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당국은 단과대간 균형발전 잊지말라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 경영관 공사가 시작됐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은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 명문 경영대학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뒤따랐다. 우리학교의 한 기관이 세계적인 연구-교육기관이 된다는 것은 모두에게 있어 영광이다. 그러나 학교당국이 과연 고려대학교를 ‘종합대학’으로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고려대학교는 스무 개가 넘는 단과대학으로 이루어진 종합대학이다. 그러나 공사장 담벼락에 ‘현대자동차는 고려대 경영대학을 사랑합니다’라고 내걸렸던 걸개는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 걸개는 내 걸린지 일주일이 안 되어 철거되었다. 하지만 내걸리는 것을 방조한 그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다.
현재 정경대학은 재적학생 약 2000명, 이중전공생과 부전공, 복수전공생 2000명 이상, 수많은 대학원생과 연구원, 80명이 넘는 전임교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규모로만 따지면 안암캠퍼스 16개 단과대학 중 큰 축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 정경관 단 하나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2002년에 완공된다는 ‘신정경관’은 아직 위치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교수에게조차 연구공간이 부족해 교양관 등 다른 건물에 더부살이하고 있으니 공간문제의 심각성은 한계에 달했다. 그러나 학교본부는 특정 단과대학 쾌적화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정경대학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정경관과 연면적이 비슷한 서관을 정경대학 재적생의 두배 이상이 사용하는 문과대학은 말할 것도 없으며 정보통신대학 등의 단과대는 독립된 연구시설조차 없는 현실이다.
‘우리 마음속에 고려대, 하나되는 우리’라고 외치는 학교당국은 지금 스스로의 행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물론 현대자동차 경영관의 경우 경영대 교우들의 모금으로 지어지므로 아무런 문제될점이 없다는 반론이 있다. 하지만 단과대간, 혹은 그 교우회간 쌓여있는 배타성을 극복하여 더 나은 미래로 이끌어야 할 학교본부가 단과대간 균형발전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 시장에서 각광받는 제품을 집중 개발하여 높은 이윤을 얻는 행위는 기업의 몫이다. 학교당국은 학교의 정체성과 목적을 되새기고 고려대가 진정하게 ‘하나되는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느때보다 즐거웠던 축제, 마음으로 박수를
5월 20일 ‘입실렌티 지-야의 함성’행사를 끝으로 2011 석탑대동제가 막을 내렸다. ‘과연 상업주의와 타협하지 않는 대학 축제를 어떻게 만들것인가’는 매 해 조직되는 축제준비위원회(이하 ‘축준위’)의 가장 주된 고민이다. 올해의 석탑대동제는 그러한 그들의 고민을 잘 풀어낸 행사였다. 그동안 학우들은 소위 ‘라인업’을 따져가며 축제행사에 어떤 수준의 연예인이 올 것인가로 ‘재미’를 평가했다. 그렇기에 모두 어우러져 하나가 된다는 ‘대동’제의 의미는 희석된 채 케이블 방송만 틀어도 볼 수 있는 판에 박힌 연예인 관람으로 의미가 격하됐다.
올해 축준위는 이러한 세태를 타파하고자 했다. 연예인 섭외 비용을 과감하게 덜어 다른 축제 사업에 돌림으로써 좀 더 알찬 부스행사를 열었고 학우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여러 단체가 만들어가는 특색있는 사업들은 일주일의 대동제 기간동안 가볍게 웃을수 있는 기회를, 때로는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여느때보다 즐거웠던 축제였고 고민이 엿보였던 축제였다. 물론 기업 스폰싱, 연예인 섭외를 중심으로 한 기존 축제의 분위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신선한 시도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학교뿐만 아니라 다른대학도 마찬가지였다. 연세대를 비롯한 신촌지역 여러 대학들은 경찰당국의 협조를 받아 신촌역부터 연세대정문까지의 연세로와 명물거리를 차없는거리로 지정받아 일주일간 연합 축제를 벌였다. 그들의 목표는 물량공세 위주의 의미 없는 축제를 버리고 대학생, 지역주민, 인근상인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목표가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축제를 단순히 소모적이고 일차원적인 쾌락을 위한 분출구가 아닌 대학문화 재건을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최근 대학축제는 본래 의미를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학생사회는 그동안 세태에 맞서 문화재건을 위해 분투해왔다. 올해의 축제들은 그러한 고민속에 분명한 진일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6 05:5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