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학우들은 ‘4.18 구국대장정’(이하 4.18)을 ‘4.18 의거를 되새기며 뛰는 마라톤’정도로 인식한다. 그런데 비(非)고대생들에게 4.18은 어떤 의미일까? 4월 18일하면 떠오르던 이미지는 과거와 오늘 어떻게 다를까? 우리학교 학우들을 비롯해 비(非)고대생, 택시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본격적인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 중앙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정경대, 공대의 문선 공연과 총학생회장의 기조연설 등이 있었다. 기조연설을 막 끝내고 무대를 내려온 총학생회장 황순영(정치외교 10)씨를 인터뷰했다.

4. 18의 의미와 구국대장정을 알리는 총학생회 나름의 노력을 했으나 참여인원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날씨 덕인지 걱정보다 학우들이 더 참여해주어 고맙게 생각한다. 구국대장정을 하면서 1960년 4월 18일에 의거하신 선배들의 뜻을 다시금 되새기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 총학생회장 황순영(정외 10)

중앙광장 무대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전 총학생회장 박종찬(식품자원경제 00)씨였다. 그는 정문 앞에서 인원 통솔을 돕고 있었다.

올해 구국대장정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보고 싶어 학교를 방문했는데 행사를 진행할 인원이 부족해 돕고 있다. 날씨가 좋아 참여 인원이 더 늘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소폭 감소한 듯 보여 아쉽다. 4.18의 의미가 시간이 지날수록 퇴색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 반문해보고 행사 참여의 의미를 다시금 새겼으면 한다. - 전 총학생회장 박종찬(식자경 00)

실제로 올해 총학생회가 추산한 4.18 구국대장정 참여 인원은 약 4000여명으로 예년과 비슷했다. 날씨도 선선해 뛰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쉬운 결과다. 4.18, 왜 참여하지 않는 걸까? 행사가 진행되던 중앙광장 지하에 열람실에서 학우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4.18 구국대장정은 의미 있는 행사지만 새내기 때 참여해봤고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아 올해는 참여하지 않았다, - 박광민(행정 10)

신입생도 아닐뿐더러 시험기간이라 참여하기 어렵다. - 이준한(심리 09)

4월 18일은 보통 중간고사 준비 기간이라 새내기가 아니라면 선뜻 참여하기 쉽지 않다. 취업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고학번일 수록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4.18에 참여하는 다른 학우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중요한 행사라지만 중간고사가 코앞인데, 어느 정도 신경이 쓰이진 않을까?

중간고사 준비 기간이라는 점은 신경이 쓰이지만 4.18은 이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적이 어차피 하루 더 공부한다고 확 오르는 것도 아니지 않나 - 이주형(정보통신 13)

신입생 때가 아니라면 참여하기 어려운 행사이면서 동시에 반과 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행사라 참여하게 됐다. - 서문기(간호 13)

시험같이 당장 코앞에 있는 일도 중요하지만 4.18과 같은 뜻 깊은 행사에는 참여하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09학번인 나도 참여하지 않는가! - 정재성(체교 09)

뿐만 아니라 중앙광장에 모인 수많은 학우들을 바라보며 신기해하는 두 외국인도 있었다.

정말 멋지다. 4.18 구국대장정은 한국의 역사와 고려대의 문화를 섞어놓은 흥미로운 행사인 것 같다. - 알렉스 코웬(교환학생)

붉은 옷을 입고 뛰는 모습에서 애교심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인상 깊다. - 라리사(교환학생)

4월 18일의 의미 이외에도 이번 구국대장정을 맞아 학우들에게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보였다. 전 문과대 학생회장인 조명아 씨는 4.18에 참여하는 학우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었고, 정문에는 유성기업 사장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퍼포먼스와 사회봉사단의 <4.18 달리기 희망 마라톤> 행사가 진행 중이였다.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관련 의제를 가지고 실천단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학생선언이라는 활동도 같이 하고 있어 불법노동탄압, 장애차별 철폐의 날과 관련한 유인물을 학우들에게 나누어 드리고 있다. 4.18의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지금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 전 문과대 학생회장 조명아(철학 10)

<4.18 달리기 희망 마라톤>이라고 해서, 기부금을 모아 안암병원의 소아병동을 후원하기 위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평소에도 포털을 통해 많은 모금 행사도 진행하고 일반 학우를 모집해 매주 소아병동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홍원기(신소재 09)

4.18 구국대장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참여 학우들이 모두 도로로 나서자 학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 많은 인원이 도로로 나갔으니 얼마나 시끌시끌할까. 불만의 소리는 없는지, 또 그 밖에 4.18을 보는 시선은 어떤지 들어봤다.

이제 사람들은 고대생이 행진한다고 해도 “마라톤 때문에 차가 밀려서 짜증난다”고 생각해버리기 일쑤다. 나 역시도 차가 왜 이렇게 밀리나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시대가 많이 변해 민주주의의 의미도 퇴색된 게 아닌가 싶다. - 서창범(중계동, 52, 택시기사)

학생들이 비교적 질서를 잘 지켜주어 고맙다. 하지만 이 같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일부 선발대만 상징적으로 도로에서 뛰고, 그 밖에 다른 학생들은 행인처럼 보행로를 이용하는 등의 대안을 모색해보면 좋지 않을까. - 교통 경찰관(강북 경찰서)

행사로 인한 불편은 크지 않다. 4.18 구국대장정은 매년 있는 행사지만 그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행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고려대 학생들 이외에 타 학교 학생들도 혁명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여했으면 한다. 비록 학교는 다르지만 젊은이들이 한마음으로 혁명을 기리면 좋지 않겠나. - 주민

매년 4월 18일마다 학생들이 민주묘지를 참배하면 해야 할 일이 많다. - 민주묘지 관리소 공익근무 요원

도로를 이용하는 일반인들은 이번 구국대장정으로 인해 교통체증을 느낀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비(非)고대생들은 이렇듯 4.18 행사를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행히 인터뷰를 진행한 일반인들은 교통 체증과 업무 이외에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았지만, 혹여 우리가 “4.18 혁명정신”이 아닌 “고대생만의 4.18”만을 과하게 의식해 행동한 것은 없나 한번 쯤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계획한 대부분의 인터뷰를 마치고 민주묘지를 나서는데, 우리학교 병원의 응급차가 서 있었다. 한 학생이 무릎과 팔꿈치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었다.

뛰는 행사다보니 다치는 사람이 있지만, 그 부상자가 적고 심각하게 다치지도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 고은지(안암병원 간호사)

4.18 구국대장정이 아무리 중요한 행사지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최시영 기자(dpthtm0909@korea.ac.kr),

배기림 수습기자(kirimb@yahoo.com)

이신우 수습기자(shinooee@hanmail.net)

서주은 수습기자(wndmscool@naver.com)

홍은솔 수습기자(hes9371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