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협을 알고 계시나요?

요즘 많은 곳에서 생활협동조합, 즉 ‘생협’이 생겨나고 있다. 대부분 한번쯤은 생협이라는 단어를 들어 봤을 것이다. 기획재정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3월 10일 기준 협동조합 설립신청 건수는 총 647건이다. 하루 평균 약 6.5건 신청되는 셈이다. 생협이란 쉽게 말하면 생활필수품을 사들여서 조합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조합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중간마진을 없애기 때문에 가격경쟁성이라는 장점을 가진다.

이러한 생협은 사회뿐만 아니라 대학교 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미 1988년부터 대학생협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이화여대, 세종대 등 총 31개의 대학교에서 생협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신입생의 생협출자비율이 52%나 되는 연세대의 경우 같이 이미 생협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생협에 참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서점, 문구점, 매점, 여행사, 복사실, 세탁소 등 다양한 생협 기구가 존재한다. 숭실대도 편의점, 안경점, 서점, 여행사, 교내 식당이 생협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민대의 경우 교내 세탁실과 사진관, 서점, 미용실 모두 생협에서 운영하고 있다.

생협이 대학 내로 들어오게 된 배경

과거 전쟁 전후에는 학교 내에 식당과 서적 등의 기본물품이 부족했다. 이때는 대학 내 물적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당시 대학교내 생협을 만들어 직접 조합원들이 물품을 거래함으로써, 물적자원을 확보하자는 논의가 생겼다. 그 뒤 반민주화에 대한 시위가 심해지면서 대학 학생운동이 왕성해지고, 대학자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생협은 다시한 번 주목받았다. 70년대 들어와서는 대학생협은 사회에서 인정받아 국회에서 대학 생협 육성의 청원이 채택되었다. 그 뒤 꾸준한 발전과 학교 내부에서의 노력으로 지금 현재의 대학 생협의 모습이 나타나게 됐다.

타 학교의 생협은 어떤가요?

타 학교의 상황을 비교하기 위해 생협이 잘 실시되고 학교들을 취재해 보았다. 연세대 생협 이항서 씨에 따르면 1983년 연세대에서는 학생들의 노력으로 자동판매기와 매점을 운영하는 형태로 생협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구직 기회를 확대하면서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잉여금을 학내로 환원하는 목표를 가지고 출범한 생협은 학생들에게 지지를 받았으며 빠른 성장을 거듭하게 되었다. 이러한 성장에 맞춰, 1990년 1월에 구내서점, 1991년 구내 문구잡화점, 1992년 중앙도서관 복사점 등 학생들의 주요 시설물이 생협으로 전환되었다. 연세대의 경우, 생활협동조합 출범 당시 총매출액은 약 71억원에 달했다.

생협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 다양한 복지 사업

우선 생협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서울대 서주형(소비자아동 12)씨는 서울대의 대부분 식당이 생협 매장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그는 “생협 식당은 다른 식당에 비해 1000원에서 1500원 정도 싼 편”이라고 전했다. 연세대의 경우에도 생협과 소매점에서 유통되는 가격을 조사하였을 때, 약 21% 정도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생협은 잉여 이익금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하기도 한다. 동국대 생협에서는 잉여 이익금으로 명절 귀향버스 대절, 무료 급식, 영화 상영 등 편익사업을 개최한다. 이화여대 생협은 연간 사진전을 개최하고, 여름방학에는 한일 대학생협 교류에도 참가한다. 연세대의 경우 총학생회에 잉여이익금을 장학금의 형식으로 전달해왔고 1983년부터 2003년까지 총 3,270명이 이 장학금을 받았다. 또한 사물함 설치, 정수기 설치 등 학생 비품을 구입하는데도 지원을 했다. 성공회대에선 우리밀 베이커리와 성공회대 생협의 연계 아래 대학가 최초의 순수 유기농 베이커리 ‘자연드림’이 문을 열었다.

생협의 문제점? 불안정한 조직 형태

생협은 학교 내에서 조직의 형태가 불안하다. 또한 학교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지위 또한 애매하다. 장기적으로 운영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실제로 세종대학교의 경우 대학 내 생협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2009년 세종대 이사회가 새로 구성되면서 대학당국은 대학 내 생협의 사업권을 회수하려고 했다. 이에 세종대 생협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결국 대학 측은 2010년 11월 생협에 약정해지를 통보했으며, 2011년 4월에는 생협에 대해 '명도이전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진행된 소송에서 법원은 대학 측의 손을 들어줬고, 세종대 생협의 철거 판결이 났다.

우리학교에 생협이 들어설 가능성은?

우리학교도 생협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다. 과거 총학생회 선거에 선본들이 생협을 만들 것으로 공약을 내걸기도 했었다. 2007년도에는 '고려대 생협을 만드는 사람들'을 조직돼 학생복지위원회와 함께 생협 설립을 위한 기초 작업이 진행하기도 했지만 결국 실현되지는 않았다.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는 현재 생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려대 세종 생활협동 조합 전진규 씨에 따르면 “학교에 인가받기 위해 현재 사업계획서를 작성 중”이라고 전했다. 고려대 안암캠펴스의 경우도 4월 15일 고대생협준비모임의 제 1차 월례세미나가 문과대 서관에서 있었다. 그 외에도 최근 실시한 0학점 강의에서 4월 29일과 5월 6일 두 차례에 걸쳐 사회학과 김철규 교수님이 생협을 소개하는 강의를 열 예정이다. 우리 학교에도 생협이 생길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김하연 기자(hykim92@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