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의 노랫말 과잉 심의 논란부터 ‘박경신 교수 사건’까지 최근 한국 사회에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이슈들이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의 기저에는 어떤 근본적인 논쟁점이 존재하는 것인지, 다양한 분야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논란이 되고 있는지 The HOANS에서 심층적으로 취재했다.

올 여름 가요계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 16일 여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에서 이미 발매된 인기 가요를 줄줄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했기 때문이다. 노랫말에 술이 언급돼 있어 청소년들에게 간접적으로 음주를 권하는 등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청소년 유해 매체물, 이른바 ‘19금’ 판정을 받은 노래로는 10cm의 ‘아메리카노’, 2PM의 ‘Hands Up’, 바이브의 ‘술이야’ 등 올해만 169곡에 달한다. 그러나 가사에 술이라는 단어가 쓰였다고 모든 노래가 유해 매체물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PM의 다른 노래인 ‘10점 만점에 10점’의 노랫말에도 ‘술에 취하련다’라는 부분이 있지만 이는 유해 매체물로 판정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는 이에 대해 “음반 발매량이 워낙 많아 제대로 모니터링하기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판정에 적용된 심의 규정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네티즌들은 여성부 홈페이지에 “○○을 없애주세요”라는 식의 놀이를 하며 여성부를 비꼬았고 결국 홈페이지가 한 때 마비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영호(정경 11) 씨는 “술이라는 단어에 기계적으로 유해 매체 판정을 내린 여성부의 잘못”이라며 “심의 규정이 조금 더 융통성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성부의 이러한 자의적인 심의 논란은 8월 25일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여성부의 판단에 반발해 낸 ‘청소년 유해 매체물 결정통보 및 고시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하며 일단락 지어졌다. 또한 여성부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를 민간에 이양하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과잉심의 논란은 어느 정도 사그라졌다.

 자의적인 심의 규정과 행정기구의 ‘검열’

이러한 여성부의 심의 논란은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한 공론의 장을 형성했다. 많은 사람들은 여성부의 심의와 관련하여 공중파 방송에도 술·담배 등 청소년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있는데 왜 유독 가요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인지에 대해 반문했다. 또한 어떤 것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정도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것이므로 심의에 적용된 기준의 자의성 그 자체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이슈에서 어떤 표현을 판단하는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문제는 최근 세간의 화제가 됐던 박경신 교수 사건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박경신 교수 사건이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 심의위원으로 있는 박경신 본교 교수가 방통위의 자의적 심의 규정에 반발하여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 성기 사진을 게재한 사건이다. 이 사진은 최근 방통위의 심의에서 유해물로 판정을 받은 것이다. 현재 방통위 규정에는 ‘사회통념상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해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해당 정보를 삭제하거나 내용에 대해서 접근을 차단하도록 할 수 있도록 돼있다.

성적 도의관념에 대한 자의적 잣대

그러나 박경신 교수는 이 규정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해당 게시물이 정보통신심의규정에 해당하려면 ‘성욕을 자극하고 성적 흥분을 유발한다’는 내용도 입증이 돼야한다”며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정보’를 판단하는 심의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박 교수는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인 쿠르베의 작품 ‘세상의 기원’을 블로그에 게시하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그는 여성의 성기가 묘사된 이 작품을 통해 행정부가 자의적인 잣대로 검열을 하는 사회에서는 예술과 문화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앞의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정부 차원에서 제재를 받는 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지 문화·예술 분야에만 한정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3일 제17차 유엔 인권이사회에는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제약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제출됐다. 프랭크 라뤼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은 보고서에서 한국 사회의 인터넷상 의사표현의 자유, 공무원 의사표현의 자유, 언론매체의 독립성 등 8개의 부문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이 중 인터넷상 의사표현의 자유 항목에는 앞서 살펴본 박경신 교수 사건도 포함돼 있었다.

언론의 기능, 그리고 표현의 자유

한편 UN 보고서에서 제시한 항목들 중 ‘언론매체의 독립성’과 관련한 부분 역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달 2일 대법원은 ‘PD수첩-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제작한 제작진 5명에 대한 무죄 선고를 확정했다.

PD수첩 제작진은 2008년 4월 허위 사실 유포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지난 1심에서는 “과장되고 왜곡된 부분이 일부 존재하나 보도 자체를 허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번 항소심 판시에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여론 형성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공공성 있는 사안을 보도했으며 보도 내용이 피해자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악의적인 공격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명예훼손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법원의 무죄 선고는 중요한 사회적 사안에 대한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와 정부와 정책 활동에 대한 감시 및 견제 활동을 존중한 판결이다. 이렇게 40개월간 이어진 법적 공방은 대법원의 원심 확정 판결을 끝으로 일단락 된 듯 보였다.

그러나 같은 달 20일 MBC 측이 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5명의 제작진에 대해 정직과 감봉을 포함한 높은 수위의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이 문제는 다시 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제작진을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회사 명예 실추를 이유로 징계한 것이다. 이에 대해 MBC 측은 “해당 프로그램에는 사실이 아닌 부분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에 대해 MBC 노조와 각계 언론인, 그리고 시민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김 모(정외 10) 씨는 “적은 확률이더라도 조심하자는 취지의 보도를 정치적으로 ‘허위 사실 유포’와 ‘왜곡 보도’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PD 수첩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MBC 측에서 나서서 공개 사과를 하고 제작진을 징계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모(정경 11) 씨도 “이런 식으로 언론의 표현의 자유가 제재를 받다 보면 정부나 권력 집단에 의해 미디어가 휘둘리고 말 것”이라며 비판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비판적 담론을 쟁점화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이미 합의가 이뤄진 언론의 주요한 기능이라고 판단했다. 그러한 판단에도 불구하고 중징계가 내려진 이번 PD 수첩 사건은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재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대학언론에 재갈물리기

이러한 언론의 자유 대한 제재는 비단 MBC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생 언론 역시 마찬가지의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해 2월 중앙대학교 흑석캠퍼스 본관 앞에서 ‘대학언론 장례식’이 열렸다. 이 장례식은 학교 측의 교지편집위원회 예산 전액 삭감을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퍼포먼스였다. 이는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가 2009년 11월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라는 제목의 기사 한 편을 실어 폐간 위기에 놓이자 대학 언론의 독립성 회복을 요구하며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중앙문화>는 기사를 통해 두산 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펼친 기업식 구조조정을 다루며 대학의 본질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대학은 발간 당일 해당 교지를 모두 강제 수거했고 이후 교지편집위원회와의 논의 없이 교지 발행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학생 언론의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억압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있어서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마저도 완전히 배제된 것이다. 이에 중앙대학교 학생들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존중받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마저도 제한되는 현실에 커다란 실망감과 우려를 표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현대 사회에서 개인과 집단에 부여된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된 인간의 기본권이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문화, 예술의 영역에서부터 정치와 언론, 학생 사회까지 사회 다방면에서 우리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문제들에 대한 공감과 합의가 부재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문제들은 계속해서 논란에만 휩싸일 뿐 제대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논의들이 추상적이고 공허한 울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 표현의 자유의 현재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주희·박승빈·임효진 기자
myidjiny@korea.ac.kr

[인터뷰] 표현에 대한 법적 처벌은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있어야

얼마 전 블로그에 게시한 남성 성기 사진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박경신 교수. 법학자이자 방통위의 심의 위원으로서 한국 사회 표현의 자유의 위축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가하고 있는 박경신 교수를 The HOANS에서 만나 보았다.

-최근 블로그에 남성 성기 사진과 ‘세상의 기원’을 올린 것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게시물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지적하고 싶었나?

“남성 성기 사진을 올린 의도는 방통위 심의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 사진은 성교육 책에 실려 있는 사진과 거의 똑같은 사진인데도 방통위에서 음란물로 분류된 사진이었다. 나는 방통위라는 행정기구가 자의적인 검열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게시물을 삭제할 때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고지나 의견청취를 제공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그 사진을 올렸다.

어떤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와 남성 성기 사진이 무슨 관련이 있냐고 묻곤 한다. 그러나 남성 성기 사진이 방통위라는 행정기구에 의해 삭제된 이번 일의 기저에는 뭔가 도발적인 것이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라면 내릴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이 불쾌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지울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블로그에 게시된 사진들을 보고 개인들은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는 그 불쾌감을 존중하며 개인들이 그 게시물에 대해 사적으로 가하는 비판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 하지만 행정기구의 차원에서 이를 강제로 삭제하게 하는 것은 아주 큰 문제이다.”

-방송․통신 매체에 대해 제제가 일정 부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 경우 어떻게 제재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매체 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과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중파 방송의 경우는 채널도 적고 독점력이 크다는 점에서 심의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나 음반의 경우는 다르다. 영화 매체와 같은 경우 많은 외국 국가들이 ‘자율 심의’를 채택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수용자들과 함께 직접 영화의 등급을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행정기구가 일률적으로 매체를 심의하는 경우 심의자의 가치관이 필연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러한 가치관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의적인 심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매체를 심의하는 수많은 위원회들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율 심의’보다는 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명백히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하자고 얘기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일 것이다. 우선 어떤 게시물을 지우기 전에 게시자에게 고지를 하고 이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는 적법절차의 원리로서 국민들의 당연한 권리인데 지금은 어느 하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일단은 이런 것들부터 시정돼야 한다.”

-허위 사실 유포는 ‘공공복리를 해치기’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로 표현의 자유를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표현에 대한 법적인 처벌은 그 표현에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만약 어떤 표현이 공공복리를 실제로 해할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갖고 있다면 이는 당연히 제재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없는데도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공공복리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처벌해야한다는 주장에서 묻고 싶은 것은 과연 그 공공복리가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한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만 본다면 잘 보장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없는 표현들도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명백한 법적 이유도 없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향유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표현의 자유는 표현에 대한 처벌 이후 매우 쉽게 위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표현에 대한 처벌 이후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기 시작한다. 자기 검열을 하는 이유는 복잡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은 귀찮음일 수도 있고 처벌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다. 이러한 자기 검열이 굳어지면 정보는 결절되고 파편화되며 사람들은 정말로 중요한 정보들을 노출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다. 결국 진지한 소통, 심층적인 지식의 교환과 토론은 더욱 어려워져 결국 문화의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는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고 하겠다.”

김주희 ․ 손예원 기자

yw813@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