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 교수학술 4단체가 개정 고등교육법 폐기와 대체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앞에서 가졌다. 시간강사 명칭을 ‘강사’로 바꾸고 강사를 교원에 포함하는 내용의 개정 고등교육법(강사법) 시행이 내년 1월로 유예된 지 5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대체입법의 구체적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 유예기간 동안 시간강사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년 시행을 대비해 대학들이 정부평가를 염두에 두고 교원확보율을 높이려 시간강사의 채용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이 심각하다. 교원확보율을 높이려 전임교원에 포함되면서도 2년 단위 연봉계약직인 강의전담교수나 겸임ㆍ초빙교수의 채용을 늘리고 있다. 강의전담교수는 현재의 시간강사보다 처우가 좋은 것이 분명하나 그 혜택이 소수에게만 돌아간다. 또한 겸임·초빙 교수는 대부분의 시간강사들과 거리가 멀다. 그 결과 시간강사들의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있으며, 과목개설수의 감소와 강의당 학생수의 증가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유예된, 이른바 강사법이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도 없다. 본지가 그동안 강사법의 문제점을 여러 지면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 이 법은 명분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할 뿐, 실질적인 혜택이 적고 수혜대상의 범위가 작으며 대량해고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교수학술 4단체가 내세운 현행 강사법의 재개정, 강사에 대한 온전한 교원 법적 지위 부여, 시간강사의 안정적인 생활 임금과 고용 보장,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전임교원 100% 확보 등이 과도한 요구가 아님을 국회와 대학은 인지해야 한다.

개정 고등교육법을 바라보는 당사자들의 시각은 판이하다. 비정규직교수노조는 교원지위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학교는 교원확보율과 국가재정지원을 연계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국회는 대체입법을 놓고 관련 노조의 요구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면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정치권의 보수적 입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비정규직교수노조의 입장을 과감히 입법부에서 수용하라는 것이다. 현재 서울권 대학의 시간강사 비율은 40%이며, 고려대는 38.6%이다. 대체입법이 유야무야 되면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는 예정된 수순처럼 보인다. 시간강사의 잇따른 ‘죽음’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국회와 대학당국은 무엇이 고등교육의 진정한 발전을 의미하는지 전향적으로 고민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