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계기판에 고장 위험을 알리는 센서등이 울린다. 정비소에 수리를 맡기니 정비공이 코드화 된 데이터를 해석해 앞으로 5일 후, 어떤 부분에서 고장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해당 부분을 수리한다. 이는 올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4’에서 발표된 실제 구현 가능한 시스템이다. 각종 데이터 통계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한국IBM에서 분석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김유진(사회학과 92학번) 차장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현재를 알고 미래를 예측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빅데이터를 구조화해 하나의 시스템을 만든 후, 미래를 예측해 제품·서비스의 개선을 돕는다. 현재 기상청의 종합기상정보시스템도 한국IBM이 날씨 빅데이터를 구조화 해 만든 시스템 ‘GPFS’를 활용해 내일 날씨를 예측하도록 만든 것이다.
김유진 씨는 주로 공장 설비데이터, 금융 분야 프로젝트의 빅데이터 분석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POSCO에서 이용하는 부품의 사용량을 예측하는 시스템의 구축에 힘쓰고 있다. 기계가 생산 과정에서 제품을 구성하는 각 부품이 사용되는 정도를 일정 기간 동안 수집하고 구조화해 소모량 예측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만약 기계가 계획보다 부품을 덜 사용한다면 즉시 불량품이 발생했다는 걸 알 수 있고, 부품이 떨어져가는 추세를 보고 추후 고장이 날 기계를 미리 예측할 수도 있죠.”

해석을 위한 IT지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1990년대, 데이터를 찾아 1차적으로 가공을 하던 데이터 마이너(Data Miner)의 진화형이다. 이들은 방대하고 다양한 양의 데이터를 다뤄야 해 IT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전에는 통계학 전공자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계를 냈지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수행하는 업무는 프로그래밍이나 BI(기업이 비즈니스 의사 결정을 위해 사용하는 데이터의 접근, 수집, 보관, 분석 등을 아우르는 기술의 집합)이용이 필요해요. 하지만 IT와 관련 없는 학부 출신이어도 석사과정과 유학 등을 통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될 수 있죠. 저도 사회학과를 나왔지만 응용통계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외국유학을 하며 IT와 통계를 다시 공부해 분석 전문가가 될 수 있었어요.”

그래도 중요한 것은 상상력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는 IT기술로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래를 유추하는 상상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IT기술은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데이터화하고 수집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그 결과물인 데이터를 응용해 기존에 없던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주요업무다.
김유진 씨는 프로젝트가 없을 때 분석 전문가들과 함께 IT업계의 동향과 새로운 시스템 제작에 관한 스터디 모임을 가진다. 상상력에 바탕이 될 기본 지식을 갖추기 위해서다. “수많은 데이터들 중 어떤 데이터를 활용할지, 어떤 영역의 미래구축이 필요할지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노력에 달려있어요. 늘 IT 신기술에 즉각 반응하도록 긴장하고 공부해야 하죠. 관련 지식의 이해가 충분해야 실제 프로그램 제작 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

직업수명 주기 짧은 IT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업무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이 넘는 프로젝트들로 구성돼, 4명의 전문가가 한 팀을 이뤄 진행한다. 이때 4명은 △데이터베이스 전문가 △분석 전문가 △시각화 전문가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평소에는 각 분야로 나뉘어 연구, 교육을 하다가도 프로젝트가 생기면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팀이 구성되는 것이다. 현재 IBM은 세계 각 지사에서 진행하는 모든 사업을 전 직원의 인트라넷에 노출시켜 사업별 지원자를 받는 방식으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 “매 프로젝트 마다 다른 구성원이 팀을 이뤄 업무를 진행해요. 또한 정보보호 차원에서 데이터를 소유한 회사에 직접 가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프로젝트 기간에는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만큼 업무 자유도가 높죠.”
하지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IT업계 자체의 수명이 짧아 직업의 수명을 예측할 수 없다. 또한 아직 빅데이터 시대의 초기 단계에서 앞으로의 발전 방향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C++(C 언어의 확장판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언어)전문가가 업계 최고 대우를 받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추세가 Java(컴퓨터의 운영체제에 상관없이 작동 가능한 프로그래밍 언어) 전문가로 넘어갔어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지금은 새롭게 각광받는 직업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업계의 특성상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글·사진│이길용 기자 lumos@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15:16:49: