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북부터 한대련까지, 누구의 프레임인가 |
| 학내 진보단체 소속 3인 인터뷰 최근 논란이 된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의혹과 처리과정에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함께 불거진 종북논란 등 진보단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해 많은 이슈가 표면화 됐다. 본교 일부 학생 단체에서는 대자보를 붙여 이에 관해 의견을 표현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고려대 학생위원회의 정태호(정경대 행정05) 씨, 다함께 고대모임의 이원웅(문과대 영문07) 씨, 고려대 학생행진의 유진주(문과대 사회08) 씨를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정태호(정경대 행정05) 씨 - 최근에 일어난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태호 | 문제의 발단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나도 당시 회의에 참여했는데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임에도 진행이 굉장히 무리하게 이뤄졌다. 미참석 중앙위원이 몇몇 실무자에 의해 임의로 교체 되고 심상정 의장은 이의제기를 무시하고 회의를 진행하는 등 소통이 불가능한 회의였다. 당내 진상조사위는 비례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꾸려졌는데 조사위는 허술한 조사와 빈약한 근거로 엉뚱하게 경선 과정 전체가 부실하다고 발표했다. 문제의 이면에 다분히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유진주 | 분명 이번 사태가 진보에 대한 실망이나 정치에 대한 냉소를 부추겼다고 보고, 이는 통진당에서도 적법절차에 따라 쇄신되어야 한다. 그런데 더욱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진보’를 표방한다는 통합‘진보’당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었는가 이다. 대중을 위하는 정치를 하겠다던 이들이 왜 스스로의 권력을 관철시키고자 한 것인지 통합과정과 통진당 자체의 모순을 평가해야 한다. 이원웅 | 문제의 본질은 통합진보당 당내에서 민주주의가 깨졌다는 것이다. 부정선거와 관련해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됐고 당권파는 이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파언론과 당내 정파 간의 갈등에 이용되면서 사태가 복잡해졌다.  ▲ 이원웅(문과대 영문07) 씨 - 함께 불거진 종북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원웅 | 현 정권이 당면해 있는 대중의 불만과 정치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일부 진보진영이 여기에 가세해 진보진영 내 경쟁자를 없애려고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애초에 종북이란 말이 생겨난 것도 예전 민주노동당 탈당파들이 만든 것이다.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맞서 싸우는 역할이 종북과 동일시 될 수는 없다. 정태호 | 종북 논란의 시발점이 어딘지 봐야한다. 흔들리는 통합진보당에 다시 한 번 흠집을 내기 위한 보수 언론의 악의적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불쑥 와서 “당신 북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 “김정일 개새끼 해봐”라고 묻고는 대답하지 않으면 종북이라는 흑백논리로 몰아가고 있다. 유진주 | 통진당 사태와 종북논란이 같은 시점에서 다뤄지는 건 사실 우리가 매우 이상하다고 여길 부분이다. 북한 체제와 민중들의 인권에 대한 이성적 토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북한체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여타 진보단체들도 ‘빨갱이’라며 <국가의 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소위 빨갱이 색출이다. - 최근 임수경 의원이 탈북자에게 ‘개념 없는 탈북자’, ‘변절자’, ‘죽여 버려’라고 말해 화제가 되고 있다. 탈북문제와 인권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원웅 | 우리나라 권력자들의 탈북자에 대한 일반적인 관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2008년에 여간첩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정부는 ‘위장 탈북 간첩’을 단속한다며 탈북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2006년에도 “탈북자 중에는 간첩들이 많다”는 식으로 말한 한나라당 의원도 있다. 정태호 | 우선 나는 북한 관련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망설임이 있다. 북한에 대한 소식은 ‘자유북한방송’ 등 소위 뉴라이트 세력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인권 실태를 바라보는 것에는 다양한 시각과 잣대가 있다. 유진주 | 민주당 집권 시기 신자유주의적 정책들로 인해 정리해고, 비정규직, 민영화가 확대됐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더욱 불안해졌는데, 그렇다면 학생운동하다 민통당 간 임수경의원도 변절자겠다. 임수경 의원이 지난 시절을 떠올리며 무심코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탈북-인권문제에 얼마나 무지한지 보여준 대목이다. 그런데 또 이를 보고 종북이라고 몰고 가는 보수적 담론이 더 큰 문제다.  ▲ 유진주(문과대 사회08) 씨 - 안암총학의 한대련 탈퇴 논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태호 | 문제가 있다. 탈퇴 근거가 불충분할 뿐더러 학생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2009년 총학생회장을 하며 한대련에 가입할 당시 나는 1600여 명의 학생을 만나 직접 설문조사를 하고 전학대회 대의원들을 모두 만나 토론과 설득을 했다. 그런데 지금 총학에서는 불충분한 논의 과정에서 가입했다는 선전을 하고 있다. 또 총투표를 공약했으면 학우들 전체의견을 물어야 하는데 2학기 때 정책투표를 한다는 식으로 결정이 됐다. 이원웅 | 총학생회의 한대련 탈퇴 논의에 대한 주장은 공감할 점이 굉장히 많다. 그러나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권익과 관련된 사회적 연대 중심으로 광범한 진보적 대학생들을 결집시키려는 대안을 위해 노력할까 의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일단 지금은 한대련 내에서 비판적으로 활동하며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유진주 | 한대련 탈퇴 논의가 통진당 사태와 묶여서 회자되는데, 빨갱이-종북(진보, 운동) 색출의 담론 내지는 감수성과 궤를 같이하며 투표가 진행되어선 안된다. 학생들의 전국적 연대, 학생운동 자체가 대중적으로 승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타파할지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대학생의 당면문제와 여러 사회문제들은 왜, 어떻게 바뀌어야하는 건지 그것이 반드시 한대련을 통과하지 않더라도 지금부터 바로 논의되어야 한다. 박재욱, 장지혜 기자 news@kukey.com |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10:0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