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정재형씨는 축복이에 이어 새로운 안내견 힘찬이를 돌보게 됐다고 밝혔다. 축복이는 정재형씨와 함께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 당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TV나 영화 속 감동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던 안내견을 일상에서 접하게 되었을 때, 아직 많은 사람들은 신기함과 동시에 낯설음을 느끼곤 한다. 실제로 캠퍼스를 돌아다니는 안내견을 신기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학우들이 많다.

현재 우리학교 안암캠퍼스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인 학생은 총 39명이다. 이 중 현재 학교를 휴학하고 있는 16명의 학생을 제외하면 23명의 시각장애인 학우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 중 안내견과 함께 캠퍼스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은 영어교육과와 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2명의 학부생과 그리고 1명의 대학원생으로 총 3명이다.

그 중에서 이번 주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는 기분 좋은 하루가 되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안내견 ‘하루’와 함께 캠퍼스 생활을 하고 있는 김수미(영어교육 09) 학우를 만났다.

사실 김수미 학우는 입학 때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녀가 우리학교 역사상 처음으로 입학한 1급 시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수미 학우가 처음부터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Q. 어떻게 실명하게 되었나?

A. 선천적으로 시각 장애가 있었다. 그런데 어렸을 때는 시력이 좀 남아 있었는데, 한 초등학교 4-5학년 정도에서 완전히 실명을 했다. 후천적으로 실명을 한 것이다. 서서히 시력이 나빠진 거여서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김수미 학우의 병명은 안구의 핏줄이 오그라들어 시력을 잃게 되는 ‘시신경 위축증’이다. 그녀는 예정된 실명을 원망하기보다 담담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Q. 사실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일반 학우들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학업적으로나 생활적으로나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다.

A. 자료가 점자로 되어있으면 공부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지만, 점자로 안 되어 있을 경우에는 내가 읽을 수 있는 파일 형태로 만들 수 있는 기관에 보내서 자료를 변환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관은 복지시설이기 때문에 돈을 받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시간은 좀 걸린다. 한 달 이상?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시험 전주에 교재가 오기도 한다. 교재 내지는 다른 학습 자료를 내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어느덧 김수미 학우가 대학에 입학한지도 4년이 되어간다. 입학 때부터 그녀의 곁에는 안내견 ‘하루’가 함께 했다. ‘하루’는 벌써 만으로 6살이 되었다.

Q. ‘하루’와의 첫 만남은 언제였나? 그 때의 느낌은?

A. ‘하루’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교 입학 할 때 처음 만났다. 삼성 안내견 학교에 안내견 분양 신청을 하면 테스트를 통해 적합한 안내견을 매칭해 준다. 그래서 ‘하루’랑 매칭이 됐다. 하루랑 같이 다닌지도 벌써 4년이다. 대학교 생활을 이 안내견과 같이 한 셈이다.

대부분 개를 키워도 크기가 작은 개들을 키우는데, 안내견이 처음 나를 보고 너무 반가워서 뛰어올랐는데 너무 컸다. (웃음) ‘얘가 예쁘긴 하지만 정말 크고 힘이 세구나‘ 처음에는 그런걸 느꼈다.

사실 국내 안내견의 수는 많지 않기 때문에 안내견과 함께 다니는 시각장애인을 보는 것이 흔한 경험은 아니다. 현재 안내견 분양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화재는 총 57마리의 안내견을 지원했는데, 김수미 학우도 그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안내견을 분양하고 싶어 하는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안내견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급 시각장애인이더라도 개를 좋아하고, 안내견이 필요할 정도로 사회적 활동을 유지해야만 분양이 된다. 그러나 안내견을 분양 받고 싶은 사람에 비해 안내견의 수가 부족한 현실이다.

그 수가 적고 잘 알려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안내견이라는 존재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안내견을 잘못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다. 작년 7월에 일어났던 지하철 막말녀 사건은 안내견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돌아보게 한다. 막말녀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에게 더러운 개라며 소리를 지르고 끝내 열차 운행까지 중단시켰다. 안내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김수미 학우에게도 사람들의 이러한 태도는 큰 상처가 될 것이다.

Q. 안내견을 거부하는 사람들로 인해 캠퍼스 내에서 곤란했던 적은 없었나?

A. 한 번 있었다. 1학년 때 교우회관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어떤 젊은 남자 분께서 왜 털 날리는 강아지를 식당에 데리고 왔느냐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교수님들이나 학우분들이나 다른 교직원 분들이나 안내견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진 편이라서 요즘에는 특별히 나쁜 일을 겪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작은 식당이나 개인 사업체 같은 경우에는 주인 분들께서 안내견에 대해 잘 모르시거나 아니면 아시더라도 털이 너무 많이 날리거나 하면 주위 사람들한테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 못 들어가게 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안내견이 한국에 들어온 지는 아직 20년이 채 못 된다. 그동안 안내견의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많이 다루어지고 영화를 통해 주목받기도 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조차 제한을 받았던 과거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안내견의 필요성만을 알고 있을 뿐 안내견을 배려하는 방법은 모르는 것 같다.

Q. 학우들이 캠퍼스에서 ‘하루’를 만났을 때 하지 말아야할 점이 있다면?

A. 혹시 지나가다가 하루랑 내가 걸어가는 걸 보면 “하루야!” 하고 부르면 안 된다. 안내하는 도중에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부르면 하루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또 안내견 옷에 써있듯이 주인의 허락 없이 만지거나 음식을 주면 안된다. 안내견들은 정해진 사료만 먹으면서 그 사료외의 음식은 먹지 않도록 훈련이 되어있지만 그래도 식탐이 있기 때문에 주면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면 절대 안 된다. 왜냐면 다른 데서 똑같은 음식을 보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서 먹으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은 절대 주면 안 되고, 또 모르는 분들은 만지시지 않는 게 좋다. 하루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처음에 고려대학교 입학해서 다닐 때는 피부에 알레르기 비슷한 것이 나기도 했다. 하도 낯선 사람이 많고 해서 그렇다. 제일 좋은 건 (하루를) 그냥 못 본 척 해주는 거다.

Q. 지금은 하루가 캠퍼스 생활에 많이 적응했나?

A. 많이 적응한 편이다. 요즘에는 잘 모르시는 분들께서 멀리서 부르시거나 해도 옛날처럼 달려가거나 하지 않고, 어느 정도 상황을 봐서 장난을 치거나 애교를 부려도 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얘도 판단을 한다. 수업시간에는 거의 가만히 있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주변 학우들에게 꼬리를 흔들면서 장난을 치기도 한다.

김수미 학우는 이번 여름 방학, 이런 ‘하루’와 잠시 떨어져 지냈다. 바로 효명장학재단의 지원으로 미국 UCLA로 한 달 간 어학연수를 갔다 왔기 때문이다.

Q. 이번 여름 방학에 미국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A. 우리나라로 말하자면 학교내에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와 비슷한 시설을 둘러봤는데, 확실히 제도나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직원 분들도 여러분 계시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러이러한 지원을 한다’는 식으로 학교에 매뉴얼이 잘 갖추어져 있더라. 내가 하루를 데리고 가진 않았지만 흰 지팡이라고 시각장애인들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가 있는데 그걸 짚고 다니거나 아니면 주위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을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장애인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인식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많이 본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현재 김수미 학우는 본전공인 영어교육과 함께 연계전공으로 정치, 경제, 행정 등을 연계한 정경대의 PEL을 공부하고 있다. 어느새 졸업을 앞둔 4학년이 된 그녀에게 꿈을 물어봤다.

Q. 앞으로의 꿈이 궁금하다.

A. 행정고시를 보고 싶다. 그래서 연계전공도 그 쪽으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내 경험과 전공을 살려 나처럼 고등교육을 받고 있는 장애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싶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 학생의 교재를 학생 개인이 전부 담당하기 보다는 정부 혹은 대학에서 교재를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해주는 시스템을 만든다던지, 그런 부분의 정책을 입안하고 싶다.

우리 학교는 장애학생지원센터도 비교적 빨리 생긴 편이고, 필기도우미 제도 등 장애학생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잘 갖추고 있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재작년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발표한 전국 대학의 장애인 학생 지원 체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특히 새로 지어진 건물들에는 장애학생들을 위한 엘리베이터나 여기서부터 계단이 시작됨을 알리는 점자 보도블럭이 잘 갖추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법적 기준에 따라 장애 학생을 위한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설의 발전과 달리 아직 장애인 학우에 대한 일반 학우들의 의식 수준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한 학기 동안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며 장애인 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을 지켜본 권소영(식품영양학 09) 학우는 “안내견에 대한 지식이나 어떻게 다뤄야하는가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안내견이 도움을 주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일반학우들이 안내견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이곳(장애학생지원센터)에 오는 학생들 중에는 중증은 그렇게 많지 않고 경증 학생들도 많은데 솔직히 같이 지내보면 가끔 불편한 것 빼고는 다 똑같다”며 “장애학생들을 그냥 다 일반 학생처럼 대하되 그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배려하면 좋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많은 일반 학우들은 안내견을 대하는 것에서부터 장애 학생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이러한 지식의 부족은 장애 학생들과 일반 학생들 사이에 상처를 남게 한다. 귀엽고 기특한 안내견에게 이름을 부르고 먹을 것을 주는 일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가 되는 사실처럼 말이다. 이제는 물질적인 지원에서 더 나아가 일반 학생들과 장애 학생들이 편견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란다.

송영서 기자(voheavenvo12@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