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생활편의를 진단하다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을 그린 영화 ‘도가니’가 큰 흥행을 거두면서 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 역시 전 사회적으로 일고 있다. 매우 높아졌다. The HOANS가 그 초점을 본교에 맞춰 교내 장애학생 지원과 장애학생이 이용하는 시설의 편의성을 취재했다.

현재 본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은 안암 캠퍼스에 119명, 세종 캠퍼스에 31명이다. 고려대 내에서는 학생처 산하에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장애학생도우미 제도를 시행하는 등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 장애학생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는 도우미제도뿐 아니라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수의 행사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총학생회 산하 장애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는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학교 내에서의 장애인 복지는?

그러나 이러한 지원 프로그램 외에 교내 생활 시설 면에서는 아직 장애학생들이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우선 엘리베이터 문제가 큰 불편이다. 비록 많은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그 수가 이용하는 학생 수에 비해 부족해 사람이 몰려 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다. 정경대에도 역시 엘리베이터는 설치되어 있지만 그 수가 단 1개일뿐더러 이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장애인 학우들은 편하게 이용하기 힘들다. 또한 문과대학이 이용하는 서관의 경우에는 엘리베이터가 아예 없다. 그렇기 때문에 휠체어를 타야 하는 장애학생들에게 서관에서 높은 층에 강의실이 위치한 수업은 듣기 어렵다.

또 다른 학교 내 시설 문제로는 출입구의 경사로 문제가 있다.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정대후문에는 원래 장애학생들의 출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설치된 경사로가 있다. 그러나 오토바이 등의 출입으로 인해 소음 등의 피해가 있다는 우려로 학교 측에서는 이 경사로를 폐쇄했다. 그러나 총학생회 산하 인권위 대표를 맡고 있는 권창규(교육 09) 씨는 “학교 측은 오토바이가 위험하기 때문에 경사로를 폐쇄한다고 했지만 그런 이유로 장애학생이 다녀야 하는 길을 막아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사로의 폐쇄는 학교 측의 기본적으로 장애학생에 대해 취약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가 전반의 보조시설이 취약해

그러나 이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장애인 보조 시설 자체가 열악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장애인 보조 시설이 잘 갖춰있지 않다. 보도블록 자체가 휠체어 사용자들이 이용하기 힘든 상태인 곳도 많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쓰이는 휠체어리프트에 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매우 위험하다. 서울시에서는 장애인 전용 택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실상은 운행시간과 택시 대수의 제한으로 실질적인 이용이 어렵다. 학교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 대학의 시설은 어떠한가

선진국의 대학들은 장애학생을 위한 시설을 충분히 갖춰 장애가 학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다. 장애인 복지가 잘 되어있기로 유명한 독일은 대학 내의 장애인 편의시설도 매우 잘 갖춰져 있다. 오래된 건물이든 새 건물이든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통행하는데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길 안내 보도블록도 잘 갖추어져 있다.

미국 대학의 경우에는 장애학생에게 수화 통역 서비스나 시험 대필 서비스, 학습에 필요한 사이트에 대한 음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가까운 일본의 대학들도 장애학생들에 대한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새로 지은 건물들은 모두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건물 어디든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면과 엘리베이터 등의 시설을 잘 갖추어 놨다. 특히 양손과 양발이 선천적으로 없는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저서 ‘오체불만족’이 인기를 끌면서 대다수의 건물에서 장애인 편의 시설이 대폭 발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일부 대학에서도 첨단 장애인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예를 들어 대구대학교에서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시설을 잘 갖추어 놓음과 더불어 최근에는 K-PACE라는 발달 장애인 맞춤형 대학을 개교해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선 기본적으로 설계 자체에 편의 시설이 들어가 있는 것이 바람직하며 건설 후에도 시설 면에서 학교 측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일반 학생들의 인식도 문제 있어

그런데 장애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시설과 관련한 문제만이 아니다. 일반 학생들의 인식 역시 크게 문제가 된다. 비록 일반 학생들 중 장애인을 돕는 장애학생도우미 등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장애인의 복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 학생들은 장애학생들을 편견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들을 단순히 사회적 약자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장애인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불편함을 겪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보는 학생들도 있다.

이러한 일반 학생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아무리 시설 면에서의 복지가 개선돼도 장애학생들의 학교생활은 어려울 것이다. 장애를 딛고 공부하는 장애학생들은 몸의 불편함에 더해 교내 시설을 이용함에 여러 불편을 느끼고 다른 학우들의 인식에 상처받는다. 이제라도 ‘더불어 살아감’의 의미를 교내 장애학생에 대한 복지와 인식 개선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가연․김재윤․한혜리 기자
greenrkdus@korea.ac.kr

총학생회 장애인권위원회 대표 권창규(교육 09) 씨 인터뷰

- 장애학생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정책은 무엇이 있으며 학생들의 만족도는 어떠한가?

“지원 제도에는 필기 보조도우미, 이동도우미, 타이핑 도우미 제도 등이 있다. 도우미 제도 외에 작년에는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님의 강연을 주최했다. 장애인의 날 등의 행사에 떡을 나눠주거나 고대농장을 견학하기도 한다. 개인마다 만족도는 다르지만 전반적으로는 다들 만족하는 편이다.

- 장애학생들의 복지에 대한 비장애학생들의 인식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장애학생과 인권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 인권위도 지금은 장애학생 주축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비장애인들도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다. 그런데 워낙 들어오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홍보를 할 여력도 없고 악순환이 몇 년씩 계속된다. 만약 학우들이 인권에 관심이 많다면 직접 찾아와 함께 일할 수도 있는데 그런 사례가 거의 없는 걸로 봐서 인식 자체가 별로 없는 것 같다.”

- 그렇게 느낀 특별한 사례가 있는가?

“얼마 전 인권위원이면서 학생회활동을 하는 친구가 고파스(www.koreapas.net)에 장애 관련 글을 올렸는데 온갖 모욕적 악플이 달렸다더라. 이런 모습을 보면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기본예절 측면에서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얼마 전 전학대회에서 인권위 예산 사용을 두고 말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는 몇 년 동안 인권위 활동을 하는 학생 수가 굉장히 적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활동을 할 여력 자체가 없었다. 그렇기에 일단 학생들끼리의 공통적 목표의식을 명확히 갖는 것을 우선으로 활동한 것이었다. 단순히 인권위를 비난만 하는 학우들에게 현재 장애인권위의 실태가 어떠한지, 장애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먼저 가져본 적이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

- 비장애학생들의 인식이 개선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상호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야 하지만 장애학생들의 인권 문제가 이슈화될 때 학우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인권위에서도 최대한 적극적으로 홍보하려 하지만 워낙 사람 수가 적다 보니 잘 되지 않는다. 인권위에 한 두 명만 들어와도 분위기나 사업 계획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학우들이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 청각장애 발생률이 굉장히 높은 섬이 있다. 그 섬에 사는 비장애인들은 기본적으로 수화를 할 줄 알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들의 소통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처럼 사회에서 어떤 것을 ‘장애’라고 규정하지 않고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만들어준다면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닐 것이다. 그런 인식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학우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으로 장애, 비장애학생이 상호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권위에서도 장기적인 목표 수립에 더해 상호간 친목을 도모하고 나아가서 그 자리에 비장애학생들도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가연 기자
greenrkd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