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정경대(이하 정대) 냉·난방 공사가 8월 초에 시작해 9월 말에 끝날 것으로 계획돼 개강 이후 정대의 모든 강의실과 자치공간에서 에어컨 사용이 불가할 예정이다. 정대 학생회는 이전까지 정대 지하 냉방이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교에서 냉·난방 공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정대 화장실 공사로 인해 개강 직후 많은 학생들이 화장실 사용에 불편을 겪은 것을 생각하면, 이번 냉·난방 공사에서도 마찬가지로 개강 후 이뤄지는 공사 때문에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습활동 및 자치활동 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개강 후 냉·난방 공사로 인해 겪을 피해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다. 개강 뒤 대부분의 수업이 정대에서 이루어진다는 장동훈(경제 17) 씨는 “고대에 낸 등록금만 360만 원이다. 적어도 쾌적하게 수업을 들을 권리는 보장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는 노세종(경제 16) 씨는 “학교는 학생들이 불의에 맞서는 지성이 되기를 원하지만 정작 우리는 불의가 아닌 더위에 맞서고 있다”고 언급하며 “학회장으로서 학회가 뜨거운 토론을 하길 원하지만, 이미 뜨거운 곳에서 고생하는 학회원들을 보면 미안함을 느낀다”고 학회 활동의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7월 초에 시작했으면 이미 끝나고도 남았을 공사를 왜 뒤늦은 8월에 시작해서 방학이 끝난 후에서야 진행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대 행정실 측은 방학 도중 공사가 완료되지 못한 것에 대해 7월 중순에 공사 승인이 이뤄졌으며, 계절학기 수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8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냉·난방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내부 공사와 외부 공사가 진행돼야 하는데, 강의실 내에서 작업해야 하는 내부 공사 특성상 계절학기 수업을 방해할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행정실은 더불어 “8월 말에 내부 설치 공사가 마무리되어 수업하는 동안에는 공사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냉·난방 공사의 수업 지장에 대한 걱정에 답했다.

   그러나 가장 심히 우려되는 부분은 냉방 문제이다. 정대 행정실에 따르면, 정대는 공지된 일정보다 비교적 이른 9월 중순에 냉·난방 공사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냉방을 공급할 예정이다. 최대한 빨리 공사가 끝낸다고 하더라도 최소 20일 동안은 학생, 교수를 포함한 본교 구성원들이 더위 속에서 고생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은 냉방이 가동되지 않는 강의실 안에서 수업을 들어야만 한다. 해당 문제에 대한 대책을 묻자, 행정실 측은 선풍기를 활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여름만큼은 아니더라도 9월에도 더위는 지속되기 때문에 선풍기로 많은 학생들의 더위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냉·난방 공사 시 걱정되는 문제로는 더위 문제뿐만 아니라 소음, 청소 등의 여러 부수적 문제도 자리한다. 방학 중 정대 내부는 공사로 인해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개강 후 외부 공사 중에도 주변 환경이 더러워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덧붙여 공사로 인해 발생할 더 큰 문제는 소음 문제이다. 외부 공사를 할 때 소음이 발생한다면 이는 더위와 함께 수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정대 화장실 공사를 할 당시에 소음 문제 때문에 강의 도중 불편함을 느꼈다고 호소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개강 이후 냉·난방 공사를 진행하는 것에 무엇보다 학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대 학생회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정대 행정실은 기말고사 기간 중 오프라인 공고문을 통해 냉·난방 공사 일정을 공지했다. 공사 계획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통보를 통해 공사 일정을 알린 것이다. 이는 3월에 진행한 정대 화장실 공사와는 사뭇 다른 진행 방식을 보인다. 화장실 공사의 경우 행정실 측에서 정대 학생회에 공사 일정을 미리 공지하여 학생회와 학생들이 이런 상황에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 또한 학교의 주인이 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본교의 ‘일방통행’식 행정의 실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냉·난방 공사에 대해 그 어떤 지적을 하기 이전, 공사가 내포하는 이면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대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미화 노동자들과 경비, 교직원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현재 정대에서 일하시는 미화 노동자는 여성은 정대 지하 1층의 여자 휴게실을, 남성은 교양관 지하 3층의 휴게실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앞서 밝혔듯이, 이번 냉·난방 공사의 취지는 정대 지하에 냉·난방 시설을 적절히 보급하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그 이전에는 지하에 냉·난방이 일체 제공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정대의 한 여성 미화 근로자분은 “공사 이전 정대 지하 1층의 여자 휴게실에는 에어컨 등 냉·난방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대 미화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은 오전 4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다. 하루의 절반을 교내에서 머물며 교내 미화를 위해 힘써주는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된 휴게 공간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은 본교가 교내 근로자의 노동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익명의 근로자 분은 “그래도 이번 공사 이후로 지하에도 냉·난방 시설을 설치한다고 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사로 미화 노동자들의 환경이 조금이나마 개선되는 것은 분명 다행이지만, 공사 전까지 무더운 더위에도 선풍기 하나만으로 버텨야 했을 미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올여름은 다른 해보다 유난히 뜨거운 더위가 지속됐다. 어느새 조금은 더위가 식은 9월이지만, 개강 초인 이번 달도 여전히 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정대 행정실은 개강 후 냉·난방 공사를 진행하는 데 학생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통의 모습을 보였다. 많은 학생들은 지난 학기 화장실 공사부터 이번 냉·난방 공사에 이르기까지 학생 복지에 무관심한 학교의 모습에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이 부재하다면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다. 학교 측은 행정과 학생 복지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본교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 또한 시급히 제고될 필요가 있다. 하루빨리 더위가 아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김동휘·윤라경·이세정 기자
placidus166@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18 11:4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