 원인과 내 잘잘못, 우리의 관계에 대해 차분히 고민해볼 수 있었다. 충동적으로 이별을 결정할 수도 있었던 순간은, 다시 문제를 헤아리게 되면서 더 단단한 관계의 기반이 됐다.

우리는 ‘결혼은 28살에 하자’, ‘축가는 누구에게 부탁하자’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런 장난을 들으며 사람들은 ‘얼마나 가나보자’며 콧방귀를 뀐다. 나는 신이 아니기에, 미래를 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CC인 것에 대해 지금, 후회는 없다. 모험과도 같았던 일종의 ‘도전’이었지만, 나는 행복했다.

CC를 하라고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끝을 생각하는 만남보다는 같이 추억을 쌓아가면서 지금 행복하고 싶다.



굳은 확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않길
<그댈 마주하는 건 너무 힘들어>

봄바람이 불어오고 선후배간 번호교환이 어느 정도 끝나면 초반에 어색하고 멋쩍은 표정만이 가득하던 새내기들의 얼굴에 점차 웃음꽃이 만개하기 시작한다. 이런 시기쯤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CC, 많은 고등학생의 로망에서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로 손꼽히는 단어이다. 나도 이런 로망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었기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 선배를 만나게 되었다.

애인을 자주 봐야하는 내 연애스타일상 같은 캠퍼스라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이득이었고 열심히 활동하는 선배의 모습에 ‘CC를 하면 안 된다’는 많은 사람의 말은 그저 흘러가는 말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물론 그 선배 덕분에 내가 차마 인사하지 못했던 선배들과 밥을 먹고 친분을 쌓는다던지, 그저 하나의 새내기인 나를 다들 잘 기억해 주는 등의 좋은 점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 수가 그리 많지 않은 무리에서 탄생한 한 커플로써 지목을 받고 많은 사람의 궁금증 대상이 되었던 것들을 능가하는 이득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유독 소문에 민감해서 일지 몰라도 우리가 어디를 갔으며 어떻게 싸웠고 어떻게 화해했고 또 우리의 연애스타일이 어떤 지가 내 애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화제로 돈다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내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연애가 공적인 활동인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사실도 유쾌하지 않았다. 연애를 자랑하지 않는 편임에도 생기던 이러한 소문과 관심, 그리고 공사간의 인맥교차는 둘 중 하나를 실패하면 다른 하나도 잃게 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결국 나는 CC가 나의 공사를 무너뜨리고 내 학교생활의 발목을 잡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로 이별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이별의 이유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새로 입학한 16학번들이 나에게 CC가 어떠냐고 물어보면 ‘너의 연애스타일에 따라 좋을 수는 있지만 조용히 만나고 헤어지지 못할 것이라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다’라고 말해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이렇게 말하여도 새내기때의 나처럼 상대가 너무 좋은 마음에 CC를 시작하는 학생들이 생길 것이다. 수많은 충고들이 그렇듯 이런 말보다는 보고 겪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건 모든 연애가 그렇겠지만 CC는 더욱 더 굳은 마음과 확신, 자신감이 없으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몸 건강과 마음 건강에 좋다. 적어도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 정도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CC를 시작하는 것은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갖게 될 후배들을 위해 몇 자 적었으나 이것이 진리처럼 여겨지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이런 경험은 많은 사람의 경험이고 공감이니 가볍게 여겨지지도 말았으면 한다. 부디 지성인답게 현명하고 행복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으면. 모든 학우들의 행복한 선택을 응원한다.




* 민주광장은 하나의 소재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을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독자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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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시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원고 마감은 4월 29일입니다. 학내외 구성원이라면 누구든 가능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9 00: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