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월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상투적이지만 그래도 5월은 아름답고 눈부시다. 거리에는 울긋불긋 색깔을 뽐내는 봄꽃들이 만발할 것이다. 푸르고 풍성한 나무 잎사귀들이 훈훈한 봄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흔들리면 덩달아 사람들의 마음도 설레일 것이다. 내 주변과 일상은 이렇듯 포근하고 평화롭다.

그런데 세간에 오가는 말들을 들어보면 꼭 세상이 이렇게 한가롭고 평화로운 것만은 아닌가 싶다. 오히려 살벌하고 적의에 가득찬 언어들만이 뉴스와 신문지면에 가득하다. 불신과 적의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언어들이 난투하듯이 서로를 오간다. 이런 세상에서 나만 너무 여유롭고 느긋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인류가 출현한 이래로 적어도 이 땅에서 해마다 5월은 이렇게 눈부시게 아름답지 않았던가. 어김없이 5월이 되면 하늘에는 봄햇살이 눈부시고 땅에는 봄꽃이 진하게 살랑대고 그 사이에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만끽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시선과 언어는 적대와 냉소 그리고 혐오로 가득하다.

5월이 되니 내가 지나치게 낭만주의자가 된 것일까. 누군가는 여전히 이 봄을 태연하게 즐기는 것에 죄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이 봄을 태연하게 즐기는 것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여전히 지금의 훈훈한 봄바람마저 한겨울의 칼바람처럼 마음을 애리고 뺨을 할퀴는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아직도 봄은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이 땅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봄을 보고, 냄새 맡고, 느꼈으면 좋겠다. 불평등과 소외가 판치는 현실에도 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오는 얼마 되지 않는 그 무엇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도 부족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정말 몇 안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봄은.

그러니 봄은 누구에게나 함께 보자고 권하며 함께 맡아보고 느껴보자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겨우내 냉담했던 사람들과 욕심 없이 적의와 증오를 내려놓고 함께 맞이하자고 할 수 있는 것이 봄이고 5월이다. 그런 계절이다 봄은.

윤종승 기자 yjs0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