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대 총학생회 평가, 박종찬 중선관위장과 세 선본 정후보에게 들어봤다.

지난 20일 공식적인 45대 총학생회의 임기가 마무리 됐다. 45대 총학생회 고대공감대는 학내 복지와 사업에 중점을 둔 비운동권(이하 비권) 성격의 공약을 강조하며 당선됐다. 실제로 이에 관한 부분이 임기 내에 제대로 이뤄졌는지, 그 밖에 다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박종찬 45대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46대 총학생회 선거 후보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제 45대 총학생회는 이전 총학생회와 비교해서 비권 색깔로 선호를 받으며 당선됐다. 임기가 끝난 시점에서 이에 관한 평가 부탁드린다.

학내복지는 훌륭했다는 의견 공통적, 하지만 사회참여에 대한 의견 갈려

박종찬(제 45대 총학생회장) - 비록 이전 총학생회와 달리 학내 복지와 사업에 대한 공약을 위주로 내걸며 당선됐지만, 임기 내내 ‘운동권과 비운동권을 넘나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학내 복지와 사업에 관해선 지금까지의 어느 총학생회보다 노력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대외적인 투쟁에서도 등록금 문제, 재단의 투자문제, 그 밖에 디도스 사태, 독도, 위안부 할머니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조명아(The Real 선본 정후보, 전 문과대 학생회장) - 실제로 학내 복지와 사업에 있어서 역대 총학생회와 비교했을 때 큰 성과를 거뒀다. 대외적인 움직임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규탄, 성명서 발표 등 활발한 활동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대외적인 투쟁에서도 학우들이 전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선 움직임을 보였지만 학생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이슈를 던지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

김형남(실천가능 선본 정후보, 전 정경대 학생회장) - 학내 복지와 사업은 잘했다. 특히 청춘카드와 같은 사업은 이후 총학생회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 밖에도 공약 이행률이 높은 것 역시 인정한다. 하지만 총학생회가 추진한 사업들 중 일부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생색내기용이었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또 대외적인 투쟁도 활발했지만 실제로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대자보를 붙인 것 이외에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도 일부 학우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대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을 위주로 움직였다고 본다. 실제로 논란이 될 만한 이슈들은 45대 총학생회가 던지는 걸 꺼려한다고 느꼈다.

황순영(고대공감대 정후보, 45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 - 학내 복지와 사업은 특히 공약 이행률이 높다는 점을 봤을 때 잘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 공약으로 추진했으나 어려움을 겪었던 사업 역시 그냥 놓은 적이 없다. 학식 선불카드 역시 처음에는 쿠폰으로 시도하려했으나 무산되자 여러 방향을 검토하다 T머니 카드 결제 방식으로 결국 성공시켰다. 대외적인 투쟁 역시 이번 총학생회는 여러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평가한다. 작은 총학생회를 지향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겠으나 이는 관점의 차이라고 본다.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곳이지, 여론을 주도하는 곳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1학기 말에 총학생회를 돌아보던 당시에 온라인 소통은 활발했으나 오프라인 소통은 비교적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작은 총학생회 지향” vs “단과대와의 소통 부족”

박종찬 - 온라인 소통은 고파스와 페이스북을 통해 학우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실제로 총학생회가 계획하는 사업, 그 과정과 결과를 온라인을 통해 직접적으로 피드백했다. 이 밖에도 총학생회 홈페이지,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다른 방향으로도 소통하려했다. 오프라인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점은 “발로 뛰며 학우들을 만나지 않았다”는 의미일텐데, 실제로 이런 노력이 적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한대련 탈퇴와 같은 사안에 있어서 대자보를 통해 학우들과 소통하려 애쓰기도 했다.

조명아 - 학우들과는 온라인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오프라인 소통에선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학우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효과적인 방식이 단과대와 소통하는 것인데 이에 특히 부족한 점이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 단과대와 소통하는 방식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만 한정되어 있고 그 밖에는 단과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김형남 - 고파스를 통한 학우들과의 직접 소통 방식은 좋았다. 하지만 단과대와의 소통이 적어 총학생회와 연계가 필요한 사업을 준비할 때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실제로 중운위와 전학대회 이외에 총학생회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학생회간의 유기성도 떨어졌고 그 대의체계의 효율성도 떨어진 면이 있다. 그리고 결국 이를 통해 총학생회는 학우들의 인기를 얻는데 성공했으나 단과대 학생회를 학우들과 멀어지게 만든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황순영 - 아까도 말했듯이 45대 총학생회 고대공감대는 작은 학생회를 지향했다. 다른 시각에선 이를 소극적인 자세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실제 의도는 단과대 학생회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작은 단위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전반적으로 학우들이 공감하는 사안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나름대로의 노력도 지속해왔다고 생각한다.

45대 총학생회에서 빠질 수 없는 이슈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탈퇴 논의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전총모에 대한 편견 아쉬워” vs "논의가 조금 더 활발했으면“

박종찬 - 한대련 탈퇴는 45대 총학생회의 가장 큰 공약 중 하나였다. 실제로 학우들이 이 단체의 탈퇴를 원했기 때문이다. 정책투표를 결정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힘들었으나 그 결과는 학우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연합체의 대안으로 제시한 전국총학생회모임(이하 전총모)는 ‘보수 세력’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다양한 학생회장들이 모인 연합체일 뿐 색깔을 지니고 시작한 단체는 아니었다. 전총모의 한 학생회장이 보수 세력 캠프에 합류를 시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곧 철회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가 다수를 대표하진 않는다.

조명아 - 실제로 한대련 탈퇴를 논의하는 과정은 찬성과 반대라는 이분법적 틀에 갇혀 있었다. 이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있었어야 할 건설적인 논의들이 많이 축소되지 않았나 싶다. 한대련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해 평가를 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연대체를 어떻게 강구할 것인가를 좀 더 깊게 생각해봤어야 한다.

김형남 - 비록 한대련 탈퇴를 반대했으나, 학우들의 여론이 이를 탈퇴해야 한다는 데로 모아졌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고 심도 있게 논의하려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 대안을 모색할 때에는 학우들과 토론하며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었다. 실제로 전총모 활동을 시작할 때에도 학우들과 쌍방향으로 피드백하지 않고, 활동 후에 학우들에게 알리지 않았나. 학우들이 원하는 연대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황순영 - 이전 총학생회가 과도하게 한대련을 위주로 한 정책과 사업이 많아 폐단이 있었다. 이런 점에서 한대련 탈퇴는 학우들을 위한 고려대를 만들기 위해 총학생회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대련을 탈퇴하고 전총모에 가입하였다”는 식의 악의적인 기사와 비판이 나온 점이 안타깝다. 이런 논란을 없애기 위해 총학생회는 전총모의 성격을 분명히 밝히고, 적어도 중운위 이상의 의결기구에서 허가를 받은 후 활동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등록금 문제, 올해 총학생회는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있는데?

박종찬 - 등록금 문제에 관해선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방식이 달라 그렇게 보인 것 같다. 등록금 인하는 그 폭이 작았지만 역대 최초로 이뤄낸 성과이고, 장학금도 작년 10억 규모에 비해 약 4배인 40억을 확충했다. 등록금 인하는 그 폭이 작았지만 앞으로 학교가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겠다고 기대할 수 있도록 한 결과였고, 앞으로의 인하에도 밑거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교내 40억 장학금 확충 문제는 비록 장학금환수운동본부처럼 큰 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학교 측과의 면담과 협상을 통해 오늘 이뤄냈다. (인터뷰 당시 11. 20)

조명아 - 우리학교처럼 예결산안의 차이가 크고 재단의 적립금이 많은 등 등록금 인하 폭을 늘릴 수 있는 근거들이 많았다. 하지만 인하가 결정된 뒤에 교육권리찾기 실천단 활동 등에서 힘을 잃은 부분도 분명 있었다. 실제로 40억 장학금 환수운동본부 활동, 그 밖에 등록금 문제 때문에 학생처를 찾아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총학생회는 합의 이후에 별다른 말이 없는데 단과대 학생회에서 이야기를 하느냐”였다. 장학금 문제에 있어서도 총학생회의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아 단과대 차원에서 따로 장학금 환수운동본부를 띄웠다. 이런 부분에서 단과대가 나서기 전에 총학생회가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뤘어야 한다고 본다.

45대 총학생회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총학생회는 어떠해야 하는가?

조명아 - 첫 번째로는 학우들의 삶과 관련한 이야기들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힘드니까 힘들지 않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 역시 좋지만 ‘왜 힘들까?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로는 학우들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총학생회여야 한다. 기층 학생회부터의 골강 구조가 현재는 많이 무너진 상태이고 이 때문에 총학생회와 그 아래 작은 단위들은 소통하기가 어렵다. 이런 것들을 다시 세우면서 총학생회와 이들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서 내 삶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총학생회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김형남 - “일 잘한” 45대 총학생회는 칭찬 받을 만한 점이 많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났을 때 학우들에게 무엇이 바뀌었느냐고 물어보면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총학생회는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한 철학과 비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우들에게 계속 피드백하고 개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총학생회는 책임성에 있어서 미흡한 점이 많다고 본다. 누구나 공감하는 사안에 대해서 입장을 표명하다가 그 이후에 비판을 받으면 이를 회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고려대 학생사회를 대표하기 보단 고대공감대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기 위해 행동한 경우가 많지 않았는가 싶다.

황순영 - 올해 총학생회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지금까지 이뤄내지 못했던 것들을 성취하는데 있어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단과대, 학우들과의 소통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앞으로의 총학생회가 보다 학우들에게 개방하고, 먼저 다가감으로써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참여, 대외적인 투쟁 부분에 있어서는 지금의 기조를 이어나가되, 운동권과 비권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넘어서기 위해서 보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올해는 학내 복지 사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이뤄진 한 해이다. 다수의 학우들이 일 잘했다고 칭찬해줄만한 총학생회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학우들과의 소통방식이 온라인에 치중되어 있다는 비판도, 대외적인 투쟁에 있어서 참여한 사안은 많았으나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각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 밖에도 학우들이 총학생회 선거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등록금 문제에서부터 우리의 직접적인 삶에 끼칠 영향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다. 올해 45대 총학생회의 명과 암, 잘한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정확히 파악해 학우들이 총학생회 선거에서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최시영 기자(dpthtm090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