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내 가족, 이웃까지도 병들게 합니다’는 흡연자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담뱃갑 경고문구이다. ‘OECD Health Data 2011’에 따르면 특히 한국 15세 이상 남성의 흡연비율(44.3%)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보건복지부의 자료를 보면 2010년 폐암 환자 수가 5만 5000명으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진료비 총액은 1조 5000억에 달해 담뱃갑의 경고문구가 단순한 경고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는 다양한 담배 규제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담뱃값과 흡연율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8년째 제자리다. 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350원 △건강증진세 641원 △교육세 321원 등의 세금이 부과된다. 담배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므로 담배 가격은 세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건강증진부담금을 150원으로 인상한 해에 성인남성흡연율이 2001년 69.9%에서 2002년 60.5%로 하락했으며 354원으로 인상한 해에는 2004년 57.8%에서 2005년 51.6%로 감소했다. 본교 김원년(경상대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조사한 연구에는 2004년 세금 인상 6개월 후 흡연자의 담배소비량이 담배가격이 1% 증가할 때마다 0.55%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김원년 교수는 성인남성의 흡연율을 30%로 낮추기 위해서는 담배가격인상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담뱃값을 높여 흡연율을 낮추는 방안은 서민물가안정을 위해 보류돼 2004년에 마지막으로 인상된 담배 가격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7월 29일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이만우(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담배소비세와 건강증진세를 물가상승률과 연동해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서민물가에 영향을 주지만 담뱃세를 올리면 흡연율이 줄어들고 담뱃세 일부가 건강보험료가 돼 서민들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며 “애연가의 반대로 급격하게 올리지는 못하지만, 점진적으로 담뱃세를 인상해 선진국 수준의 담뱃세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뱃갑도 달라진다

12월 8일부터 금연상담전화의 전화번호와 ‘타르의 흡입량은 흡연습관에 따라 다르다’라는 경고문구가 추가된다. 기존에는 흡연이 폐암 등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구와 담배에 포함된 발암성 물질만을 표기해왔다. 보건복지부가 9월에 새로 입법예고한 개정안에서는 담뱃갑의 경고가 더욱 강화된다. 담뱃갑에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그림을 앞면, 옆면, 뒷면에 각각 50% 이상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이는 2008년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 채택돼 현재 캐나다, 브라질, EU 등 56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캐나다는 경고그림이 도입 후 성인흡연율이 2000년 24%에서 2002년 21%로 하락했으며 브라질 등의 국가에서도 그림경고 시행 이후 흡연율이 하락했다.

담배광고 규제 강화

12월 8일부터 잡지에 실리는 광고도 기존 연 60회에서 연 10회로 제한된다. 규정 위반 시 받는 처벌도 강화됐다. 기존 위반 조항의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12월부터는 각각 500만 원 이하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상향됐다. 더불어 담뱃갑과 광고에 체리향, 커피향 등 연초(煙草) 외의 식품이나 가향물질을 표시할 수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라이트, 순, 저타르, 마일드 등의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사용을 전면금지하는 것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편의점 내부의 광고는 개선되지 않았다. 현행법상 지정소매인 영업소 내부에서 광고물을 전시 또는 부착할 수 있지만, 외부에서 광고물이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편의점은 외부에서도 잘 보이는 계산대 주변에 담배광고를 전시한다. 담배를 판매하는 길거리가판대도 진열된 담배가 외부에서도 잘 보여 광고효과를 낼 수 있다. 성북구 건강정책과 직원 강원준 씨는 “편의점 내부 광고는 단속인원이 적어 여러 차례 계도밖에 취할 수 없다”며 “길거리 가판대의 담배진열은 광고효과가 있지만, 광고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금연구역 확대

12월 8일부터 본교 주변 금연구역이 늘어난다. 기존에 지정된 본교 교사는 물론이고 놀이터, 도서관, 만화대여업소 모두 금연구역이 된다. 또한, 유스호스텔 등의 청소년 시설과 초중등학교의 모든 구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현재 전체면적의 절반만 금연구역인 PC방과 게임방도 2013년 6월부터 전면 금연구역이 된다. 하지만 당구장은 금연구역에서 제외됐다. 카페와 술집을 포함한 모든 음식점은 규모에 따라 차례로 금연구역이 된다. 12월부터 150m²(45.38평) 이상의 음식점이, 2014년 1월부터는 100m²(30.25평) 이상의 음식점이,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음식점이 흡연구역 없이 전면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해당 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금연구역에서 흡연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가된다.

금연업소에서도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다. 입법예고를 한 흡연실 설치 기준은 △차단벽을 설치하고 완전히 독립적인 공간일 것 △흡연의 위한 시설(의자, 재떨이 등) 이외의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것 △왕래가 적은 곳에 설치할 것 등 7가지 항목이 필수사항이다.

금연구역 지정, 특히 주류판매업소의 전면금연구역 지정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2010년 리서치21에서 시행한 간접흡연 피해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36.8%가 술집을 간접흡연 최다노출장소로 뽑았다.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유객주의 정현택 사장은 “금연구역이 되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걱정했다. 반면 안암역 앞에 위치한 삼통치킨 김병곤 사장은 “매출도 매출이지만 빨리 담배 연기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면적으로 시행시기를 늦추지 말고 내년부터 전면 시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설정된 구역도 있다. 서울시가 지정한 금연구역은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339곳, 시관리공원 20곳, 광장 3곳이며 성북구 지정 금연구역은 범바위어린이공원을 비롯한 공원 32곳이다. 서울 시내 보도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지방자치단체는 강남구와 서초구뿐이다. 7월부터 시행된 보도금연구역은 지정된 곳이 몇 군데 없어 종종 문제점이 발생한다. 강남역 주변에서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는 “공무원이 퇴근하는 시간 이후에는 단속하지 않아 금연규정이 있으나 마나”라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은 금연구역을 정확히 몰라 불편을 겪었다. 강남역 주변에 위치한 회사에 근무하는 정 모 씨 (남․32)는 “차라리 흡연구역을 지정해줬으면 좋겠다”며 “어디서 담배를 피워야 될지 알 수 없어서 눈치껏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보건과 직원 이은진 씨는 “건물과 건물 사이는 사유지로 금연구역이 아니며 보행자도로만 금연구역이다”라며 “저녁 시간에도 단속하지만 단속직원이 2명이어서 매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본교 캠퍼스 내부에는 11월 말 과학도서관과 중앙광장에 흡연 부스를 각 1기를 설치하는 계획이 확정됐다. 하지만 별도의 추가 금연구역은 지정되지 않을 예정이다. 이기용 안암총학 기획복지국장은 “원래는 흡연 부스 설치 후 금연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임기가 끝나가 금연캠페인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앙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협의해 10월 4일부터 11곳 흡연구역 이외의 학내 모든 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금연캠페인을 진행한다. 조재호 중앙대학교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은 “아직 모든 학생이 흡연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우진 않고 있지만, 출입구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신희성 기자 shsh@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