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본관 앞에 있던 텐트가 3일(수) 저녁 민주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는 학교 측에서 텐트를 설치한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을 상대로 지난 1월에 제출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법원 측에서는 지난 달 26일(화) 낸 판결문을 통해 10일 이내로 본관 앞 텐트를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이 텐트는 작년 2월 15일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며 우리학교 시간강사 김영곤씨가 설치한 것이다. 그 동안 텐트는 김영곤씨와 김동애씨 부부, 그리고 의견을 같이하는 학생들이 함께 번갈아가며 지켜 왔다. 텐트가 본관 앞에서 철거된 것은 약 14개월만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달 18일(목)에는 우리학교 세종캠퍼스에서 학생 대표들이 학교 측에 체계적인 학사 행정을 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의 발단이 된 사건은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않은 시간강사들에게는 강의 배정을 하지 말라’라는 총장 지시로 시간강사들이 한 번에 무더기로 해고된 것이다. 이 때문에 십여 개의 핵심 교양 과목을 비롯한 수많은 강의들이 폐강되면서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은 바 있다.

최근 있었던 두 가지 사건들은 학내의 시간강사 문제에 다시금 주의를 환기시킨다. 우리학교에는 1400여명의 강사가 재직 중이며(2011년 기준, 비정규 교수 제외), 이는 1488명의 전임 교수와 비슷한 수이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그들의 강의를 듣고 그들에게 배우는 우리가 시간강사 문제에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시간강사는 배가 고프다

우리학교의 강사 수와 전임교수 수를 1대1로 놓고 봤을 때, 시간강사의 임금은 전임교수 임금의 1/20 정도 수준이다. 이는 시간당 5만 2천원 꼴로, 2013년 기준 권장 강의료인 시간당 8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국가에서 정하는 권장 강의료는 2011년 6만원으로, 이후 매년 만원씩 상향되어 책정돼 온 반면 우리학교 시간강사들의 강의료는 같은 기간 내내 5만 2천원 선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시급제를 적용받는 그들은 방학 기간에는 그나마도 ‘무직’이 돼버리고 만다. 이렇게 그들이 받는 임금은 연평균 800만 원 정도다. 교내 시간강사 임금을 책정하는 기준에 대해 학교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우리학교 세종캠퍼스에서 경영학 강의를 했던 시간강사 김영곤 씨는 “전임교수와 시간강사의 강의료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져 있는데, 시간강사의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기 때문”이라며 “시간강사들에게도 안정된 수입과 연구 활동을 보장한다면 대학교의 수업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교원이지만 교원이 아닌 사람들

시간강사들이 토로하는 또 다른 문제는 지위 보장에 관한 것이다. 1977년 유신정권 시절 강사는 교원 직위를 박탈당한 바 있다. 그러나 제 18대 국회에서 다시 교원 직위를 획득할 수 있게 하는 발의안이 논의되어,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됐다. 이로 인해 강사는 교원 직위를 부여받음과 동시에 1년 이상의 계약기간은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강사들은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사립학교연금법 등을 적용받지 못하도록 정해져, 교원 직위 회복과 동시에 끝날 것만 같았던 강사들의 지위 보장 문제는 여태까지도 지속되게 됐다.

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 등은 교원으로서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며, 사립학교연금법은 사립학교 교원이 퇴직 이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이다. 이전까지는 교원이라면 당연히 이 법들의 적용을 받았으나 이번 개정에서 강사들은 예외적으로 제외됐다. 강사의 교원 직위 부여가 ‘명목상의 것’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강의를 했던 류승완 씨는 이에 대해 2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는 돈 때문, 그리고 두 번째는 사상 통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류승완 씨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을 강의하는 강사를 자르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류 씨는 2011년 “재단 이사장에게 비판적 태도를 취하자 강의를 배정받지 못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1인 시위를 시작한 바 있다.

가르치는 사람의 문제는 바로 배우는 사람의 문제다

2010년에는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서정민 씨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공개된 유서의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었다.

“여태까지 교수를 위해 함께 쓴 논문만 20여 편이고, 교수의 제자들을 위해서 쓴 논문만 해도 박사 논문 포함하여 자그마치 10편이나 된다. 수도 없이 이용당했다. 그런데 수시로 이용하고 이용 가치가 다 하면 틈만 나면 버리려고 한다. 나는 교수의 노예도 종도 아니다. 숨통이 조여 살 수가 없다.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이미 나의 정체성도 사라졌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서 씨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조선대 영문학과 비교원 강사로 재직했으며, 시급 3만 3천원을 받으면서 1주일에 영어 교양강좌를 10시간씩 진행해 왔다. 유서 전문에 걸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심정을 계속해서 밝혔지만 결국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시간강사로서 느껴야 했던 삶의 무게는 얼마나 고단한 것이었을까.

앞서 2008년에는 건국대에서 영어 강의를 진행했던 한경선 씨가 시간강사로서 견뎌내는 그의 삶을 ‘비극’이라고 칭하며 세상을 달리한 바 있다. 이들이 죽음을 택하면서까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이 시간도 계속되고 있는 시간강사들의 끝없는 외침에도 조금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들의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지용 기자(yy5073@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